
(원본 사진은 Mars님과 텔존 꽃게 펌입니다- 감사드리구요. 문제시엔 삭제하겠습니다)
"뭐해요 선배?"
"쉿- 조용히 해"
"응?"
"시끄러워 금잔디.
난 지금 내 아내가 된 금잔디를 은밀히 감상하고 있는 중인데...
시끄럽고 못생긴 아가씨가 자꾸 방해를 하는 걸?
조용히 좀 해줘"
등 뒤에서 잔디를 안고 있는 지후.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손끝으로 잔디의 얼굴을 훑으며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다.
고개를 돌려 지후를 보니 입가에 머금은 미소와 하께 감은 두 눈의
부챗살 같은 긴 속눈썹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은 반듯한 이마와 함께 어우러져 무척이나 고혹적이다.
'감상은 내가해야겠군!'
혼자 속엣 말을 하던 잔디는 얼굴을 어루만지던 지후의 손이
목과 쇄골로 이어지자 그 촉감에 잠시 몸을 바슬~ 떤다.
지후의 손이 한참을 푹 패인 쇄골에 머물러 부드럽게 쓸어주고 어루만지자
어느새 잔디는 그 부드러움과 은밀함과 솔솔 퍼지는 농염함에 자기도 모르게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는 작은 열기를 느낀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 어떤 기대감.
'풋-
이른 아침부터 자알~한다 금잔디!'
그렇게 또 속엣 말을 하고 있는 잔디.
그러나 그 기대감이라는 것이 역시나 지후의 손끝이 만들어내는
어쩔 수 없는 열기였음은 분명한 모양이다.
지후의 손끝을 따라 작은 불꽃이 일고 있는 것을 보면...
‘대체 지금 몇 시 인거야?’
밤새도록 사랑을 나누고도 어둠이 가시고 아침이 오면
해가 중천인데 자기혼자 내버려두고 잠만 자는 잠꾸락지라며
볼멘소리와 함께 잔디를 깨워대기 일쑤인 지후가 오늘 역시
다르지 않을 모양이다.
창가로 들어오는 희미한 햇빛을 보아하니 오늘 역시도 어둠을 뚫고
나타난 햇님이 기침을 하신지 얼마 안 되는 이른 아침인 모양이다.
둥그렇게 모아 쥔 지후의 손이 어느덧 잔디의 봉긋한 한쪽 가슴을
그 커다란 손안에 담뿍 담고서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다.
그 손길에 잔디의 가슴 또한 어김없이 부풀어 오르고 만다.
잔디에게 내어주고 있는 한쪽팔의 손끝은 잔디의 뺨과 입술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있다.
그 손길이 너무 따스하고 부드러워 흣- 하는 작은 신음소리가 입에서
빠져나오려는 걸 억지로 심키고 마는 잔디.
창밖에선 맑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한 눈부신 햇살이 짓궂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비춰주고 있다.
그 햇살아래서 은근하고 은밀하게 이어지는 지후의 손길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이어지는 그 아침이 잔디는 어느새 참 좋아지고 있다.
잔디의 상념이 깊어지는 동안 지후의 손은 매끈한 복부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와 동시에 잔디의 귓가에 와 닿는 부드러운 입술.
그리고 그 부드러운 입술만큼이나 부드럽고 감미로운 지후의 목소리가
잔디의 귀안으로 스며든다.
"잘 잤어?"
"응!"
"난 잘 못 잤는데...."
"왜?"
"잠꾸락지 수달이 잠꼬대를 너무 해대서...."
"정말?"
고개를 획- 들어 지후를 보려는 잔디의 머리를 지후의 입술이 지그시 누른다.
"그대로 있어.
아까 말했지?
난 지금 내 아내를 감상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부산스러우면 제대로 느낄 수가 없잖아!"
풀썩~
고개를 도로 지후의 팔위에 내려놓는 잔디.
궁금함이 가득하지만 그대로 지후의 팔을 베고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지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옳지! 착하다 우리 잔디!”
"내가 그렇게 잠꼬대가 심한가?
정말 그래 선배?"
"어!"
"이런!"
지후가 살짝 고개를 드는가 싶더니 잔디의 귀불을 살짝 깨물고
말을 잇는다.
"사랑해.....선배! 내가...더....."
"뭐?"
"니 잠꼬대!
사랑해 선배! 내가 더
이게 얼마나 심한 잠꼬대인지 넌 모르지?"
"에게? 그게 뭐?
겨우 짧은 몇 마디인데?
선배 거짓말이구나?
내 잠꼬대 때문에 잠 못 잤다는 거"
"거짓말이라니....
그 보다 더 심한 잠꼬대가 어딨다구?"
"뭔 소린지 원!
난 또 내가 밤새 이를 박박 갈았다거나 쉴 새 없이 잠꼬대를
계속했다거나 한줄 알고 깜짝 놀랬잖아.
겨우 그 짧은 몇 마디 가지고 엄살은....쳇!"
"겨우 그 짧은 몇 마디?
미치겠군!
겨우 그 짧은 몇 마디가 내내 널 안고 싶게 만들었는데도?"
"에~?"
"겨우 그 짧은 몇 마디 때문에 네가 깨어나기 전까지 내내
너 안고 싶은 거 참느라고 무지하게 잠을 설쳤는데도?
그런데도 심한 잠꼬대가 아니라구?"
"선배!"
"우리 잔디는 어떻게 잠꼬대를 해도 그렇게 감동적인 잠꼬대를 하지?
내가 더 사랑해.....
무의식 중에 하는 잠꼬대인데...
아니 무의식 중에 하는 잠꼬대라서....
윤지후 가슴이 너무너무 따스해져서...
너무너무 벅차 올라서...
너무너무 꽉~ 꽉~ 차 올라서....
미치겠드라!"
"........................"
“행복해서....!!!”
“.......................”
"내 온몸이 네 사랑을 느끼고 나자 걷잡을 수 없이
널 안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겨우 잠든 너...깨울 수도 없고...
밤새 널 괴롭혔으니 양심상 차마 깨울 수도 없고....
그래서 자보려고 무던히 노력도 해봤는데 실패하고 말았어.
날 그렇게 만들어 놓은 장본인은 콜콜~ 잠만 잘 자는데 말야.
미치는 줄 알았다 금잔디.
그냥도 아니고 코까지 도롱도롱~ 골면서 어찌나 잘 자는지 원...."
"쿡-
나 코골아 선배?"
"응"
"진짜?"
"응"
"어떡하니~ 우리 선배.
기껏 얻은 아내가 코를 골아대다니......쯧쯧!"
"괜찮아.
넌 코도 예쁘게 골아"
"말도 안 돼.
예쁘게 골아대는 코도 있어?
그런 게 어딨어?"
"있어~!!!
우리 코골이쟁이 예쁜 수달.
도롱~도롱~ 도로롱~ 코도 이쁘게 골아 넌.
그래서 벌써 적응 다됐어 난"
"풋-
암튼 참 못 말리는 팔불출을 남편으로 얻었다..니..까...
하흣- 서...선배....!"
지후의 말에 대꾸를 하던 잔디는 아랫배를 부드럽게 쓸어주던 지후의 손이
자신의 깊은 곳으로 향하자 자기도 모르게 단발의 신음을 뱉어 낸다.
등줄기를 한바탕 훑고 지나가는 전율에 몸까지 떨려오는 잔디.
“서...선배...흣--”
지후의 손은 잔디의 깊은 숲속에 머물러 정점을 찾아낸 기쁨을
구지 감추지 않겠다는 듯 부드러운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고
이어서 살금살금 잔디의 깊은 동굴 속으로 부드러운 침입을
시도한 후 야금야금 점령해 나간다.
그리고 잔디의 어깨에 머무는 지후의 입술.
부드러운 입술과 뜨거워진 혀가 잔디의 어깨와 날개 뼈 그리고
척추 선을 따라 부드럽게 이동을 하자 잔디의 머릿속은 어느새
새하얗게 비워져 오로지 지후의 손끝이 불러일으켜주는 쾌락에만
온 신경이 집중된다.
잔디의 목덜미로 다시 올라와 머무는 지후의 입술.
깊은 호흡을 하듯 잔디의 목을 빨아들이던 지후가 잘근~ 잔디의
목덜미를 콕- 깨물어버린다.
“하흣- 선배!....”
잔디가 내뱉는 신음소리에 그대로 깨물었던 곳에 입술과 혀를 대고 마치
흡입하듯 깊게 빨아 당기는 지후.
순식간에 엄습해오는 그 아찔하고 짜릿한 느낌에 잔디의 몸이 움찔한다.
“흐응~~ 선...배....”
몸을 반쯤 일으킨 지후의 입술은 잔디의 신음소리가 마치 리듬인 냥
부드럽게 가슴으로 미끄러져 가서 잔디의 가슴 끝 봉우리를 잔뜩 베어 문다.
“나 배고파!”
“응?”
“나 배고프다구 잔디야!”
“아! 그러고 보니 나...나두!
나...나두 배고픈 거 같다 선배”
“금잔디!”
“응?”
“나 배고프다구~! 무지무지!”
입안에 가득 담긴 잔디의 가슴을 혀끝으로 희롱하듯 빨아 당기며 말하는
지후의 배고픔의 의미가 뭔지를 파악한 잔디의 얼굴은 금세 빨갛게
물이 들어버린다.
“선배~! 아웅~ 난 몰라잉~”
“풋-
아~! 어쩌지?
지난밤 그렇게 폭식을 했는데도 이 모양이네?”
“쿡-”
“웃지 마. 난 지금 아사직전이라구”
“피식-”
“그렇게 자꾸 웃다니. 못됐군 금잔디!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새벽부터 내내 금잔디도 못 먹고 아사로 불쌍하게 죽을
이 윤지후가 불쌍하지도 않냐구?
아! 매정한 아내같으니라구!“
“으이잉~~”
정말로 곧 아사해 죽을 것 같은 아주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지후 때문에 그만 어이가 없어진 잔디.
“이렇게 매정할거면 그런 잠꼬대 같은 건 하질 말았어야 한다구.
근데 그렇게 예쁜 잠꼬대를 해놓곤 나 몰라라 잠만 자다니.
이 천하의 고약덩어리!“
“아유~ 참나! 선배느~은~ 못말려 진짜~!”
팔을 뒤로 뻗어 지후의 등짝을 살짝 때리며 내뱉는 잔디의 지청구가
곧 허락의 의미임을 재빨리 눈치 챈 지후의 입 꼬리엔 곧바로 화색이 돈다.
“큭큭-
그거 알아?“
“뭘요?”
퉁퉁거리는 잔디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의 지후.
품안에 쏙 들어와 있는 잔디를 꼭 안고는 뒤통수에 입술을 꾸욱-
누르곤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 아주 작게 속삭인다.
“난 아침에 훨씬 더 자신 있는데!“
“으이구 차암~~”
지후의 속삭임에 온몸이 화끈거리는 잔디는 고개를 뒤로 획- 젖혀
지후를 흘기듯 쏘아보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 지후가 잔디의
젖혀진 얼굴을 그대로 부여잡고 키스를 퍼붓는다.
그리곤 마치 유치원생이 엄마에게 말하듯 외치는 지후.
“잘 먹겠습니다~~~!!”
지후의 어린아이와 같은 외침에 잔디는 그만 어이없는 웃음을 웃고야 만다.
그러나 그 웃음도 잠시 이마부터 눈과 코와 입술에 촉촉- 촵촵- 베이비
키스를 수놓던 지후의 입술이 잔디의 입술에 머무르며 점점 농염해지자
차츰차츰 일깨워 지는 온몸의 감각들로 인해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돼버리는 잔디.
늘 이 모양이다.
멀쩡하다가도 지후의 입술과 손길과 목소리 그리고 그에게서만 나는
특유의 체취에 금방 무너져 버리고 만다.
잔디는 지후의 품속에서 지후의 입술과 손길에 의해 또 다시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난다.
그리고 그렇게 피어난 꽃송이는 꽃을 피워낸 장본인인 지후에 의해
향기롭게 으깨어진다.
소유하고 소유당하며 두 사람은 서서히 행복으로의 침몰을 준비해 나간다.
잔디의 모든 감각들이 오로지 지후 그만을 위해 깨어나고 있는 그 때
동굴 속 깊은 곳까지 진입한 지후의 손가락은 이미 점령을 모두
마치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잔디의 귀에 작은 속삭임을 흘려 놓는다.
“젖었다! 우리 잔디!”
“흐응!”
부끄러움에 허리를 살짝 틀면서도 엄습해오는 기대감에 또 다시
바슬~ 몸을 떠는 잔디.
“촉촉해! 그리고 부드럽고 무지 뜨거워!
예쁘다! 우리 잔디!“
“하응~!
선배~~”
“너무 예뻐!
이렇게 날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네 모습...
그게 얼마나 예쁜지...
그게 얼마나 나를 기쁘게 하는지...
또 나를 얼마나 흥분시키는지 넌 아마 모를걸!“
“하아~ 선배!!!”
“풋-
귀여워 죽겠어 너!
너무 이쁘다! 지금 네 모습!“
“하아~ 선배.....하흣!”
“간다?”
“응!”
계속되는 지후의 손놀림과 속삭임에 거의 자지러질 듯
허리를 휘던 잔디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지후의 말에
자신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듯 짧은 대답과는 달리
고개를 마구 끄덕이자 지후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잡힌다.
“네가 깨어날 때를 기다렸어”
“응!”
“못 견디게!”
“응!”
“미치게!“
“응!”
“그래서 가야겠어!”
“으....응....!”
연실 고개를 끄덕이며 내뱉는 잔디의 대답은 이제 신음에 가깝다.
잔디의 깊은 동굴 속을 배회하던 지후의 손가락이 조심스레 빠져 나오고
잔디의 등에 입술을 묻으며 몸을 조금 아래쪽으로 낮추는 지후.
이윽고 지후의 손에 의해 잔디의 한쪽 다리가 살짝 들려지고
그 사이로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듯 부풀대로 부푼 지후의 분신이
미끄러지듯 잔디의 깊은 곳으로 단번에 들어온다.
“하아~~~!”
“하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달뜬 신음들.
원래 그렇게 꼭 맞춰져 있던 한 몸이었던 듯 완벽하게 결합되어 버린 곳에선
한사람을 가득 채워주고 한사람을 꼭 조여 주는 일체감에 두 사람의 입에선
동시에 똑같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잔디는 자신의 깊은 곳을 한가득 채워오는 지후를 느끼며 온몸을 전율에 떨었다.
지후 또한 깊고 뜨거운 잔디 안으로 자신을 담그는 그 순간 아뜩해져 오는 정신을
갖갖으로 붙잡으며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고 또 바랬다.
뒤에서 잔디를 꼭 껴안은 지후의 손은 바짝 고개를 쳐들고 있는 잔디의
가슴 끝 봉우리를 점령해 부드럽게 감싼다.
잔디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거머쥐고 있는 지후의 손위로 포개지고
다른 한쪽 손은 뒤로 뻗어 지후의 단단한 엉덩이를 크게 거머쥔다.
“하아~!
미치겠다 나 금잔디!
너무 좋아! 넌?“
“하아~
당신이....완벽하게 내꺼 같아!
당신이 내안에 이렇게 들어올 때마다 당신이 완전히 내 것이 된 거 같아.
난 그게 너무 좋아!
이 순간만큼은 당신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나 너무 좋아!
하악~ 서...선배...“
“사랑해 잔디야!”
“나두요!
나도...사랑해 윤지후!”
작고 은밀한 고백에 이어 지후의 은밀한 몸짓이 시작된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조금씩 천천히 잔디의 깊은 동굴 속의 여행을 시작하는 지후.
그 어떤 기교도 없이 오로지 그저 동굴 속을 조심스레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아주 단순한 동작임에도 잠들었던 잔디의 모든 감각은
구석구석 깨어나기 시작한다.
지후의 움직임은 마치 물결 같고 파도 같다.
잔디는 파도 위를 떠다니는 조각배처럼...
지후의 물결위에서 흔들리는 부표처럼...
그렇게 흔들릴 뿐이다.
지후가 움직일때마다 잔디의 등으로 미세하게 느껴지는
지후의 가슴 끝 작은 돌기가 잔디의 머리끝을 쭈삣하게 만들 정도로
너무도 자극적이다.
엉덩이와 허리로 느껴지는 지후의 복부와 허벅지의 단단한 근육들은
아주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켜 잔디를 점점 더 관능의 세계로
휘몰아가고 있다.
마주보는 것이 아님에도 사랑을 나누는 일이 가능하다는 새로움에
전율은 더욱 더 빠르게 잔디를 점령해 나가고 있다.
조금은 흐트러지고 미세하게 가빠지기 시작하는 지후의 호흡으로 인해
뜨거운 입김이 잔디의 목덜미를 간질이자 잔디의 입에선 저절로
신음이 나오려 한다.
그 모든 자극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여유롭게 이어지는 지후의
느린 동작들은 잔디의 모든 신경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 싸~한
열기를 만들어 낸다.
매끄러운 잔디의 복부위에 내려앉은 지후의 손바닥에도
열기는 번져있다.
잔디는 그 손위에 자신의 손 하나를 얹어 뜨겁게 겹친다.
마치 슬로우비디오를 틀어 놓은 듯...
천천히....
느리게...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은밀하게 이어지는 지후의 몸짓들로 인해 아주 미세하게 붙기 시작하는 불꽃.
불꽃들....
그 불꽃들이 서서히 작은 파동을 일으키며 커져가기 시작하고 온몸을
점령하기 시작하자 잔디의 몸은 급기야 그 어떤 갈망으로 갈급해져 간다.
온몸에서 일어나 아우성을 쳐대는 깊은 갈망으로 인해 잔디는 점점
견디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정작 지후의 몸짓은 너무도 태연하다.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동굴 속 여행만을 반복하고 있는 지후.
잔디의 등과 척추에 이어지는 지후의 뜨거운 입술이 만들어내는 아뜩함.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한 잔디가 작게 으르렁 거리고 만다.
“선배...나...나 지금...나 지금......”
“........................”
“좀 더...조금만 더....선배...앙~~”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에서 일어나는 불꽃을 견디지 못한 잔디가
거의 흐느낄 듯 지후를 재촉하자 지후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어린다.
“제법 앙탈이 심해졌군!”
“하아~ 선배!
나.....나....”
손안에 그러쥔 지후의 엉덩이를 더욱 세게 쥐어버리는 잔디.
그 순간 잔디의 깊은 곳을 드나들던 거대한 불기둥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리고 휙- 젖혀지는 잔디의 몸.
한 치의 틈도 없이 꽉 차 있던 자신의 깊은 곳이 갑자기 텅~
비어버리자 물밀듯 밀려오는 허전함에 다급하게 두 팔을
허공에 내저으며 지후를 찾아대는 잔디.
“앗! 싫어! 나가지마!
나가지마 제발!
선배! 싫어! 싫어 이거! 이런 거 싫단말야!“
미처 눈도 뜨지 못한 채 지후를 잡기위해 두 팔을 허공에 내저으며
간절하게 외치는 잔디를 잠시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지후.
“선배~! 흑---
앙~~~”
결국 울컥 울음을 터뜨리려는 잔디.
그런 잔디에게 깊숙이 혀를 밀어 넣으며 키스를 해오는 지후.
“쉿-- 쉿--- 울지 마 금잔디!
자 착하지!
곧 보내줄게! 천국으로!“
가빠지는 숨 때문에 뚝뚝 끊어지듯 이어진 지후의 말을 끝으로
또 다시 꽉 채워지는 잔디의 깊은 동굴 속.
그 순간부터 지금껏 그토록 부드러웠던 사람은 마치 딴 사람이었던 것처럼
거칠고 힘차게 몰아붙이는 지후로 인해 잔디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잠시 달아난 것 같았던 불꽃들이 깨어나 여기저기서 다시 되살아나고
두 사람의 몸이 하나로 결합된 곳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마찰로 인해
활활 타오르는 열기는 잔디의 몸을 공중으로 산산이 분해 시켜버리는 것 같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진 잔디는 두 다리를 지후의 허리에 단단히 감은 채
거의 매달리듯 온몸을 지후에게로 부딪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애원하듯 지후를 부른다.
“하악~! 선배! 선배!
나 미칠 거 같아! 죽을 거 같아!
사랑해! 사랑해 윤지후~~
사...랑.......“
잔디의 비명과도 같은 신음과 외침에 더욱 더 깊이 잔디의
깊은 곳을 파고들고 싶은 지후는 잔디의 엉덩이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커다란 손으로 잔디의 엉덩이를 들어 올려
자신을 향해 더욱 더 바짝 끌어당긴다.
“하아~ 사랑해 윤지후!
사랑해! 키스해줘!
키스해줘! 제발! 제발~!“
절정의 순간을 바로 눈앞에 두고 외치는 고백만큼
짜릿하게 들리는 건 없다.
그것엔 아무런 꾸밈도 가식도 없다.
오로지 느껴지는 대로 쏟아지는 말이고 고백일 뿐인 것이다.
그래서 그 고백의 말들은 더욱더 달콤하고 짜릿하고 황홀하다.
그것이 사랑의 마법인 것이다.
“그래!
그래! 사랑해! 사랑해 잔디야!“
키스를 갈망하는 잔디의 외침과도 같은 말에 지후도
사랑한다는 말을 되돌려줌과 동시에 잔디의 입술을 덮치고
한입에 삼켜 버릴 듯 거칠고 사납게 빨아 당긴다.
한동안 잔디의 바램대로 잔디의 입술을 놓지 않고 입 안 가득
잔디의 혀를 머금은 지후는 허리로는 잔디에게 도달하기 위해
깊이 더 깊이 잔디를 더욱더 몰아쳐댄다.
지후의 몸짓이 더욱 더 커져갈 때마다 잔디는 점점 몸속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정신이 아득해져 간다.
활활 타는 듯 한 지후의 격정적이고 뜨거워지는 몸짓과
평소대로라면 수줍음과 부끄러움 때문에 툭하면 얼굴을 붉게
물들이곤 하던 잔디와는 달리 본능에서 솟아 나오는 몸 안의 모든
에너지로 인해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대담한 반응과 대응에 두 사람
주변의 모든 것들은 그 자태를 숨기고 전부 사그라지는 것만 같다.
오로지 두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열기만이 남아
온 방안을 가득 가득 덥혀주고 있다.
“하악~ 선배~~~ 하아~~흐음~~”
부서졌다!
사랑한다고 외치는 잔디의 몸은 끝 간 데까지 다다라 끝내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엄청나게 부딪혀 오는 쾌감에 온몸을 바들바들 떠는 잔디.
온몸의 기운을 모두 소진해버린 잔디는 몸속을 가득 채워오는
굉장한 충만감에 모든 걸 맡겨 버린다.
그리고 그 충만감 뒤에 돋아오는 소름에 점차 더 몸을 떨어대는 잔디.
그러나 곧 평소대로라면 잔디의 가슴으로 무너졌을 지후가
두 팔을 침대에 굳건히 딛고 버티고 있다는 걸 감지한다.
그리고 지후의 분신이 그때까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잔디의 동굴 속을
여전히 가득 채우고 꿈틀대며 살아있음을 자각하곤 깜짝 놀라서
두 눈을 번쩍 뜬다.
아직도 데일 정도로 뜨겁게 자신을 감싸고 있는 열기와
그와 상반되게 소름과 같이 찾아오는 냉기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그 엄청난 느낌을 미처 견디지 못해 헉헉 거리면서도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더 거대하고 단단하게 자신의 깊은 곳을 채워오는
지후의 분신이 적나라하게 느껴지자 잔디는 쥐어짜듯 간신히
목소리를 만들어 지후에게 묻는다.
“왜....
왜 같이 가지 않은 거지 선배?“
“..............................”
“왜........?”
“..........보고 싶어서!”
“보고....싶어서...... 뭘요?”
“잔디 네가 다다르는 모습!”
“.....................!!!”
“네가 끝 간 데까지 다다르는 모습!”
“......................!!!”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지?“
“..........선배!”
“나만 볼 수 있는 거야! 그렇지?”
“............................”
“이 세상에서 나만 볼 수 있는 거야! 그렇지?”
“............................”
“널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널 그렇게 끝 간 데까지 갈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남자는...
널 그렇게 부서지게 만들 수 있는 남자는...
널 그렇게 몰아붙일 수 있는 남자는...
이 세상에서 오로지 윤지후 나 한사람밖에 없어!
그렇지?“
“............................”
“나만이 널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 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지 넌?
나 때문에 부서져가는 네 모습에 내가 미치도록 행복해 지는 걸 모르지 넌?“
“선배!”
“사랑해 잔디야!
그리고 고마워 잔디야!
나를 이런 네 남자로 만들어줘서!“
“선배!”
“이젠 내 차례야!“
“선배 차례.............!!!”
“그래! 이젠 내 차례야!”
“.............................”
“그러니까 너도 똑바로 봐!
봐줘 잔디야!
눈감지 말고 똑바로 봐!
내가 너를 느끼는 걸 똑바로 봐!
너로 인해 무너지고 부서져가는 내 모습을...
똑바로 봐 금잔디!
너야!
금잔디 바로 너야!
날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이 세상에 유일한 사람....바로 너야!
너! 내 여자!“
“선배!”
“금잔디! 부탁이야!
지금부터 너의 모든 걸 내게 줘!”
지후가 멈췄던 동굴 속의 여행을 서서히 다시 시작한다.
천천히...
그러나 점점 더 빠르게 자신을 몰아가는 지후의 모습.
툭 불거져 나온 관자놀이에서 거칠게 뛰어대는 맥박마저 보이는 듯하다.
지후의 온몸에서 뿜어내는 열기를 집어 삼킬 듯 단단한 근육들이
지후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며 육체의 향연을 부추긴다.
그 모습을 황홀한 듯 바라보는 잔디.
‘이런 거였나!
사랑할 때의 모습이 이토록 황홀한 거였나!
이토록 아름다운 거였나!
사랑이 가득 배인 얼굴에 촉촉이 배인 땀방울.
불거진 온몸의 근육들과 그 근육을 장식하고 있는 보석 같은 땀방울.
그리고 점점 더 농염해져 가는 얼굴.
짙어져만 가는 눈빛.
무너져가는 모습..
부서져가는 몸짓....
언뜻 언뜻 눈을 감을 때마다 보이는 활처럼 휜 긴 속눈썹...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흘리는 격한 신음...
아름다워!
당신!
윤지후! 너무 아름다워!
당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나라구?
나 금잔디라구?
나라구?‘
잔디는 지후의 목에 팔을 두른다.
그리고 지후의 끝을 돕기 위해 허리를 더욱 더 깊게 들어 활처럼 휜다.
잔디의 그런 노력은 지후를 온통 꼭 죄어들어 지후는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지르고야 만다.
“하악~ 잔디야! 잔디야! 하아~~“
“사랑해 선배!
가!
내가 도와줄게! 선배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내가 끝까지 갈 수 있게 만들어 줄게!
끝까지 가!“
“하아~ 금잔디!”
“아름다워 당신!
당신 지금 미치도록 아름다워!“
“잔디야!”
“줄게! 날 줄게!
내가 가진 거 전부 다 줄게!“
잔디는 서서히 지후의 리듬에 맞춰 자신을 움직여 간다.
그 바람에 지후의 관자놀이가 심하게 일렁인다.
거친 신음과 함께 외치듯 말하는 지후의 목소리가 깊게 갈라져 있다.
“윽-- 금잔디! 넌 가만히 좀 있어.
내가 한다구.
헉! 이런 젠장! 가만히 좀...제발..가만히...
악~~ 금잔디 넌 분명 마녀야. 마녀인 게 분명해!
이 작은 마녀 같으니라구.
윽- 제발 가만히 좀 있으란 말야.
내가 한다구! 내가 할 거라니까!
하악~“
“싫어! 내가 줄 거야. 내가 준다구 선배!”
결국 지후는 페이스를 잃고 만다.
잔디의 열렬한 환영이 지후의 모든 중심을 흐트러뜨려 버렸다.
마치 선로를 이탈한 기차처럼...
포효하는 사자처럼.....
거칠고 난폭하게 끝을 향해 달려가 버리고 마는 지후는 이미 이성의 끈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래! 윤지후! 가져! 날 가져! 전부 다!
줄게. 전부다!“
그러나 잔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이미 끝에 다다랐던 그녀의 몸이 또 다른 불꽃을 만들어 버린 것.
지후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 그만 자신의 몸에 또 다시 불꽃을
일으키고 만 꼴이 되고야 만다.
“아하~ 선배!
나...또...또 다시.....나.....
하악~~“
“잔디야!
하아~~ 하악~~“
“선배 나 어떡해!
어떡해 나....하악~~~“
결국 또 다시 불꽃을 일으킨 잔디의 몸은 지후가 맛보는
절정의 순간에 맞춰 또 다시 절정으로 치솟고 만다.
은밀한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쾌감은 점점 거세져 회오리처럼
잔디의 온몸을 휘감아버렸다.
그 회오리는 너무도 격렬하고 거대한 것이어서
잔디는 아뜩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방금 전 이미 한 번의 절정을 맞이했던 몸에서 일어난
회오리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여서 잔디는 또 다시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잔디가 겨우 정신을 차린 건 무너지듯 스러지듯 잔디의
가슴위로 풀썩~ 내려앉은 지후의 무게를 느끼고 나서였다.
언제나 그 묵직한 무게감은 잔디를 행복하게 만든다.
잔디는 도무지 움직여질 것 같지 않은 두 팔을 간신히
끌어올려 지후의 등을 꼬옥~ 아주 꼬옥 안아 준다.
은밀하고 부드럽게 시작된 아침의 사랑은....
그렇게 또 다시 정염의 불꽃을 태우며 두 사람을 부서뜨렸다.
도대체 이 세상에서 누가 이 둘을 갈라놓을 수 있을까!
그 누구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축복처럼....
서로의 품안에서 하나로 맞물린 채 천국을 보았다.
사랑이.....
사랑이 이런 거라면....
사랑이 이토록 뜨겁고 잔인할 정도로 뜨겁고 황홀한 거라면...
그대로 죽어도 좋았다!
격렬하고 열정적이었던 사랑은 그 여운의 끝도 길었다.
서로의 사랑을 몸과 마음으로 확인한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눈 끝의 충만한 마음만큼이나 서로의 몸에 와 닿는
피부의 부드러움과 따스함에 흠뻑 도취되어 쉽사리 서로의 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떨어질 줄을 모른다.
잔디를 안는 동안...
잔디의 깊은 곳에 자신을 담그는 동안...
좁고 뜨겁기 그지없는 잔디의 깊은 곳이 자신을 한없이 조여 오는 동안...
지후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사랑을 나누는 그 시간동안 온몸을 찾아드는 황홀함과 쾌감은
잔디를 안을 때마다 그 깊이와 색깔이 다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과 육체를 나눠 갖는 일이 이토록 거대한 기쁨과
짜릿함과 말할 수 없는 환락과 쾌락을 선사해 주는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아니 신체 건강한 스물다섯의 남자로서 상상을 가미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러나 지후는 잔디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그것이 실로 엄청나고 굉장히 대단한 것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매번 아뜩해지는 정신과 온몸을 훑고 돌아다니는 불꽃들과 열기들은
지후로 하여금 자꾸만 잔디를 찾아들게 만들었다.
때로는 그 염치없음에 자신에게 시달려 지쳐있는 잔디에게 한없이
미안해지면서도 어쩔 수 없이 뻗쳐오는 열기를 감당해내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지후에게 몸을 연 그 첫날이후....
온몸에서 ‘나 여자예요’하는 오로라를 뿜어내며 뽀얗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잔디는 또 어찌 그리 사랑스럽던지...
마치 지남철이라도 되는 양 자꾸만 지후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어떨땐 마치 자신이 결혼하고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엄청난 색마가
되어버린 것 같아 살풋-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방금 전...
자신으로 인해 몽롱하고 흐려진 눈빛으로 마음껏 부서지던
잔디의 모습을 본 지후는 자신이 대견하기 그지없었다.
잔디의 그런 모습에 행복했고 또 잔디를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자신이 내심 기특하고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신의 리듬에 맞춰 호응을 해오는
잔디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온몸이 저릿할 정도로 자신을 조여 오는 잔디로 인해
지후의 몸 여기저기에선 주체할 수 없는 뜨거움이
불같이 일었다.
그 데일 듯한 뜨거움은 지후를 삼켜버릴 듯 점점 활활~ 타오름에도
멈추지 않는 잔디의 움직임은 결국 엄청난 쾌락의 세계를 선사하며
지후를 철저히 부서뜨렸다.
‘사랑해!’
무너지는 그 순간 온몸을 꿰뚫는 쾌락에 물들어 미처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한마디를 지후는 마음속에서 되뇌고 있었다.
사랑이 시작될 때면 늘 지후의 작은 애무에도 부끄러워
온몸을 발갛게 물들이기 일쑤인 이 작은 악동은 평소의
부끄러움을 결정적인 순간의 침대위에선 곧잘 떨쳐 버릴 줄 아는
마녀가 되어가고 있나보다.
고 작고 새하얀 몸으로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일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가만히 좀 있으라고 아무리 외쳐도 말이라곤 도통 들어먹질 않는
이 작은 마녀 때문에 결국 지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명까지
지르며 잔디의 품으로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잔디...그녀가 그를 그렇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사랑을 나누는데 있어서 반드시 남자가 주도해야 한다는 발상의
유치한 주도권 싸움 같은 걸 하려는 생각은 없다.
허나 왠지 그렇게 부서지고 만 그 순간 조금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늘 잔디가 부서지는 모습을 보면서 만족해하고 흐뭇해했으면서
그리고 오늘은 잔디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외쳤으면서도
자신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 어딘가 모르게 수줍고
부끄러워지는 이 심리는 또 뭐란 말인가!
분명 자신의 얼굴은 붉어졌었을 것이다.
그녀의 가슴위로 무너진 탓에 잔디에게 그걸 들키지는 않았으리란 것이
약간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지후도 미처 예상치 못한 사실이 확- 다가들듯 지후의 온몸을
휘감았다.
사랑이 끝나고 난 후.
아직도 자신의 일부분을 잔디 안에서 빼내지 않고 담근 채
온몸이 저릿해질 정도로 끼쳐오던 쾌감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하고
화끈거리는 열기에서 허우적거리던 지후의 뇌리 속을 불현듯 스치는
분명한 사실이 있었다.
침대에서 마녀로 변해가는 그녀 때문에 자신이 무척이나 기뻐하고
행복해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그 행복을 결코 놓칠 생각 같은 건 추호도 없다는 것!
그 순간 지후의 마음속에 작은 음모와 반란이 자기도 모르게 솔솔
피어나고 있었다.
마냥 귀엽기 그지없던 자신의 수달이 침대에선 계속 섹시하고 더욱 더
농염한 마녀가 되도록 더욱 더 공부하고 연구하고 정진해야겠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풋--
지후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잔디의 귀에 조금은 잠긴 듯한
지후의 목소리가 파고든다.
“금잔디! 너.... 도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아직도 몸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사랑의 여운에 잔디는 미처 대답할
힘도 없어 그저 지후의 등을 쓰다듬든 손만을 천천히 움직인다.
“넌...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
“빠져 나올 수가 없다!”
“..........................”
“도무지 빠져 나올 수가 없어! 네게서......!
점점 더.....!
점점 더 빠져들고 말아!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져!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마르게 해!“
“.............................”
“넌 마녀야.
마녀인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 선 이럴 수가 없어.
귀엽기만 한 수달이면서는 날 이렇게 미치게 할 수가 없는거라구“
“............................”
“젠장!
대체 넌.....!
대체 넌.....내게 무슨 짓을 하는 거지!“
“..........................”
“널 어째야 하지! 널 어떻게 해야 할까!”
“............................”
“이런 난 또 어째야 하는 거지? 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
“끝없이 생기는 이 욕심을...이 갈망을...어째야 하는 거지!”
“..........................”
“미치겠다!”
미치겠다!
지후의 그 한마디가 잔디의 가슴을 마구 울려댄다.
격렬하게 나눴던 사랑보다 그 한마디가 더욱 더 깊게 잔디의
가슴속에 와 박힌다.
‘이 남자를 사랑해!
난 이 남자를 사랑하는 거야!
미치도록!‘
잔디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외침은 잔디로 하여금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몰아다 주었다.
지후의 등을 쓸어주던 잔디의 손이 지후의 머리칼로 옮겨 간다.
여전히 잔디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지후는 작은 미동도 없다.
부드럽게 지후의 머리칼을 쓸어주던 잔디가 고개를 살짝 틀어
지후의 귀에 입술을 누른다.
잠시 움찔하는 지후,.
그러나 묻은 고개를 들진 않는다.
그런 지후의 귀에 잔디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 준다.
“사랑해요!”
지후의 몸이 다시 한 번 움찔 한다.
그러나 역시 움직임은 없다.
“어쩌긴 뭘 어째요!
사랑하면 되지!
당신도 나도 그냥....
그냥 이렇게 사랑하면 되는 거지!
계속! 쭈욱~~~!“
“계속.....? 쭈욱.....?“
“응! 계속! 쭈욱!”
지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는 잔디의 손도 멈춤이 없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눈 후의 여운 속에 녹아들어 오래도록
서로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느끼며 천천히 천천히 달콤한 잠속으로
또 다시 빠져 들었다.

프랑스 외곽의 샤또에서 열흘간을 보낸 지후와 잔디는
곧장 파리 시내로 왔다.
잔디가 그토록 가보고 싶어 하는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를
둘러본다던 애초의 계획은 호텔방에 들어서면서부터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준표가 이미 두 사람을 위해 마련해 놓은 스위트룸에 들어서던
바로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은 근 사흘 동안을 호텔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중이다.
메이드들과 매니저 게다가 샤또의 문지기 할아버지까지...
게다가 마을사람들이 벌였던 축제까지...
주위에 눈이 많았던 샤또에서 와는 달리 호텔의 방문을 닫는 그 순간부터
철저히 외부와의 차단이 완벽히 이뤄진 호텔이라는 공간은
신혼여행을 떠나와 서로의 처음을 나누었던 그 순간 이후로
열흘이라는 시간동안 틈틈이 서로의 육체를 알아버린 후 찾아오기 시작한
서로의 달뜬 욕망을 채워나가기엔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사랑이 충만한 채로 나누는 육체적인 욕망과 그 욕망을 마음껏
발산하는 행위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숨어 있었던 것인지 불가사의 할 정도로
두 사람은 끝도 없이 서로를 원했다.
호텔방에 들어서던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빼앗던 그 순간부터 두 사람에겐
서로의 가슴 안에 채워져 있던 사랑만큼이나...
헤어져 있던 4년이라는 세월동안 그리워하고 갈급했던 그 절절했던
마음만큼이나....
그리고 사랑을 깨닫고 확인하고 난 후에 서로를 원했던 갈망만큼이나....
너무도 거세고 세차게 밀려드는 서로의 갈증을 풀고 또 푸느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서로를 탐하고 탐닉하고 정복하고
자신을 내주고 또 내어주느라 온밤을...또 온 낮을 뜨거움으로 채워갔다.
더 이상....서로에게 손마디 하나도 건넬 수 없을 것 같이 온몸의 기운을
소진 한 것 같았음에도 까무룩하니 잠이 들었다 깨어날라치면 또 다시
누군가의 시작으로 열망의 함성 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대체 어디에서 그런 힘과 열정이 숨어 있었던 건지 모를 정도로
샘솟듯 솟아 나오는 새로운 힘과 끝도 없는 열정과 거칠 것 없는
격렬함으로 서로를 깊이 안고 또 안다가 충만하고 만족스러움에 빠져
품안에 꼭 안고 또 안겨서 그 보다 더 이상 편안할 수 없는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룸서비스로 식힌 음식들은 손도 안댄 채 식어 나가기 일쑤였고
물리고 또 다시 시킨 음식 앞에서 조금은 어이없다는 웃음을 마주보고
웃다가는 또 다시 눈앞의 음식보다는 다른 것에 흥미를 더 느껴
지분거리는 손길에 음식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다보면 어느새 두 사람은 식탁이 아닌
침대위에 있곤 했다.
한번 불이 붙으면 더 이상 누구에 의해서도 꺼뜨릴 수 없는
불이기라도 한양 처음엔 침대에서만 나누던 사랑은 미처
침대까지 가지도 못하고 소파위에서 서로를 갈망했던 적도 있었고
또 부드럽게 깔린 카페트 위에서 불꽃을 피우다 둘 다 대자로
뻗어버린 적도 있었다.
배가 고프면 화가 먼저 난다던 잔디의 평소 습관은 마치 단 한 번도
그런 일 같은 건 없었다는 듯 자취를 감춰 버렸다.
오로지 지후의 손길과 숨결과 그의 향기와 체취만으로도 충분히
생명의 연장은 가능하다는 듯 끝없이 전해져 오는 충만함으로
잔디에게 배고픔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실로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의 짐은 채 풀지도 않은 채 구석에 팽개쳐져 있음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입은 옷이라고는 겨우 잠깐잠깐 걸친...
그나마도 금세 누군가의 손에 의해 벗겨져 나가기 일쑤였던...
욕실에 걸려있던 샤워로브와 커다란 타월뿐이었음으로....
단 하나 아직도 잔디가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함께 욕실에
드는 일이었는데 지후는 그 일에 있어선 유난히 수줍음을 타는
잔디를 배려해 굳이 고집하진 않기로 했다.
오히려 지후는 샤워를 마치고 말갛고 새하얀 얼굴에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촉촉하게 젖은 머리칼을 한 채 욕실에서 나오는 잔디의
더할 수 없이 예쁜 모습을 보는 일과 촉촉하게 젖은 잔디의 머리칼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는 일을 자신이 꽤나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이 너무도 행복해 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사흘의 밤낮이 지나고 나흘째의 아침이 밝아왔다.
잔디와의 사랑으로 충만하기 그지없는 가슴으로 품안에 잔디를
포옥~ 감싸 가두고 나른한 잠속에 빠져들었던 지후의 귀에
스치듯 들려 온 전화기의 진동소리.
이른 아침의 햇살에 눈이 부셔 잠시 미간을 찡그렸던 지후.
자신의 가슴을 온통 따뜻함으로 채우고 있는 잔디를 품안에서
떼어놓기 싫어 나중으로 미뤄두고 싶은 마음 뒤에 왠지 꼭
확인해봐야만 할 것 같다는 그 어떤 예감에 전화기를 들어
확인해봤던 지후는 그 메시지 속에 스며있는 의미 때문에 입가에
스르르 미소가 지어졌었다.
<몽키와 쭌이 만났을 때.......
지후씨!
리메이크될 이 영화.... 과연 흥행에 성공 할까요?>
재경이 보낸 그 메시지를 보고 난 지후는 잠시 두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지금 이 시간 두 녀석은 어쩌고 있는 걸까!
“
이 녀석들 드디어 크랭크 인을 했나보군!”
어렴풋이 들리던 그 메시지를 꼭 봐야만 할 것 같았던 이유가
있었음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던 지후의 귀에 도톰하고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쏟아놓는 잔디의 사랑스런 잠꼬대가 들려왔다.
“사...랑......사랑해....선..배....내가...더.....음냐.....”
잔디의 그 잠꼬대는 지후의 가슴을 온통 행복으로 가득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더 나아가서는 간신히 잠재우고 있던 지후 몸속의
열기를 다시 불러들이고 마는 결과를 가져왔다.
“요 잠꾸락지 미운 수달.
언제까지 이렇게 잠만 잘 참인거지?
잠꼬대만으로도 나를 아주 골로 보내버려 놓고 태연하게 잠만 잘 자네?
요 못 말리는 섹시한 수달같으니라구.
니 그 잠꼬대 때문에 안고 싶어졌단 말야 너.
지금 당장~~
해가 중천인데 이제 그만 눈 좀 떠보라고 이 얄미운 수달~!
에휴~~....“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던 지후.
그러나 격렬하게 나눈 사랑 끝에 거의 기절하듯 곤하게 잠이 든
잔디를 도저히 깨울 수가 없어 그저 품안에 꼭 안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 했던 지후.
그러나 귓가에 자꾸만 맴도는 ”사랑해 선배! 내가 더!” 라는 잔디의
굉장한 잠꼬대 때문에 지후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국 붉고 도톰한 입술에 베이비 키스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
지후는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잔디의 얼굴을 보면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음을 알고 몸을 움직여 잔디의 뒤로 가버렸다.
잔디의 뒤통수에 입술을 꾸욱- 눌러주고 머리칼에 코를 묻은 지후.
그러나 머리칼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사과 향은 혹을 떼려다
오히려 붙인 격으로 지후의 몸과 마음을 또 다시 어지럽혔다.
“뭐하나 도움 되는 게 없군!”
혼잣말을 중얼거린 지후.
잔디를 더욱 더 꼭 끌어안았다.
봉긋하고 말캉거리는 가슴대신 매끈한 등이 자신의 가슴에 와 닿자
그나마 참을 만 하군! 하는 한숨 섞인 말을 내뱉은 지후.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점점 말똥거려지는 정신과 환청처럼 귓가를 맴도는 잔디의 잠꼬대는
결국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손끝으로 잔디의 얼굴을 쓰다듬고 말았다.
그 바람에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 버린 잔디.
"뭐해요 선배?"
"쉿- 조용히 해"
"응?"
"시끄러워 금잔디.
난 지금 내 아내가 된 금잔디를 은밀히 감상하고 있는 중인데...
시끄럽고 못생긴 아가씨가 자꾸 방해를 하는걸?
좀 조용히 좀 해줘"
어쭙잖은 핑계를 대며 잔디의 얼굴을 쓰다듬기 시작했던 지후.
그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불붙기 시작한 두 사람은 또 다시
뜨거움 속으로 함께 빠져들었었다.
은밀하게 시작되었던 몸짓들은 어느 순간 또 다시 굉장한 열정으로
빠져들어 버렸고 모든 신경 세포들이 전부 깨어나 아우성을 칠 때에 가서야
끝 간 데 없는 절정을 맛보고난 후 잔디의 몸 위로 무너져버린 지후는
그제서야 잔디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재경의 메시지를 받은 후 설쳤던 잠을
보충하듯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고 묵직하게 전해져 오는
지후의 몸을 느끼며 아무래도 넌 수달이 아니라 마녀인 게 분명하다는
지후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하게 지후의 열정이 자신에게로 스미면
자기도 모르게 대담해져버리고 마는 자신을 떠올리며
어쩌면 지후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던 잔디도 부드러운 손길로 지후의 등을 쓸어주다
또다시 까무룩 하게 잠이 들어 버렸다.
그렇게 몸을 포갠 채로 잠이든 두 사람.
시간은 잠속에 빠진 두 사람을 아침에서 오후로 옮겨 놓았다.
먼저 잠에서 깨어나 잔디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하는 지후.
잠시 침대에서 빠져나가 바닥에 흩어져 있던 샤워로브를
찾아 헐렁하게나마 걸친 지후가 냉장고에 든 시원한 생수를 들어
달게 마신 후 침대로 와 지후의 움직임에 잠이 깬 듯 두 눈을
꿈뻑 꿈뻑거리며 잠에서 깨어나느라 애를 쓰는 잔디에게
물병을 건네자 잔디 역시 갈증이 났던 듯 일어나 앉아
고개를 잔뜩 젖히고 물을 마신다.
아직은 알몸으로 사랑을 나눌 때의 열정과는 달리 환한 곳에선
알몸의 지후를 보는 일도....
또 알몸의 자신을 내보이는 일도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는 잔디가
시트를 끌어다 엉성하게나마 알몸을 가리자 그 모습이 귀여워
씨익- 웃는 지후.
그런 잔디를 배려해 자신 또한 침대에서 빠져 나올 때면 습관처럼
샤워로브를 찾아 걸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잔디의 그 부끄러움을 살짝만 건드리면 곧 발갛게 물드는
예쁜 두 뺨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지후를 기쁘게 해주고 있으므로
지후는 오히려 그런 잔디를 간혹 놀려먹곤 하며 자신의 기쁨을
배가 시키곤 한다.
가령 예를 들자면 일부러 로브의 끈을 느슨하게 매서 가슴이
드러나게 한다든가 한쪽 어깨를 늘어뜨린다던가 하는 약간의
편법을 쓰면 잔디는 어김없이 그런 지후를 슬쩍슬쩍 훔쳐보며
뺨을 발갛게 물들이곤 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일이란 마치 멀리 있던
달콤한 사탕을 마침내 내 것으로 만들어 입안에 넣고 굴릴 때
사탕에서 퍼져 나오는 첫맛의 달콤함 바로 그것과 같다.
잔디가 물을 마시는 동안 맞은 편에 앉아 부드럽게 등을 쓸어주던 지후.
그런 지후의 가슴에 한 손을 얹은 채로 고개를 바짝 젖히고
시원하게 물을 마시는 잔디.
반쯤 남아있던 물이 모두 없어지고 나자 잔뜩 젖혀진 잔디의 목덜미로
입술을 가져가는 지후.
입술을 꾸욱 눌러준 후 머리를 그대로 잔디의 목덜미에 파묻고
고개를 들지 않는 지후가 잔디의 손에 들려있던 빈 물병을 잡아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놓자 잔디가 조금은 장난 끼를 담아 묻는다.
“이번엔 잘 잤어요?”
“피식-”
“나 또 잠꼬대해서 선배 잠 설치게 한 건 아니겠지?”
“쿡-”
대답대신 웃음을 흘린 지후가 잘 잤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손가락을 지후의 머릿속으로 집어넣고 부드럽게 쓸어주기 시작한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잔디의 손길이 마냥 좋은 지후.
잔디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좋다!”
“나두!”
지후의 말에 나두! 하는 짧은 한마디를 되돌려 주는 잔디.
그러나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사실 하나는 그 순간에도 둘은
또 다시 서로를 지분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손으로 지후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잔디의 다른 한손은 어느새
지후의 가슴을 부드럽게 쓸고 있었고 지후는 지후대로
잔디의 척추 선을 부드럽게 쓸어내림과 동시에 잔디의 목덜미에
묻었던 입술은 어느새 깊게 패인 잔디의 쇄골 안으로 빨려들듯
들어가 깊이 패인 쇄골 안으로 혀를 집어넣고 있다.
“하흑- 선배!”
어느새 지후는 잔디의 취약지구를 모두 알아버렸나 보다.
요소요소 지후의 손길과 입술이 닿을 때마다 잔디는 자꾸만 뻗치고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당황스럽다.
잔디의 신음에 만족스런 웃음을 지은 지후가 잔디의 귀에 입김을
훅- 하고 불어넣자 또다시 잔뜩 몸을 긴장시키는 잔디.
그만 하라는 듯 쓰다듬고 있던 지후의 맨 가슴을 톡 치자
감은 눈의 지후가 빙그레 웃는다.
잔디의 귓가로 머물렀던 지후의 입술에서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
낮게 잠긴...그러나 그래서 더욱 더 섹시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말해봐! 금잔디!”
“뭘?”
“우리가 이 방에 들어 온 그날부터 오늘 아침까지.....!
어땠어? 좋았어?“
“아웅~~
난 몰라 뭐 그런 걸 물어보고 구래 선배느은~~~
부꾸럽게~~~“
잔디의 말에 그제서야 지후가 눈을 뜨며 한바탕 웃어제낀다.
“그러게 말야.
이상하게 궁금해지네~?
나도 내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될 줄 몰랐어 금잔디!
암튼 너땜에 처음 하는 거 참 많다.
그래도 궁금해서 어쩔 수 없는데?
어땠어?
대답해봐.
그래야 다음에 참고를 하지?“
“참고?”
“어!
그만하면 충분하다든가....
아님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든가!
아직 멀었다든가!
뭐 그런 거?“
“우앙~~~
진짜 선배 자꾸 그러기야!
은근 야해~~
아니 대놓고 야해~~“
“하하하하---
야하믄 좀 어때. 우리끼린데?
우린 이제 부분데.
그리고 우리끼리 있을 때 야해야지 그럼 딴 데 가서 야해?
그러길 바래?
그거 안 되는 거잖어?
그러니까 제대로 좀 말해보라니깐.
진짜 궁금해져서 그래“
“아이 차암~~!
뭘 자꾸 말하라는 거야~~“
“뭐긴 뭐야?
한마디로 너무 좋더라!
아님 지후선배 알고 봤더니 그 방면에 있어선 너무 형편 무인지경이더라!
공부 엄청 열심히 했다더니 그거 다 뻥이더라.
공부 한참 더 해야겠더라!
뭔가 말이 있어야 다음에 더 잘하든가 말든가 하지?“
“아우~~ 진짜.
이렇게 야한 사람인줄 진짜 몰랐어!
어떻게 그런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속았어!
나도 속고 사람들도 전부 다 속았어.
천하의 4차원 얼음왕자 윤지후가 이렇게 야한 남자인 줄 누가 알거야?“
“뭐야? 하하하하---”
“나 말고 대체 누가 알거냐구?”
“바로 그거야!”
“뭐?”
“바로 그거라고.
너니까! 너하고니까!
말 좀 해봐봐 금잔디~”
“히잉~~“
“내가 널 기분 좋게 하고 있니?
내게 안겨서 행복한 거야? 정말 좋은 거야?“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 건데?”
“걱정돼서”
“걱정? 뭐가?”
“나만 좋은 걸까봐!”
“뭐?”
순간 멈칫하는 잔디.
가만히 지후의 눈빛을 바라본다.
잔디의 눈길을 느낀 지후가 잔디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보내주곤
한쪽 눈을 살짝 찡긋- 조금은 장난스럽게 잉크를 날린다.
그리곤 잔디의 코 끝에 입술을 콕- 눌러주고는 진지한 눈빛으로
잔디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만 기분 좋고 나만 행복한 걸까봐!”
“..........................!!!”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함께 좋고 함께 행복하고 함께 충만하고 함께 만족스럽고....
그래야 하는 거잖아!“
“..............!!!.............”
“그러니까 말해봐.
내가 널 기분 좋게 하고 있니?
내게 안겨서 행복한 거야? 정말 좋은 거야?“
“에휴 참...부끄럽게 그걸 어떻게.....말로....”
“금잔디!”
부끄러움에 젖은 잔디지만 진심어린 눈빛과 진지한 얼굴이 되어가는
지후의 표정 때문에 잔디는 가슴 안이 따스해져 온다.
농담처럼 시작된 얘기였지만 그 안에 담겨진 지후의 배려가
잔디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온다.
진심으로 물어봐 주는 지후가 잔디는 고맙다.
당신 혼자서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고...
나 또한 당신 품에 안겨 죽을 만큼 행복하다고...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남자가 윤지후 바로
당신이라는 게 내겐 지금 가장 큰 행복이라고....
진심을 담아 말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잔디.
가슴 가득 진심을 모으다보니 그 바람에 갑자기 목이 다 메어온다.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잔디는 괜한 헛기침을 몇 번 한다.
“흠흠--- 흠흠---
좋아!
그럼.....금잔디 버전으로 해주까?
아님 아니타 버전으로 해주까?“
“그런 것도 있어?”
“응 있어.
맘에 드는 걸루 골라!“
“둘 다!”
“쳇- 둘 다 해줄 거면 고르란 말도 안했네요.
일루 와 봐!“
잔디가 손가락 끝을 구부려 지후를 부르자 지후가 잔디의 입술
가까이에 귀를 가져다 댄다.
잠시 후 잔디의 입에서 툭- 던져지는 짧은 한마디.
“죽었다!“
“뭐? 뭐야 금잔디. 좋은지 어쩐지 말해 달라니까?
죽었다라니? 갑자기 뭔 소리야?”
“아니타 버전이야!“
순간 지후가 고개를 갸우뚱한 채 잔디를 바라본다.
그러다 슬슬 눈과 입가에 웃음이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종국에는 폭탄 같은 웃음을 터뜨려 버린다.
“푸하하하하----
금잔디 너....잔디 너......”
잔디가 ‘죽여준다!’ 는 말을 꼭 ‘죽었다!’ 로 표현하는 아니타의
목소리까지 흉내 냈다는 걸 뒤늦게 상기한 지후는 그야말로
폭탄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자지러지고 말았다.
그런 지후의 가슴을 주먹을 앙그러지게 쥐어 한 대 퍽- 치고는
그대로 침대 아래 놓여있던 샤워로브를 후다닥 집어 들고
앞을 가린 후 욕실로 향하는 잔디.
잔디의 주먹에 윽- 하는 소리와 함께 장난스레 가슴을 틀어쥐고
침대위로 벌렁~ 나자빠져 버리던 지후.
그 순간 지후는 보았다.
온몸이 새빨갛게 물이 들어 버린 잔디를...
그리고 무엇보다 지후의 눈 속으로 한눈에 빨려들듯 더욱 깊이
들어오는 탄력 있게 솟은 잔디의 보기 좋은 엉덩이.
그건 마치 새빨갛게 익은 두 개의 토마토를 연상시켰다.
자기도 모르게 외치듯 말하는 지후.
“어?
걸어 다니는 토마토네?“
무슨 말인가 싶어 뒤를 돌아본 잔디의 눈엔 두 팔을 머리 뒤에 두르고
느긋한 자세로 누워있는 지후의 모습이 잡힌다.
지후가 걸쳤던 샤워로브는 이미 묶었던 끈이 풀어져 입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로 잔뜩 벌어져 온 가슴이 드러나 버렸다.
잔디의 눈길을 의식한 지후가 장난스레 시트를 끌어 잡아당겨 드러난
중심 부분만을 가려버렸지만 허리 아래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새하얀 시트와 시트 아래위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지후의 적나라한
몸매는 어느새 잔디의 시선을 붙잡는다.
머리 뒤에 두른 팔과 다리에서 느껴지는 건강하고 단단해 뵈는 근육들.
빠른 시간에 억지로 키운 것이 아닌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관리를 한 듯
요소요소 적당히 자리 잡고 있는 크고 작은 근육들.
무엇보다 적당히 단단해 뵈는 가슴근육과 그 가운데를 잘 비집고
자리 잡아 은근한 섹시함을 불러일으키는 가슴골.
그 아래 펼쳐진 여섯 부분의 황금분할로 이어지는 복근들.
유난히 뽀얗고 새하얀 피부는 때마침 침대 위를 비춰주는 눈부신 햇살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잠시 지후의 모습에 넋을 빼앗긴 잔디가 고개를 갸웃한 지후 특유의
눈빛을 감지하고 퍼뜩 정신을 가다듬는다.
자기도 모르게 지후의 몸을 감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잔디의 온몸은
더욱 더 빨개져 계속 저렇게 놔두면 불타오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거...거....걸어 다니는 토마토?”
잔디의 질문에 씨익-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지후가 잔디의 눈을
바라보던 시선을 서서히 아래로 내린다.
고개를 뒤로 돌려 지후의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따라가 보는 잔디.
그 시선 끝에 놓여있는 건 급하게 앞만을 가리느라 훤히 드러나 있는
바로 자신의 엉덩이다.
“서~언~배~에~~”
두 발을 동동 구르며 지후를 불러대는 잔디.
자지러지듯 웃어대는 지후.
“못~됐어 진짜!”
잔뜩 투덜거리며 욕실을 향해 달리듯 걷는 잔디.
그러나 얼마 못가 뛰듯이 달려가 뒤에서 잔디의 허리를 그대로
낚아챈 지후에 의해 잡혀버린다.
“선배~~
나 배고프단 말야.
씻고 밥 먹으로 갈 거야~~~
룸서비스 음식 이젠 질렸다구~우~
삼일 밤낮을 이게 대체 뭐하는....“
“금잔디!
밥 말고 나부터 먹어주면 안 돼?
다시 한 번 죽었다! 해줘야겠는데?
빨간 토마토 먹구 싶다.
걸어 다니는 예쁜 토마토!
좀 주라~~“
“선배~~
우리 일어난 지 십분도 안됐어~~
나 어젯밤에 또 오늘 아침까지 선배가 죽었다~~!
해주는 바람에 기운 다 빠졌다구~~“
“넌 가만히 있어!
내가 해.
넌 그냥 죽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게 뭐 힘들어?“
“선배~~에~~~”
“가자! 죽으러 가자!
우리 잔디 죽으러 가자!
진짜 죽여줄게 응?“
“꺄악---- 선배~~~”
결국은 어느 샌가 침대위로 옮겨져 지후의 밑으로 깔려버린 잔디.
커다란 이불처럼 잔디의 몸을 감싸듯 뒤덮은 지후.
장난기가 잔뜩 어린 눈빛으로 잔디를 내려다보다가
역시나 장난 끼가 잔뜩 배인 베이비 키스를 잔디의 입술에
콕콕콕콕- 떨어뜨려 놓는다.
“준비됐나요? 금잔디씨!”
“뭐가요? 윤지후씨?”
“죽을 준비요!”
잔디위에 몸을 포개고 팔꿈치를 매트리스에 괴고 한쪽 손으론
잔디의 입술을 쓰다듬는 지후의 눈에는 여전히 장난 끼 가득 배인
웃음이 아주 가득하다.
그 웃음을 받아 잔디가 지후의 머리칼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기꺼이.....! 대신....“
“대신 뭐?”
“선배 나 먹구 나면 진짜 밥도 먹으로 가자”
“진짜 밥?”
“응. 진짜 밥. 배꼽시계 울리면 먹는 진찌 밥.
여기서 말고 밖으로.
나 선배 팔짱끼고 샹젤리제 거리도 걷고...
콩코드 광장 한가운데에도 서보고 싶어.
에펠탑도 보러가고.
나 파리 와서 아직 에펠탑 구경도 못한 거...
설마 그거 모르고 있는 건 아니시죠?
천하의 밝힘쟁이 윤지후씨!“
“쿡---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군!“
“당신은 길거리 걸어 다니면서 밟히고 채였던 게
에펠탑이었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거든요?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천하의 밝힘쟁이 윤지후씨?“
“음---
제법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금잔디씨!
오늘은 정말 반드시 에펠탑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 보지요.
하지만 나를 천하의 밝힘쟁이라고 명명한 값은 톡톡히
치르셔야만 하겠지요?
요 부끄럼쟁이 금잔디씨!“
“쿡-
아잉~ 몰라요~~
이렇게 말해야 부끄럼쟁이가 되는 거지요.
하지만 난 기꺼이! 라고 대답한 걸로 아는데요?“
“그렇다면 부부는 일심동체!
금잔디씨 또한 밝힘쟁이로 임명하는 바입니다.
불만 있나요?“
“아잉~
부끄부끄!
그래도 그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윤지후씨!
난 아직 새색시라구요!
그냥 전 명목상이라도 부끄럼쟁이가 좋을 것 같아요!“
“푸하하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자! 부끄럼쟁이 아가씨!
아니 이젠 부끄럼쟁이 아줌마가 되셨나요?
다시 한 번 죽어보실까요?“
“기꺼이!”
잔디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몸을 일으킨 지후가 잔디를
홀딱- 뒤집어 침대위에 엎어 놓는다.
얼결에 엎드려져버린 잔디가 영문을 몰라 항의를 하기도 전에
잔디의 엉덩이를 답싹 물어버리는 지후.
“음...맛있다!
우리 잔디 엉덩이!
새빨갛고 예쁜 토마토!”
“힝~ 선배~에~~”
“웅웅·· 진짜야.
너무너무 맛있어! 음음~~
세상에서 젤 맛있는 토마토야. 촵촵--“
촵촵- 소리가 나도록 잔디의 엉덩이를 물고 빨고 깨물고 할짝이며
웅얼 웅얼거리는 지후의 목소리에 그만 피식- 웃음이 나버리고 마는 잔디.
고개를 축- 늘어뜨려 침대에 얼굴을 푹 파묻고는 한손을 뒤로 돌려
지후 뒤통수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한바탕 흐트러뜨린다.
“아웅~ 이 남자를 진짜 우짤끄야!
큭큭-
사랑해 윤지후! 진짜 진짜 아주아주 많이많이 사랑해~~”
웅얼거리는 잔디의 목소리는 침대 매트리스에 가려 지후의 귀까지
닿지는 않았지만 매트리스에 파묻힌 잔디의 표정은 보이지 않아도
그 어느 때보다 행복으로 물들어 간다.
그리고 그 때부터 잔디의 몸엔 또다시 지후의 입술이 피워내는
열꽃들이 수를 놓는다.
어느덧 오후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방안.
그 햇살에 섞여드는 달뜬 신음과 걷잡을 수 없는 흥분에서 지르는 탄성과
달콤하게 뿜어져 나오는 교성과 질펀하리만치 끝없이 서로를 탐하고
공격하며 멈출 줄 모르는 열기와 환락의 끝은 에펠탑보다도
더 높은 곳을 향해 끝없는 질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서는 절정을 맞이하는...
이제 막....새로운 사랑으로 진입하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의 함성이
가득 채워진다.
“그런데 금잔디!
아니타 버전 말고 금잔디 버전은 뭐야?“
“아직 몰라?”
“뭔데?”
“끝내준다 왜?”
“뭐야?”
“킥킥--
샤또에서 준표 오빠랑 통화하다가 얼결에 말해버렸잖어.
기억 못해?
난 아는 줄 알았지?
그래서 아니타 버전으로 말해준건데?
으허헝~~“
“하하하하----
사랑해 금잔디!
너야말로 진짜로 끝내줘!
최고야.
넌 언제나 굉장해!“
열기....
갖 결혼한 신혼부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열기 속으로....
두 사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열렬히 기꺼이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서로의 들숨과 날숨이 만나 그 숨의 리듬을 타고 잔디의 안을 깊숙이
드나드는 지후는 불꽃을 만드는 부싯돌처럼 잔디의 몸 안에
불꽃을 붙이고 타오르게 만들어 버린다.
지후가 지피는 부싯돌에 의해 일어난 불꽃을 지후와 함께
태우기 위해 잔디의 몸짓 또한 부산스러워진다.
잔디의 안에 자신을 깊이 담글 때마다 지후의 넋은 오로지 잔디의
세상만을 부르짖으며 자신이 스스로 일으킨 불꽃에 스스로 뛰어들어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기꺼이 불타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안으로 힘차게 밀고 들어오는 지후의 열정을
고스란히 받아낸 잔디 또한 지후의 분신을 한껏 머금고
꼭 조이며 지후가 주는 환락의 세계에 기꺼이 몸을 던져 넣는 것에
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다.

한바탕의 열기가 홅고 지나간 후.
나른함에 빠진 두 사람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룸서비스를 주문했지만 시무룩해진 잔디의 표정을 보다 못한 지후가
늦은 외출을 감행했다.
저녁이 와가는 어스름한 시간.
일몰시간을 기준으로 문을 닫는 다는 지후의 말은 아랑곳 않고 그래도
가보자는 잔디의 바램대로 에펠탑으로 달려갔다.
전망대를 오를 순 없었지만 밝혀지는 불빛들로 화려해진 에펠탑의
근사한 전경에 푹 빠져 버린 잔디는 배고픔도 잊은 듯 한동안 그
곳을 떠날 줄 몰랐다.
고개를 잔뜩 젖힌 잔디의 하얀 목덜미와 그로 인해 푹 패여 버린
쇄골이 지후의 눈 안으로 들어오자 후끈 끼쳐오는 열기에
지후는 속으로 자신을 향한 거친 욕설을 내뱉고야 만다.
‘윤지후 정말 미쳤군! 때와 장소도 가리질 못하다니...’
속엣 말을 지껄이다 잔디의 배꼽시계를 걱정하게 된 지후는
일단 배고픈 수달을 좀 달래놓고 나와서 다시 파리 밤거리를
걷는 게 어떻겠느냐고 잔디를 설득했다.
파리에 머물던 시절 드나들던 지후의 단골 레스토랑으로
잔디를 데려가는 지후.
넘쳐나는 사람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다시피하는 레스토랑의
모습에 잔디의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입 다물어. 먼지 들겠다 금잔디”
“세상에.... 우리가 여기서 밥을 먹긴 먹을 수 있는 거야 선배?”
“충분히. 조금 기다려봐. 분명히 먹을 수 있을 테니.
이래봬도 여기 되게 유명해.
값은 저렴하고? 양은 무지 많고? 맛은 기차게 좋고!
삼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곳이거든.
게다가 친절한 서비스는 옵션으로 딸리지.
가난한 유학생들에겐 천국과 같은 곳이야“
“딱 내 스타일이네?”
“그래! 네 스타일....
그게 이곳에 오는 가장 큰 즐거움 이었지!“
“...........!!!”
“너라면 분명 여길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네가 파리에 있었다면 넌 아마 점보라면 집을 드나들 듯
이곳을 드나들었을 걸?”
지후의 말에 물끄러미 지후의 얼굴을 보는 잔디.
그 눈길을 의식하곤 빙그레 웃어주는 지후.
그 때 멀리서 누군가 지후를 향해 달리다시피 해 다가온다.
콧수염이 아주 인상적인 인상 좋은 남자는 지후에게 다가오자마자
덥석- 지후를 끌어안기부터 한다.
“이게 얼마만이야 윤~~”
“잘 있었어? 크리스티앙?”
순간 멈칫!
몸을 굳히는 남자.
활짝 웃으며 말하는 지후를 낯이 설다 는 듯 바라본다.
그 반응을 예상했던 듯 다시 한 번 크리스티앙이라는 남자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는 지후.
지후의 변화를 눈치 채곤 재빠르게 지후를 향해 마주 웃어주는 남자.
그 식당의 지배인이라는 크리스티앙.
그는 자리가 나자 두 사람을 직접 안내해 주고 음식도
직접 날라다 주었다.
도통 없는 일이라는 지후의 설명이 없었다면 늘 그랬을 것 같은
친절하고 친근한 모습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그곳에서의 식사는 풍요롭고
굉장히 즐거웠다.
결혼한 아내와 함께 온 지후를 맞이한 지배인은 사람 좋은 웃음을
시종일관 머금으며 식사가 끝이 날 때까지 직접 음식들을
날라다 주었으며 발음 좋은 영어로 잔디에게 친절한 설명과
먹는 법까지 세세하게 일러 주었다.
그리고 지후를 지후의 이름이 아닌 성만을 따서 ‘윤’ 이라고 부르는
크리스티앙이라는 이름의 그 지배인은 식사가 끝나가고
디저트를 내올 쯤 잔디에게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너무 무거워 곧 땅속으로 꺼지거나 물속으로 가라 앉아버릴 것처럼
무겁기만 하던 윤을 이토록 환하게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마담이었군요!
윤이 행복해 보여서 참 좋습니다!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던 눈빛이었어요.
늘 누군가를 생각하는 눈빛이었죠.
그 생각이 너무 깊어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채 혼자 멍하니
어딘지 모를 곳에 가 있는 모습 때문에 내가 아주 속이 다
시커멓게 탔었지요.
이 혼잡한 식당에 와서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나갈 줄 모르는 손님.
그게 젤 안 반갑거든요. 하하하--“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 속에 지후를 염려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잔디의 마음이 뭉클해진다.
너털웃음을 웃던 크리스티앙의 얼굴이 웃음이 걷히면서는
금세 진지해져 버린다.
“그게 누구냐고 농담으로라도 물어볼 수가 없었죠.
감히 물어 볼 수가 없었어요.
그 이유는....
너무 고통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정작 그 때문이 아니었어요.
진짜 이유는 그 생각의 끝에 보이는 윤의 희미한 미소 때문이었죠.
언제나 그랬어요.
생각에서 깨어나는 그의 얼굴의 마지막엔 늘 희미한 웃음이...
감지할 수 있는 희미한 행복이 보였어요.
그게 이유였답니다.
윤을 이 식당에서 쫒아내지 못한 이유 말입니다. 하하하---“
진지한 말끝을 역시 웃음으로 맺었지만 잔디는 크리스티앙의
말속에 스며있는 지후의 모습을 충분히 그려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오늘 이렇게 웃으며 나타나다니....
마담은 아주 대단한 일을 한 겁니다.
그 때 윤의 얼굴에 스치던 그 희미한 웃음과 행복...
그거 바로 당신이었던 거죠?
그렇지 윤?“
지후가 역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정겹게 지후를 향해
눈을 흘기던 크리스티앙이 잔디의 손을 덥석 잡는다.
“마담! 앞으로도 윤을 계속 웃게 만들어 줄 거죠?”
잔디 역시 지후처럼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세 사람 모두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크리스티앙이 쥐고 있는 잔디의 손을 지후가
슬쩍 빼내어 자신의 손안으로 집어넣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티앙이 정중한 목례를 하고 물러가자 잔디가
말없이 지후를 바라본다.
“왜?”
잔디에게 왜 그러냐고 묻는 지후를 말없이 바라보던 잔디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지후의 뺨을 감싼다.
“행복해?”
“응?”
“크리스티앙 말대로 선배 지금 행복하냐구!”
“그걸 말이라구?”
“됐어 그럼!”
지후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는 잔디.
자신의 뺨을 폭 감싸고 있는 잔디를 물끄러미 보다가
잔디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역시나 빙긋이 웃는 지후.
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보는 크리스티앙.
두 사람의 입가에 스며든 미소가 무척이나 닮아있다고 느끼는 건
그만의 착각은 아닌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은은한 불빛들이 수놓은 거리를 서로의 어깨와 허리에
팔을 감고 꽤 오랫동안 걸어 다녔던 두 사람은 세느강의 다리위에서
강물을 내려다보는 것을 끝으로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온 잔디는 레스토랑에서의 크리스티앙의 말이 자꾸만 떠올라
지후보다 먼저 샤워를 마치고 첫날밤 그토록 수줍어서 절절매던 가을의 선물인
그 야하기 그지없던 슬립을 입고 지후를 기다렸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마음도 몸도....
4년 동안 혼자서 벌 받으러 떠나왔던 지후의 유럽.
그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프랑스.
혼자서 아프고 외로웠을 그곳에....
그곳에 지금 잔디는 지후와 함께와 있다.
함께 온 지금...
잔디는 지후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다른 때보다 조금은
오래 걸리는 지후의 샤워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딸깍-
욕실 문이 열리고 허리에 새하얀 수건만을 두르고 마르지 않은
촉촉한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나오던 지후.
두 다리를 곧게 쪽 뻗은 채 침대 맡에 기억자로 앉아 두 손을
꼼지락 거리고 앉아 있는 잔디를 발견하곤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선다.
“금잔디!”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지후.
하늘거리는 슬립차림의 잔디를 보자 그만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지후의 손길에 제법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아직도 너무나 많이
수줍어하는 잔디는 첫날밤이후로 도저히 야해서 못 입겠다며
입지 않던 슬립이었다.
그러던 잔디가 그 하늘거리는 섹시한 슬립을 입고 자세는 마치
아주 얌전한 새끼고양이처럼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모습은 무척
대조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숨이 멎는 것 같은 지후.
잔디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걸음도 떼지 못하고 얼음땡! 이
되어버렸다.
“머....머....머리 마....마.....말려주까?”
지후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금방 자신에게로 달려들 거라고
부끄럽지만 흐뭇하기도 한 상상을 했던 잔디는 지후가
못에 박힌 듯 꼼짝을 않고 서 있기만 하자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 바람에 벌떡 일어나며 지후의 젖은 머리만을 쳐다보던 잔디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고 버벅대고 만다.
“어?”
“머.....머리 마...말려주께 내...내가!
서..선배도 내...내머리 마...말려 주..주잖아....”
벌떡 일어나는 잔디 때문에 지후는 또 한 번 화들짝 놀란다.
부끄러워하던 평소와는 다르게 스스로도 야하다고 신혼여행 내내
입기를 꺼려하던 슬립을 입고도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다니...
매끈하고 새하얀 다리를 움직여 자신에게 걸어오는 잔디를 지후는
그저 침만 꼴깍 꼴깍 삼킨 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다.
잔디가 드라이기를 찾아들고 지후의 팔을 잡아끌어 중세풍의
스툴에 억지로 앉힌다.
얼결에 끌려가 앉는 지후.
지이잉~~~
방안에 울리는 모터 소리.
그리고 따스하게 지후의 머리를 감싸는 공기들.
머리칼을 부드럽게 헤집고 있는 잔디의 손가락.
그리고 등으로 전해지는 얇디얇은 천의 느낌과 그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이 역력한 잔디의 심장과 잔디의 매끄러운 피부.
잔디의 손에 머리를 맡기고 있는 지후의 신경세포로 은근하게
전해져 오는 느낌들이 지후의 미세한 감각을 흐트러뜨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실내를 요란하게 울리던 모터 소리가 뚝- 멈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드라이기가 카페트 바닥으로 내리 꽂히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몸을 돌린 지후가 잔디의 허리를 잡아 그대로 지후의 무릎에 앉혀 버린 것.
“선배!”
“촉!”
“앞머리.....”
“촉! 초~오옥!”
“....가 아직....”
“촉!”
“덜...”
“촉촉! 초~오~~~옥! 촉!”
“....말랐나?”
“촉!”
“더....”
“촉촉촉촉촉~!”
“....말려야 할까봐 선배!”
“촉!
잔디야!”
잔디가 말하는 사이 사이 아무 말 없이 잔디의 입술에 연실
베이비 키스를 해대던 지후가 잔디를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부른다.
“응?”
“이 이쁜 옷 왜 입었어?”
“그게...저기.....”
“피식-
또 나왔네. 그놈의 저기.
이 옷만 입으면 자동으로 나오나봐?
그놈의 저기!“
“아니 그게 저기.....”
“아프지 마!”
“응?”
갑작스레 아프지 말라고 말하는 지후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잔디가 고개를 들어 지후를 본다.
“아프지 마! 잔디야!
아무것도 아니야!
이미 다 지나간 시간들이니까!“
“........................”
“그 시간들이 있어서...
우린 다시 만났으니까!
그리고 우린 지금 이렇게 행복하니까!
그러니까 아프지 마!“
“...........................”
“네가 그렇게 아파하면 나....
너와 함께 이 여행 계속 할 수 없어!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니까!“
“..........................”
“나는 말이지...?
이곳에서 나 혼자 너를 그리워하던 곳에...
너와 함께 가고 싶은 것뿐이야.
네가 비상계단에 내 재킷을 입고 가서 나를 소리쳐 불렀던 것처럼...
할아버지 진료소 바닥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었던 것처럼...
미술관 앞에서 그림을 그리며 나를 추억했던 것처럼....
달빛폰 광고판의 먼지를 닦아냈던 것처럼...
네가 나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던 그 시간들의 너처럼...
나도 널 그리워하던 곳들에...
나 혼자가 아닌 너와 함께 가고 싶은 것뿐이야!“
“선배!”
“그런데 그럴 때마다 아파하면....
난 널 데리고 널 추억하던 곳들에 못가“
“...........................”
“그냥....
지후 선배가 혼자였던 그곳에...
내가 함께여서 참 좋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안될까?
왜냐하면...
나에겐...“
“.........................”
“그곳에 함께 가는 사람이 너여야만 하니까!“
“선배!”
“착하지? 우리 잔디!
그럴 수 있지 예쁜 수달?“
고개를 끄덕이는 잔디.
그런 잔디의 이마에 소중하게 촉! 하고 또 다시 베이비 키스를
날리는 지후.
“미안해 선배.
아프게 해서!
내가 아프면 선배가 아플 거라는 거 알면서...
그래서 아파하지 말아야한다는 거 알면서...
그러면서도 아깐 잘 안됐어 그게!
막상 크리스티앙의 얘기를 들으니까...“
“그래! 알아!
그래서 말하는 거야!
안 그럼 넌 계속 그럴 거니까!
넌 너의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거든!“
“피식-
그게 읽혀져?“
“그럼!”
“신기하다!
그럼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겠네?”
“당연하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유혹!”
“어?”
“당신을 유혹하고 싶다!
유혹하고 싶다 윤지후!
어때? 정확히 맞췄지?”
“흠흠----”
얼굴이 발개진 채 헛기침을 하는 잔디.
“풋-
봐봐 숨기질 못해.
아니라고 반박도 못해 우리 순진한 수달은....!“
“힝~~선배!”
지후의 무릎에 앉아 여전히 발그레해진 얼굴로 지후의 등짝을
콩콩 때리는 잔디.
그런 잔디의 머리를 계속 쓸어주다가 뺨을 가만히 손안에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잔디의 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지후.
그 눈길이 어느 때보다도 부드럽다.
그 눈길을 행복하게 받으며 잔디가 지후를 향해 말한다.
그 목소리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진심이 담겨진 목소리는 지후의 가슴을 깊게 울려준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선배를!
그래서.....“
“그래서 이렇게 용기를 낸 거야?
꽁꽁 감춰두었던 이 옷을 꺼내 입을 정도로?
나를 위해서?
이 윤지후를 위해서?“
발갛게 물든 얼굴로 수줍어 고개만을 끄덕이는 잔디.
예쁘다! 이 아이!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이 아이!
내 여자다!
이제 내 여자고 내 사랑이고 내 아내다!
조금은 격하고 거칠게 잔디를 두 팔 안으로 꼭 안아버리는 지후.
잔디를 안은 두 팔에 잔뜩 힘이 주어진다.
잔디 또한 지후의 등에 감은 두 팔에 힘을 주어 지후를 꼭꼭 안아준다.
“기대되는데?
나를 어떻게 유혹할지!“
잔디를 안은 팔을 풀지 않은 채 말하는 지후.
쿡- 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리는 잔디가 느껴져 지후의 입가에도
미소가 어린다.
지후의 품에서 벗어나 지후를 향해 조금은 장난 끼를 담은 채
실눈을 뜨고 말하는 잔디.
“기대.....”
“............................“
“...........해도 좋을 거야 윤지후!
난 지금부터 귀여운 수달의 탈을 벗어 던지고
당신을 홀리는 당신의 작은 마녀가 될 참이거든!”
“헉!”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지후의 가슴 끝 돌기를 불시에 베어 무는
잔디의 재빠른 행동에 자기도 모르게 튀어 나온 짧은 신음.
그 신음 소리에 잔디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잡힌다.
“헉! 자...잔디...야....! 하아~~”
“나도 이 말을 나도 꼭 해보고 싶었어 선배!”
“무...무슨 말!”
“맛있다!”
“풋-
금잔디!!!“
그러나 잔디는 지후에게 웃을 시간을 주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지후의 가슴에서 서서히 가슴골을 따라 입술을 움직이던 잔디가
재빨리 입술을 지후의 목덜미에서 멈춘 채 언젠가 지후가
잔디에게 그랬던 것처럼 잘근~ 지후의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는다.
조금은 세게 콕- 깨물어 버리는 잔디.
“하악~ 금잔디 너....”
지후의 말 같은 건 이제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잘근 깨물었던 곳에
입술을 대고 깊고 강하게 빨아들이는 잔디.
고개를 잔뜩 젖힌 채 잔디의 입술을 느끼는 지후의 입에선
어쩔 수 없는 신음들이 튀어 나온다.
갑작스레 이어지는 잔디의 도발에 숨조차 쉬기 어려워진 지후가 숨을
헉헉거리는 동안 입술을 잠시 떼어낸 잔디가 이미 붉어져가는 그곳에
손가락을 가져가 동그랗게 원을 그린다.
“당신이....내꺼라는 이 도장.....
이 표시는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다가 곧 사라지겠지?
하지만....
여기에 담아 놓은 내 마음은...
내 사랑은... 옅어지지 않을 거야.
오히려 점점 더 짙어질 뿐이지!“
뜨거운 눈길로 지후의 두 눈을 응시하던 잔디는 또 다시
그 붉은 자국에 입술을 가져간다.
이번엔 아주 부드럽게 혀끝으로 조심조심 할짝인다.
잔디의 혀끝이 주는 말로는 어찌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아찔함에
저절로 두 눈이 감기는 지후의 입에선 자기도 모르게 작은
신음들이 새어 나온다.
목덜미에 머물렀던 입술을 이번엔 지후의 입술로 옮겨가는 잔디.
그대로 지후의 입안을 파고들어 재빨리 지후의 혀를 낚아채듯 잡아내
역시 강하게 세게 빨아들이며 지후의 머리칼 속으로 손가락을
강하게 찔러넣은 잔디.
밀고 들어오는 잔디의 달큰하고 말캉하고 귀여운 혀를 열렬히
환영하는 지후의 혀가 마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듯 잔디의
입안으로 침범을 하고 입천장과 치열을 하나하나 점령해 나가자
이번엔 잔디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잔디가 지후에게 먹히고 있는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지후의 무릎에서 일어나자 지후도 따라 일어선다.
잔디를 그대로 품안으로 끌어당기고 허리를 강하게 받쳐 안은 지후.
잠시 입술을 떼내곤 잔디를 그윽하게 바라보는데 이미 눈빛은
강한 열망으로 짙어져 있다.
“섹시하다 우리 선배 눈빛!
분명 지금 날 원하고 있는 거 맞지?
그럼 나 성공한 건가?
선배를 유혹하는 거?“
“그건 더 두고 봐야 알지?”
“그래?”
“그렇다면 2단계 작전으로 돌입해야겠는 걸?”
“2단계라...
그게 뭘까?
자못 기대가 되는데? 섹시한 수달!“
잔디가 지후의 품에서 잠시 벗어나 두 팔을 들어 만세를 부른다.
잔디의 허리에 두 팔을 얹은 지후가 두 눈으로 뭐? 하는 눈빛을 보내자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띠며 속삭인다.
“날 보고 싶지 않아요?
이 거추장스런 헝겊을 좀 제거해주지 그래요?“
잔디의 말에 빙긋이 미소를 짓던 지후.
허리에 얹었던 두 손을 슬립 끝으로 가져가 슬립 속으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거슬러 올라가 슬립은 그대로 놔둔 채
그 안의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고 끈이 달린 슬립의 겨드랑이 사이로
브래지어를 빼낸다.
툭-
바닥으로 수직 낙하하는 작은 속옷.
봉긋한 가슴을 꽁꽁 조여매고 있던 브래지어가 사라지자
꽁꽁 갇혀 있던 잔디의 가슴이 해방을 맞이한 듯 부풀어 올랐다.
지후의 손가락이 돌기 끝을 살짝 문지르자 금세 꼿꼿해진 돌기가
투명하고 얇은 슬립을 뚫고 나오기라도 할 듯 바짝 곤두서자
지후에게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 탄성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잔디의 검은 숲을 가리고 있던
작은 팬티마저도 손가락으로 끌어내려 발가락 끝으로
받아 잡아내려 버리는 지후.
하늘거리는 슬립 안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잔디의 나신은
미치도록 황홀함으로 지후를 인도한다.
때로는 적나라함보다 희미함과 아스라함이 더욱더 애를 닳게
할 수도 있나보다.
얇은 슬립 안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잔디의 나신은 지후로 하여금
끄응- 하는 신음을 내뱉게 만들고 말았으니 말이다.
금방이라도 뚫고 나오려는 가슴 끝 돌기와 어렴풋이 보이는
잔디의 검은 수풀은 지후의 신경 세포를 깡그리 마비시켜 가고
있었을 뿐 아니라 끝없이 뻗쳐오는 욕망에 온몸이 저릿저릿하다 못해
아파오기까지 한다.
“예뻐!
너무 예쁘다 우리 잔디!“
“..........................”
“완벽한 성공이야!
이미 날 미치게 만들어 버렸으니까!“
지후의 입술이 그대로 얇은 슬립을 뚫고 나올 듯 솟은 돌기를
덥석- 베어 문다.
그리고 슬립채로 강하게 흡입하듯 빨아 당기는 지후의 혀.
지후의 입술과 천 사이로 느껴지는 기묘한 느낌에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오는 잔디는 자기도 모르게 지후의 팔뚝을 그러잡고 손톱을
깊이 박아 넣는다.
“하아~~
잔디야!
미칠 것 같아!“
입술을 떼어낸 자리엔 지후의 타액으로 흥건히 젖은 얇은 슬립과 함께
단단히 솟은 돌기 끝이 더할 수 없이 도발적이고 색정적이다.
얇은 헝겊을 곧바로 뚫고 나오기라도 할 듯 꼿꼿하게 솟은 돌기는
돌기를 조여들 듯 젖어서 착 달라붙은 옷감의 감촉과 갑자기 노출된
차가운 공기로 인해 더욱 더 팽팽해지는 느낌에 지후의 혀가 이미
물러갔음에도 짜릿해져오는 몸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잔디.
그 때 그렇게 솟아오른 촉촉한 돌기 끝에 후~ 하고 입김을
불어 넣자 자지러지듯 몸을 바르르 떠는 잔디.
“하악~ 선배!“
“말했지?
완벽한 성공이라고!“
지후의 입술이 남아있는 다른 쪽 가슴으로 옮겨 간다.
이제 그 어떤 기대감에 미리 온몸을 떠는 잔디.
다가온 지후의 입술로 인해 현기증마저 느껴져 비틀 거리자
한손으로 재빨리 잔디의 허리를 잡아주는 지후.
유혹은 잔디가 먼저 시작했음에도....
오히려 지후가 되돌려 주는 짜릿한 유혹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된 잔디는
그저 지후의 머리칼과 단단한 팔뚝에 손톱을 박아 넣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머지 한쪽 돌기 끝마저 지후의 타액으로 젖어버린 얇은 옷감 속에서
바짝 곤두서고 지후의 손은 이윽고 슬립 안으로 들어가
어렴풋이 보이는 잔디의 검은 수풀 속의 정점을 찾아
조금은 거칠게 헤집고 들어간다.
지후의 손가락이 잔디의 깊은 곳을 향하자 허리를 잔뜩
구부리는 잔디의 입에서 쾌락의 신음이 쏟아지고
부지런히 잔디의 깊은 곳을 드나들던 지후의 손가락이
흥건히 젖어 올 때쯤 지후는 잔디를 번쩍 안아 올려
침대에 누이고 망설임 없이 잔디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리를 잡은 후 단번에 잔디의 안으로
자신의 거대한 불기둥을 밀어 넣었다.
“아흑~~”
자시느이 몸안을 가득 채우고 들어오는 거대함을 단번에 삼켜버린
잔디의 비명 같은 신음을 시작으로 그렇게 또 두 사람은
폭풍 같은 열기에 휩싸여 갔고...
어느새 벗겨진 건지 모른 채 알몸으로 하나가 되어 버렸다.
지후의 허리에 달랑 감겨져 있던 타월도....
잔디가 입고 있었던 얇디얇은 슬립도 언제 벗겨진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개의 나신은....
마음속에 가진 사랑을 마음껏 표출했고 서로의 몸에 탐닉했고
욕심내는 만큼 자신을 내어주기에 바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꽉 채워오는 지후의 몸을 잔디는 기쁘게 맞아들이며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열정을 구지 숨기려 하지 않았다.
터져 나오는 신음 또한 숨기지 않았고 더욱 더 깊이 파고 들어오려는
지후를 기꺼이 맞이하여 조이고 또 조였다.
“하아~ 잔디야!
터질 것 같아. 내가 네 안에서 터져버릴 것 같아!“
“그럼 터뜨려요!
내가 다 받아줄게! 다!“
그 순간 그들에겐 다른 건 남아있지 않았다.
서로의 마음과 사랑이 충만한 몸짓으로 서로를 갈구하고 그만큼을
채워주기에 급급했을 뿐...!
서로에게 절정의 끝을 선사하기 위해 폭풍처럼 몰아붙였을 뿐...!
내가 윤지후 당신을 사랑한다는....
내가 금잔디 너를 사랑한다는....
서로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 내는 육체의 향연 앞에서
더 할 수 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마음껏 부서졌을 뿐.....!
다른 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서로를 향해 절절한 마음을 담아 속삭이는 사랑의 밀어와
달콤한 고백들만이 뜨거운 열기가 가득 찬 방안을 떠돌아 다녔다.

새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뽀얀 아침을 맞이한 이튿날...
잠시 휴전(?)의 시간이 불어 닥쳤다.
잔디에게 달거리가 닥쳐 온 것.
이제 막 육체의 달콤한 향연을 알아가는 두 사람.
지치지도 않고 끝없이 서로의 몸을 탐닉하던 두 사람에겐
약간의 인내의 시간이 불어 닥친 것이다.
특히나 이제 막 스물다섯의 건장한 청년으로서 폭풍을 맞이한
지후의 몸은 더더욱 커다란 인내가 필요해진 것!
“아! 어떻게 견디지!”
혼잣말을 하는 지후를 피식- 웃으며 바라봤던 잔디.
‘앞으로 며칠 동안은 큰일났군!
결혼식 날 생리를 하지 않는 건 다행이지만...
하필이면 신혼여행 중에 생리라니...‘
조금은 난감했지만 여행 기간이 한 달 예정이었으니
언제 불어 닥쳐도 닥쳤을 일이긴 했다.
조금은 심하게 생리통 배앓이를 하는 잔디에게
서서히 시작되는 생리통.
곁에 있는 지후에게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컨디션이 처지는 건 막을 수가 없다.
그토록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잔디를 못살게(?) 굴던 지후는
잔디의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의연(?)하게 잘 참아 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예비로 몇 개 가져온 생리대가 다 떨어진 탓에
호텔 근처 대형 슈퍼를 함께 간 지후는 생전 가까이 해보지 않은
물건이었던 탓에 생리대 코너를 찾아 헤매다 생리통으로 힘들어 하는
잔디의 낯빛을 보곤 슈퍼 직원을 붙잡고 민망함을 무릅쓰고
생리대 코너를 물었다.
정작 민망함을 무릅쓰고 물어 본 지후의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은
태연한 얼굴로 친절하게 생리대 코너까지 지후와 잔디를 안내해주는 직원.
메르씨! 하고 감사 인사를 하는 지후에게 싱긋 미소마저 지어준다.
잔디보다 지후의 얼굴이 더 벌게지는 순간이다.
무엇을 사야할지 모르는 지후가 잔디를 생리대 코너 앞에 세워놓곤
지후와 마찬가지로 벌게진 잔디의 얼굴이 귀여워 앞머리를 한바탕
흐트러뜨리곤 지후 또한 처음 하는 경험에 조금은 민망해져서
조금 떨어진 샴푸와 화장품 코너로 슬쩍 몸을 움직인다.
헛기침을 몇 번 한 잔디가 포장지에 인쇄된 그림을 보고
적당한 것을 골라 뒤로 감추고 지후에게 다가가자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통째로 쥐어주고는 손등을 몇 번 톡톡-
두드려 준다.
다다다- 뛰다시피 계산대로 간 잔디가 후다닥 계산을 마치고
커다란 슈퍼 봉지에 달랑 생리대 한통을 둘둘 말아 지후보다 먼저
슈퍼 바깥으로 총총 사라진다.
그 뒷모습에 웃음이 비어져 나오는 지후.
턱-
슈퍼 문 앞에서 기다리는 잔디에게 다가가 조금은 과장된 몸짓으로
잔디의 어깨에 팔을 두른 지후가 씨익- 웃어주자 잔디도 배시시
웃어버린다.
“에잇 차암~!
한국은 이런 건 보이지 않게 쌔까만 봉지에 담아주는데...”
괜히 멋쩍어서 퉁퉁거리는 잔디가 지후는 마냥 귀여워 자꾸만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그러나 그렇게 웃는 것도 잠시....
점점 낯빛이 하얘지는 잔디가 걱정스러워지는 지후.
약국에 들러 약사에게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생리통에 먹는
알약을 사고 재빨리 호텔로 돌아와 잔디를 쉴 수 있게 했다.
식사를 세심하게 챙겨주었고 샤워를 하고 나오자 잔디의 머리를
뽀송뽀송하게 말려 주었으며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곤 아프다는
잔디의 아랫배를 살살 문질러주기까지 했다.
언제 그렇게 달려들었더냐 싶게 몰라보게 얌전해진 지후의 모습이
문득 신기해지기까지 한 잔디.
불쑥- 지후에게 질문을 던진다.
“힘.....들어요?”
“뭐가?”
“아니....그게...저기.....
내가 지금은 선배랑 사랑을 나눌 수 없는 상태니깐...
그게...저기....“
“쿡-
그래서? 궁금하시다? 지금의 내 상태가?“
“그게...뭐...그렇다기 보다는...”
“이보세요? 금잔디씨!
아무리 내가 널 미치게 안고 싶어도.
새하얗게 질려서 그렇잖아도 하얀 얼굴이 백짓장처럼 돼버린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딴 생각은 안 나거든요?“
“헤---”
“아무래도 반성 좀 해야겠다”
“흠흠-- 아니 그게..저기...미안 선배!”
“풋- 너 말고 나”
“에?”
“내가 그렇게 짐승처럼 군거야?
아무래도 윤지후 반성 좀 해야겠네.
좀 얌전한 늑대가 되어야 겠어“
“아니 아니 그런 거 아냐 선배~~
뭐....그럴 것 까진 없는데....
그러니깐....아웅~ 난 몰라~~!!“
“하하하하---
“헤---”
멋쩍게 웃는 잔디에게 꿀밤을 톡- 놓는 지후.
대뜸 말한다.
“몰랐어!”
“뭘요?”
“그렇게 힘든 건 줄은....
매달 그래야 하는 거야?
매달 그렇게 아프고 힘들어서 어째?“
“안 그런 사람도 있어요.
난 좀 심한 거지!“
“에구-- 저런!
딱해 죽겠네.
대신 아파줄 수도 없구!“
“크극--”
“무슨 웃음소리가 그래?“
“갑자기 웃겨서.
남자가 달거리 하는 상상을 하니깐!“
“뭐야? 큭큭큭---“
“대신 아파주지 않아도 이렇게 옆에 있어주니까 좋다.
포근해! 선배 품이!
그래서 그런가?
평소 보단 덜 아픈 거 같기도 하고....“
“그래? 다행이네!
자면....잠들면 좀 덜 아프지 않을까?
아파서 잠도 잘 안 오나?
그래도 자도록 애를 좀 써봐!
내가 따스하게 이렇게 계속 배 문질러 줄게!
따스하면 좀 덜 아플지도 모르잖아.
잠도 잘 올지도 모르고!”
“웅~~
근데 선배”
“그만 자라니까 왜 불러?”
“그래도 얌전한 늑대는 되지 마”
“되지 마? 왜?”
“나...난 얌전한 늑대 지후보다 짐승지후가 더 좋아졌단 말야~~!! 히히--“
“뭐야~~? 푸하하하---
금잔디~~~~“
말을 마치곤 고개를 젖히고 웃어제끼는 지후의 얼굴을 따라가
입술에 촉촉촉! 기습 뽀뽀를 남기곤 복숭아 빛으로 발갛게 물든 얼굴을
지후의 가슴에 폭- 파묻는 잔디.
품안에 가득 잔디를 안은 지후의 가슴이 쿡쿡 거리는 웃음소리에
자꾸만 들썩이자 잔디의 귓불은 점점 더 붉어지기만 한다.
‘짐승지후라구?
짐승지후가 좋다구?
이 녀석!
이 고약한 녀석!
또 불 잔뜩 붙여놓고 저 혼자 자려고 그러지?
못됐다 금잔디!
강적이다 너.
내가 아무래도 인생 최대의 강적을 만난 것 같다 금잔디!
너 왜 이렇게 이쁜거야?
왜 그렇게 대책 없이 이쁜거냐구? 젠장!‘
지금 잔디 때문에...
너무 예쁜 잔디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몸 안에 또 다시 서서히 고개를 내미려는
불꽃을 차마 잔디에게 말 할 수 없어서...
내색할 할 수 없어서...
들킬 수 없어서....
구시렁 궁시렁 속엣 말만을 하는 지후다.
잔디의 이마에 입술에 부드럽게 입술을 누르는 지후.
따스한 손으로 잔디의 배를 살살 문질러 주는 지후의
부드러운 손길에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잔디는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런 잔디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손을 멈추지 않는 지후.
부드러운 잔디의 배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지후 또한
잠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었다.
새벽녘.
생리대 처리를 위해 자신을 안고 있던 지후의 품안에서
조심스레 몸을 빼낸 잔디.
화장실을 다녀오던 잔디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코끝은 시큰해지고 눈에는 금세 눈물이 가득 고여 온다.
잠이 든 지후의 손.
그 손은 침대위에서 여전히 원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잠결임에도 잔디의 배를 쉬지 않고 부드럽게 문질러 주던
지후의 손은 잔디가 잠시 화장실을 간 그 사이에도 침대 위를
마치 잔디의 배인 냥 문지르고 있었던 것.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울컥-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삼키는 잔디.
지후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여전히 침대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던 지후의 손을 살짝 들고 엉덩이와 등을
지후의 품안으로 밀어 넣고 자신의 어깨위로 지후의 팔을 올려놓는다.
잠시 움찔하며 품안으로 들어 온 잔디의 몸을 고쳐 안으며
지후의 손은 자연스럽게 다시 잔디의 배 위로 내려앉아 또 다시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잔디의 배를 문질러 준다.
가슴 가득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이 밀려오는 잔디.
손을 뒤로 돌려 지후의 볼을 감싸 쥐고 혼잣말을 한다.
깊이 잠이 든 지후가 들을 수 없지만 마치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사랑해 선배!
끝나면...
달거리가 다 끝나면...
내가 더 많이 사랑해주께!
내가 선배를 더 더 많이 사랑해 줄게!
대체 누가 당신을 내게 보내 준 걸까?
당신 같은 남자가 내 남자라서...
내 남편이라서...
너무너무 기쁘고 행복하고 고맙고 정말 정말 다행이야.
당신이 태어난 날짜마저...
당신이 태어난 그 시간마저 고맙고 정말 다행이야!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정말 다행이야!
내 남자 윤지후!
내 사랑 윤지후!
내 지후!“
고개를 뒤로 젖혀 지후의 입술위에 살짝 자신의 입술을 가져가는 잔디.
빙긋이 웃는 잔디의 얼굴에서 행복이 저절로 묻어난다.
다행스럽게도(?) 잔디의 달거리 기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다.
일주일을 넘게 하는 사람도 있다는 잔디의 말에 기겁을 하던
지후의 표정 때문에 잔디는 생리통으로 아픈 배를 움켜쥐고
침대도 모자라 바닥을 구르며 웃어댔었다.
컨디션의 난조도 풀려가는 잔디는 지후에게 그동안 미뤄둔
시내 산책을 하자며 졸라댔고 아무리 달거리가 끝나간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기분은 저조해 보이는데 괜찮겠느냐고 몇 번이고
확인을 한 후에야 힘들면 무조건 호텔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못을 박은 후에야 지후는 잔디를 데리고 에펠탑 전망대에 올랐다.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그곳에서 잔디는 환호성을
지르다시피 했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지후는 다짜고짜
잔디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다 왔어. 여기서부턴 혼자 가야돼!”
“응?”
“여기서부턴 혼자 가야한다구.
내가 같이 가줄 수도...대신 가줄 수도 없어!“
“왜?”
“여기 서 있다 보면 알게 될 거야. 네가 여기에 온 이유 말야”
너무도 진지한 지후의 눈빛과 말에 괜히 가슴 한쪽이 쿵- 하고
내려앉은 소리까지 들리는 그 순간 고개를 갸웃하던 잔디의 눈 안에
그 어떤 심벌 하나가 들어온다.
“선배~~!!!”
“푸하하하-
맞지? 도저히 같이 가줄 수도 대신 가줄 수도 없는 곳!
잘 다녀와 금잔디“
지후가 잔디를 데려간 곳은 잔디가 에펠탑엘 오르면 젤 먼저 가보겠다고
벼르던 화장실이었다.
지후에게 곱게 눈을 흘기던 잔디는 여자 화장실 앞으로 가서 줄을 섰다.
대여섯 명이 잔디의 앞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고 그 줄 끝에 서서 난간에
팔을 기대고 파리 시내를 굽어보고 서 있는 지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잔디는
방금 전 지후가 한말을 떠올려 본다.
“여기서부턴 혼자 가야돼!”
지후의 그 말에 자신은 왜 원인도 모른 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을까!
그렇게 의문을 갖던 잔디의 가슴속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 한 조각이 있었다.
언젠가 준표를 찾아 떠났었던 마카오에서 지후는 새벽에 잠을 깨워
잔디를 어디론가 데려갔었다.
그리고 그날도 오늘처럼 말했었다.
“여기서부턴 혼자 가야돼!”
그 때는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때의 지후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잔디를 향한 마음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걸!.
그럼에도 지후는 자신을 위해 기꺼이
또
그리고 말했었다.
지금부턴 혼자 가야한다고.....
“저 다리위에 있을 거야. 네가 여기 온 이유 말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곤 잔디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돌아섰던 그 때 지후의 뒷모습.
그 땐 그 뒷모습조차 헤아리지 못했었던 잔디다.
도대체 저 남자의 마음은 무엇으로 만들어 진걸까!
상념에서 깨어난 잔디는 지후에게 다가가 그 넓은 등에
얼굴을 가만히 묻는다.
등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고개를 살짝 트는 지후.
“뭐야? 벌써 갔다 온 거야?
아까 보니 네 앞에 사람이 대여섯 명은 족히 되던데...
혹시 새치기라도 한 거야?
음..우리 잔디한테 그런 재주가 있을 줄이야?“
“그냥...잠깐 이대로 있어 선배.
잠깐만....!“
“잔디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지후가 몸을 돌리려 하자 그대로
지후의 허리를 꼭 잡는 잔디.
“잠깐이면 돼 선배.
잠시만 이대로 있어!
갑자기 선배 등이 너무 넓고 따스해보여서 그래“
“뭐야 금잔디.
여기 지금 세계적인 관광지야.
사람들 무지 많은데 무지 용감해졌네 우리 수달 아가씨!“
“피식- 그러게. 선배 닮아가나 봐!”
“나? 내가 그렇게 용감해?”
“용감하지.
용감하지 않고선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그런..... 짓?”
잔디의 말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감지되는 지후는 버티는 잔디를
아랑곳 않고 몸을 돌려 잔디를 본다.
“금잔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젠....
나 어디 보내지 마!“
“.......................”
“나 사랑하면...아무데도 보내지 마 선배.
나 혼자 가게 하지 마!
나 혼자 가야 하는 곳이라면 보내지도 마!“
그제서야 지후는 잔디의 생각을 읽는다.
이 작은 아이는 지금 있는 곳은 파리의 에펠탑위지만
가 있는 곳은 마카오라는 걸.
잔디의 눈을 깊이 바라보던 지후는 아무 말 없이 잔디를
품안으로 끌어당긴다.
잔디의 정수리에 살짝 입술을 눌러주곤 안은 팔에 꼭 힘을 주는 지후.
“안 보내. 이제 아무데도 안 보내.
네가 간다고 해도 못 보내.
죽어도 못 보내 이젠.
그러니 안심해도 좋아!“
자신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지후의 목소리에 잔디는
지후를 안은 팔에 더욱 더 힘을 준다.
애초보다 점점 길어진 줄 끝으로 꿋꿋이 가서 선 끝에 잔디는 정말
그리 소원하던 에펠탑 전망대 화장실을 다녀오며 씩씩하고 당당한
표정으로 지후를 향해 브이 자를 그려보여서 지후를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그 환한 웃음이 눈부셔 잔디는 조금 전 죽어도 못 보낸다던 지후의
굳은 결심의 말이 떠올라 코가 다 시큰해졌다.
그 뭉클함을 숨기기 위해 화장실 가서 다 비웠더니 배가 몹시 고파졌다고
능청스럽게 말을 해서 또 한바탕 지후를 웃게 만들었다.
잔디가 고른 빵과 음료와 물 그리고 커피를 사기위해 스낵코너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는 잔디.
자신의 차례가 와서 능숙하게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고
직원이 주는 것을 받아들고 다시 잔디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지후의 눈이 갑자기 따스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웃음을 담아간다.
유럽 어디를 가던 사람과 따로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듯한 비둘기들.
그 비둘기 중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스낵코너 안으로
침입을 한 모양이다.
눈이 부실정도로 새하얀 털을 가진 비둘기 한 마리.
스낵코너 안으로 침입에 성공한 그 새하얀 비둘기는 어느 샌가
금잔디라는 새하얀 아이를 만나 친구가 된 모양이다.
비둘기와 최대한 눈높이를 맞추려는 듯 잔뜩 몸을 낮춰
쭈그리고 앉은 잔디는 스낵코너 어딘가에 떨어져 있던 빵조각을
주웠는지 잘게 부순 빵조각을 주변에 뿌려놓은 것도 모자라
손바닥에 빵 조각을 가득 쥐고 비둘기를 친구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이미 사람들과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비둘기는 그리 큰 경계심도 없이
잔디가 뿌려놓은 바닥의 빵부스러기를 콕콕 찝어 먹다가 이내 잔디의
손안의 든 빵조각에도 욕심을 부린다.
그 모습에 저절로 얼굴빛이 환해지는 잔디.
그리고 환해진 잔디의 미소에 저절로 맴도는 지후의 미소.
비둘기는 이제 아예 잔디의 손에 날짝 올라타고 빵부스러기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다.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잔디의 눈빛은 비둘기에게서
떠날 줄을 몰랐고 서서히 손을 자신의 눈높이로 들어 올렸다.
비둘기가 행여 날아가기라도 할까봐 숨도 쉬지 않는 듯한
잔디의 모습이 귀여워 지후의 입가엔 자꾸만 미소가 생겨난다.
바로 눈앞으로 손을 올리는 걸 성공한 잔디는 빵부스러기를
먹는 비둘기에 빠져 지후가 자신의 모습에 넋이 빠져 있는 줄도 모른다.
그러다 한 순간!
문득 빵부스러기에 집중하다 고개를 든 비둘기와 잔디의 눈빛이 마주쳤다.
그리고 아주 희한하게도 비둘기도 잔디도 서로를 마주 바라보듯 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이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사이인양 비둘기는 비둘기대로 잔디는 잔디대로
서로의 눈빛을 알아보기라도 하는 양 그렇게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던 것.
새하얀 아이 잔디와 새하얀 털을 가진 비둘기와의 만남.
그 속에서 부딪히는 눈빛들.
잔디 저 아이는 대체....
자연은 그들과 비슷한 사람을 알아본다고 했나?
잔디의 따스한 마음을 비둘기도 알아본 것일까!
아무리 사람 속에 사는 비둘기라지만....
어떻게 저토록 오래 사람의 시선을 응시할 수 있는 것인지....
그 모습이 너무도 신비로워 자기도 모르게 뭔가에 이끌려 주머니 속의
전화기를 꺼내 사진을 찍는 지후.
그런데 지후가 전화기를 터치하자 들리는 셔터 소리의 그 시간과 거의 동시에
어디에선가 미세하게 들리는 또 다른 셔터 소리.
예민한 지후의 귀엔 분명 그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는 지후의 눈에 자신처럼 잔디와 비둘기를 굉장히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서 있는 한 남자가 들어온다.
그리고 그 남자의 손에도 전화기가 들려져 있음을 본 지후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져 버린다.
방금 전 그토록 따스한 웃음을 머금었던 낯빛은 온데간데없고 얼음 같은
냉기만이 흐른다.
저벅저벅 남자를 향해 걸어가는 지후.
“지워!”
가타부터 그 어떤 이유도 대지 않고 남자를 향해 말하는 지후.
잔디와 비둘기의 모습에 빠져있던 남자는 불현듯 들려 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지후를 본다.
“뭐요?”
관광객일거라고 생각한 탓에 영어로 말을 했던 지후는 남자가
프랑스 말로 대꾸를 하자 이번엔 프랑스 말로 남자를 향해 말한다.
“지우라고!”
남자의 귀에 서늘하고 차가운 기운을 잔뜩 담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보면 이인분의 스낵과 물을 손에 든 남자가 자신이
얼굴이 아닌 자신의 손에 든 전화기만을 노려보고 있다.
가타부타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내뱉은 단 한마디의 말 ‘지워!’
남자는 다시 한 번 묻는다.
“뭐요?”
“지우라고 당장”
“당신...”
남자의 말은 거기서 끊겼다.
남자를 향해 쏘는 차가운 눈빛을 거두지 않은 지후가 남자에게
더 이상 말할 틈을 주지 않는 채 말을 막았기 때문이다.
“당신 같으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된 순간의 내 여자의 모습이
딴 놈 전화기속에 들어 있다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내 여자...”
“그래! 내 여자!
그냥 내 여자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여자!
내 아내이기도 하지!“
남자는 이를 악물다시피 하며 말하는 지후와
두 남자의 팽팽한 눈빛 같은 건 아예 눈치도 못 채고 여전히
비둘기에 빠져있는 잔디를 번갈아 본다.
남자는 조금은 긴장했던 눈빛을 풀며 전화기속에 저장된 사진을 열어본다.
잠시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남자가 지후를 향해 툭- 내뱉는다.
“정말 아름답군! 당신 여자!”
잠시 더 사진속의 잔디에게 눈길을 주는 남자를 지후가 거의
으르렁거리며 쏘아보자 남자는 순순히 삭제 버튼을 끄집어내어 누른다.
“잘 지켜! 당신의 행운!”
사진이 지워진 것을 확인했고 남자의 어투에 진심이 담겨져 있음을
감지한 지후가 쏘아보던 눈길을 거둔다.
“알고 있겠지만 아무에게 오는 건 아니라구!”
“그 정돈 나도 알아!”
“피식-”
나이가 꽤 어려 보임에도 나이가 꽤 지긋한 자신에게 반말을
툭툭 쏘고 있음에도 그런 지후가 밉지 않은 듯 남자는 입가에
지긋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가시가 꽤나 뾰족하군! 꽤나 아파!
하지만 이해는 해. 나라도 그럴 테니까!“
“............................”
“아름다움에 관한 본능이었을 뿐이야.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라구.
물론 가져왔다하더라도 당신에게 카메라를 통째로 빼앗겼겠지만...“
그 때 잔디와 비둘기를 발견한 꼬마 하나가 잔디의 손안에 있는
비둘기가 신기한 듯 마구 달려가는 바람에 푸드득 거리며 비둘기는
날아가 버렸다.
날아가는 비둘기를 뒤뚱거리며 쫒아가는 꼬마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짓고 마는 잔디.
그 웃음에 남자의 관자놀이가 살짝 추켜올려진다.
아직도 남아있는 손안의 빵부스러기를 내려다보며 아쉬움이
잔뜩 담긴 눈빛의 잔디가 스낵코너 쪽을 보며 지후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지후를 찾을 수 없자 놀랬는지 벌떡 일어나
금방 불안해진 눈빛으로 허둥거린다.
얼른 잔디 앞으로 달려가서 서는 지후.
그러자 지후의 목을 꼭 껴안아 버리는 잔디.
“아! 한눈팔다 선배 잃어버린 줄 알았어!
어디 갔었어? 잠깐이지만 무서웠어!”
“아! 미안!
네가 비둘기랑 너무 재밌게 놀길래 저쪽에서 보고 있었어.
저쪽에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네가 더 예쁘게 보일 거 같아서 말야“
“그래두 그렇게 시야에서 사라지면...”
“그렇게 겁났어?”
“응. 선배 껌되고 부터 선배가 옆에 없으면 불안해.
내 옆에서 선배 냄새 안 나면 불안해.
아~~ 나 한국가면 이제 어떻게 살지?
클났다 금잔디!“
“피식-
그러게. 큰일 났네!“
목에 감긴 잔디의 팔을 풀어내고 잔디와 두 눈을 맞추는 지후.
“잔디 너보다 내가 더 큰일 날 것 같아.
어쩌지?”
“피식-”
“나야말로 금잔디 껌떼놓구 출근을 어떻게 하지?
이참에 회사 잠시 접고 경영대학원이나 다닐까?
그럼 좀 더 붙어 있을 수 있을 텐데“
“어이구?
떠돌아다니면서도 리포트랑 화상통화만으로도 졸업한 선배한테
나 엄청 질투하는 거 알지?
근데 대학원까지?
난 아직도 턱걸이로 겔겔겔~ 거리는데?
그래봐야 졸업도 나보다 더 먼저 해버릴 거 아냐.
머리 좋다고 너무 뻐기신다?“
“뭐야? 하하하---”
환하게 웃는 지후의 미소에 주변이 다 환해지는 것 같다.
그 옆에서 따라 웃는 새하얀 아이 잔디의 웃음이 그 환함을
더욱더 부추긴다.
“음--- 여자만은 아니군!
그 웃음...남자인 나도 남자인 당신한테 반하겠군!
묘한 한 쌍인걸!“
주변에 자신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양 서로를 향해 웃어주고
웃음이 그치자 서로의 눈을 깊이 바라보는 지후와 잔디의 모습을
역시나 깊은 눈으로 바라보던 남자는 함께 온 일행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그들 속으로 파묻힌다.
무리에 이끌려 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이 꽤나 깊다.

기분 좋은 산책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온 그날.
두 사람에게 고급스럽게 금박이 박힌 초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준표의 손님인 걸 의식함인지 호텔의 캡틴 컨시어지가 직접 찾아와
전해준 봉투를 열어보던 지후의 입에서 낮은 신음과 함께 거친
말이 튀어 나온다.
“빌어먹을 제라르!”
“무슨 일이예요 선배?”
“내가 파리에 온 건 대체 어떻게 안거야?”
“선배 무슨....”
“잠깐만 잔디야. 잠시 후에 설명해 줄게”
잔디의 궁금증을 뒤로하고 지후는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이봐요 제라르!
대체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안거죠?
게다가 난데없는 파티라니...
뭐예요?
드레스? 젠장!
벌써 거기까지 손을 썼단 말입니까?
변한 게 없으시군요 당신은.
이봐요 제라르!
너무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난 지금 신혼여행 중이란 말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이게 무슨 만행이십니까?
우린 지금 둘이서만 25시간을 보내도 시원찮을 허니문이라구요.
그런 우리를 그 고리타분하고 따분하기 그지없는 파티에 초대를 하다니...
내가 갈 거라고 생각 한 겁니까?
뭐라구요?
이봐요 제라르!
협박할게 따로 있지.
어떻게 신혼여행 중인 새신랑에게 그런 협박을 하십니까?
나참!“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지후가 심상찮아 보이는지 잔디가
입모양만으로 왜 그러냐고 묻는다.
걱정스런 잔디의 얼굴을 보자 지후의 목소리가 조금은 수그러든다.
“알았습니다. 아내에게 물어보고 허락한다면 가도록 하죠.
언제고 이 원수 꼭 갚을 겁니다.
각오하세요! 제라르!“
뚝-
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전화를 끊은 지후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호텔방을 왔다 갔다 했다.
분명 심각한 문제임엔 틀림없는데...
그 속에 들어 있는 파티라는 말은 뭐지?
혼자서 머리를 열심히 굴리다 결국은 참지 못하고 지후를 부르는 잔디.
“선배!”
“아! 미안 잔디야.
이거 어쩌지?
아무래도 오늘 저녁 파티엘 가야할 것 같아“
“파티?”
“그래. 잔디 네가 젤 싫어하는 파티 말야.
오늘이 루브르 박물관 개관 기념일이야.
매년 이날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파티에 참석을 해.
관장을 비롯해 초대된 유명 인사들은 물론이고 사무직 직원들부터
청소를 맡고 있는 말단 직원들까지 동등하게 초대되어지는 파티야“
“그 파티에 우리가 초대된 거예요?“
“그래!
전직 청소과 직원이었던 윤지후.
그리고 수암 재단의 대표 윤지후 두 가지 자격이라는 군!“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관장 말이 관장실까지 허니문 향기가 솔솔 나서 알았다는데?”
“피식-”
잔디의 웃음에 지후도 같이 따라 피식- 웃고 만다.
“관장의 정보력으론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 건 아는데...
그렇다고 신혼여행을 즐기고 있는 우릴 초대까지 할 줄은 몰랐어“
“그런데 아까 선배가 나누는 말 속에 협박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던 걸 기억해요?”
“응. 아주 정확히!”
“무슨 얘기예요?”
“루브르 박물관 시스템 중에 말야?
벽 아래쪽에 교묘히 숨은 환풍 장치 같은 게 있어.
사람들 눈엔 전혀 보이지 않음에도 그 숨어 있는 한풍 장치가
박물관 내부를 아주 쾌적하게 유지 시켜주는 거지.
난 그 시스템을 수암 아트홀과 수암 미술관에 도입하려 하고 있어.
그런데 그 노하우를 쉽게 노출해 줄 리가 만무하지.
파리에 있는 동안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할아버지
이름을 팔면서까지 제라르 관장을 설득하고 회유하고 갖은 방법을
다 써봤는데 끔쩍도 안했거든.
그러다 얼마 전 드디어 생각 좀 해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냈었어.
그런데 방금 전 제라르 말이 이번 파티에 새 신부와 함께 참석하면 심사숙고
해보겠다는군.
대신 참석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나?“
“그럼 가야죠!”
“잔디 넌....”
단호하게 말하는 잔디에게 말을 흐리는 지후.
“선배!
샤또에서 내가 말했었지?
선배랑 결혼한 이상...
선배의 아내가 된 이상...
수암의 안주인이 된 이상 나도 노력할 거라구.
파티...물론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반드시 참석해야만 하는 파티라면 기꺼이 참석해야지.
더구나 그것이 선배를 위한 거라면...그리고 수암을 위한 거라면 더더욱“
“금잔디!”
“나도 이제 수암에 관련된 일이라면 그냥 넘어갈 순 없는 거잖아.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모를까 파티에 참석하는 일이
뭐 그리 어려워?
물론 꼭끼는 드레스에 높은 하이힐은 여전히 맘에 안 들지만
몇 시간인데 뭐.
그 정돈 참을 수 있어“
“그렇지만....”
“외국에 나와서 참석하는 파티라....재미있을 것 같아.
의사소통에 조금 문제가 있겠지만 그건 선배가 도와주면 되잖아.
아! 문제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드레스.
어떤 걸 입어야 하는 건지...
난 파티에 참석하는 거 보다 늘 더 어려운 게 바로 드레스야 선배.
가지고 온 옷 중에서 적당한 게 있으려나?
유명한 레스토랑에 갈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가을이가 넣어 준 정장이
두세 벌 있긴 하지만...
그건 파티와는 안 맞을 텐데....어떡하지?“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어째서?”
“이미 드레스가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일거야”
“엥~?”
“제라르가 네가 입을 드레스를 이미 보냈다는데?
물론 내가 입을 턱시도도 같이 세트로“
“설마!”
“제라르는 철두철미한 사람이야.
괜히 루브르 박물관의 관장이 된 건 아니란 거지.
다짜고짜 오늘 저녁에 있을 파티에 초대하면 당연히 우리에게
파티에 입고갈 옷이 없을 거라는 건 뻔할 테고.
그 핑계로 불참을 선언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옷을 보냈을 걸?“
“와~~
근데 우리 치수를 어떻게 알구?”
“아마 잘 알고 있을 거야.
그것도 너무도 자알~~
초대장을 보냈을 땐 이미 우리가 결혼식 드레스를 맞춘 한국의 샾에
문의 전화를 했을 걸?“
“와----”
그때 벨소리가 난다.
“벌써 도착한 모양이군!”
지후가 문을 열자 두벌의 옷이 걸린 행거를 밀고 들어오는 벨 보이와
뷰티 케이스를 든 프랑스 여성 두 명이 정중한 인사와 함께 들어선다.
“므슈~ 전 제라르 관장이 보내서 왔습니다.
파티 시간에 맞추려면 조금은 서둘러야 하겠는데요?
마담께선 화장을 하셔야 하니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얼떨떨한 표정의 잔디가 지후를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해 보인 지후가
잔디의 어깨를 잡고 욕실로 밀어 넣는다.
“참석하기로 했다면 늦지 않게 가는 게 좋겠지?”
지후의 말에 고개만을 끄덕인 잔디는 욕실로 들어갔고.
그 후의 시간은 잔디의 혼을 쏙 배놓고도 남았다.
두 여성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잔디를 앉혀놓고 세워놓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지고 드레스를 입혀놓기까지 무척이나
부산스러웠으며 모든 게 완성이 되었을 땐 새하얀 잔디의 몸에
입혀진 지중해 블루의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자신들이 입혀 놓고도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틀어 올려진 머리 때문에 드러난 하얗고 긴 목선에 감탄을
거듭했으며 유난히 뽀얗고 새하얀 잔디의 피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지중해 블루의 조화는 뭐라 말로 형언할 수가 없었다.
“마담! 너무나 환상적 이예요!”
자신들이 꾸며놓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실 감탄사를 내뱉는
두 여성은 동양에서 온 새하얗고 자그마한 여성이 이토록 신비로운
분위기가 날줄은 몰랐다는 듯 꿈을 꾸는 듯 한 눈길로 연실
잔디를 바라보았다.
이미 새하얀 턱시도로 성장을 마치고 잔디의 치장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창밖을 내다보던 지후는 두 여성의 감탄소리에 고개를 돌리다
우뚝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만다.
목과 귀에서 찰랑거리며 빛나는 다이아몬드보다 더욱 더 눈이 부신
잔디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던 지후.
“왜요? 이상해요?
가슴이 너무 파이긴 했죠?
치렁거리기는 또 왜 이렇게 치렁....“
“아니! 너무 예뻐!”
잔디의 투덜거림은 큰소리로 내지르는 지후의 감탄사에 먹혀 버린다.
“안 이상해요?”
“이상하긴....너무도 예쁜 걸?
내 신부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나?“
“피식-”
“파티에 가면 내 옆에 꼭 붙어 있어 금잔디”
“그건 왜요?”
“누가 훔쳐 갈까봐 겁난다.
너무 예뻐서!“
“치이~~”
“이래서 제라르에게 뭔 말을 못하겠다니까?
한 번도 보지 못한 널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드레스와 보석을 보냈을 리가 없지!“
핑크 다이아몬드.
귀하기로 소문난 핑크 다이아몬드의 목걸이와 귀걸이가 잔디의 목과
귀에서 반짝이고 있다.
“나 이렇게 계속 서 있어야 하는 거예요?
파티에 늦지 않으려면 이제 그만 가야할 거 같은데 선배?“
“아참! 내 정신 좀 봐!
네 모습에 흠뻑 빠져서 그만....“
지후가 잔디에게 팔을 내밀자 그 팔을 살며시 잡는 잔디.
잔디를 성장시킨 두 여성은 똑같이 넋을 놓고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너무도 기막히게 어울리는 한 쌍을 황홀한 듯 바라본다.
지후의 새하얀 턱시도와 잔디의 강열한 지중해 블루의 드레스는
나란히 서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대비와 함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이 부시게 만들었다.
게다가 두 사람의 맑고 투명하기 그지없는 새하얀 피부와
크고 맑은 두 눈은 꽤나 많이 닮아있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파티는 루브르라는 명성에 걸맞게 성대하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상류층만의 파티가 아니라는 점은 잔디를 조금은 편안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나란히 나타난 두 사람에게 제라르는 프랑스식의 인사를 거침없이 해댔고
자신이 선택한 드레스가 잔디에게 기막히게 어울리는 모습에 무척이나
흐뭇하고 유쾌한 듯....자신의 탁월한 선택이 만족스러운 듯....잔디를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짙게 날렸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이었지만 눈매만큼은 날카롭고 예리해 보이는
제라르는 잔디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왔다.
“제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담!”
잔디를 배려함인지 영어로 또박또박 말하는 제라르 관장.
“초대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한걸요!”
잔디도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으며 느리지만 또박또박한
발음의 영어로 답하자 미소를 보내는 제라르 관장.
“후는 행운아로군요?
이토록 아름다운 분을 신부로 얻었으니....!“
잔디의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는 제라르에게 손을 맡긴 채
의아한 표정으로 지후를 보는 잔디에게 지후가 웃음을 보내며 설명을 한다.
“제라르는 내 이름 끝자 만을 따서 ‘후’라고 불러”
“그렇구나!
크리스티앙은 선배의 성만을 따서 ‘윤’이라고 부르더니만....“
“동양 사람들의 이름이 어려우니까 대부분 자신들이 부르기
편한 것을 취해서 그래“
“그렇기도 하겠다.
그럼 내 이름은 더 어렵겠는데?
받침이 있으니“
“아마 네게는 잔디라는 이름의 앞자 만을 따서
쟌이라는 이름이 붙을 걸?
프랑스엔 쟌느라는 이름이 있으니 그렇게 불리기 쉬울 거야“
그 때 제라르가 지후의 예언을 맟춰 주기라도 하는 듯
잔디를 부른다.
얼굴엔 짓궂은 표정을 드리우면서...
“마담 쟌!
아! 쟌이라고 불러도 되겠지요?“
허락을 구하는 제라르의 말에 잔디는 하마터면 웃음을 뿜을 뻔 했다.
간신히 고개만을 끄덕이는 잔디를 역시나 웃음으로 지켜보는 지후.
“후가 이곳에서 일할 때 후를 연모하던 여성들이
무척 많았다는 사실을 아나요?“
“어머! 그런가요?”
“아마 오늘 마담 쟌이 후의 곁에 있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릴 여성이 꽤 될걸요?“
“제라르! 그만해요!“
“이봐 후!
자넨 이곳에 있을 때 수많은 여성들의 시선을 그토록 끌면서도
꿈쩍도 하지 않은 대죄를 지은 인물이야.
그 이유가 바로 마담 쟌때문이었군?
이걸 어쩌나?
상사병으로 아파하던 그 여성들이 오늘 자네 옆의 쟌을 보곤
자살을 할지도 모른다구“
“적당히 해두시죠 제라르!”
“마담 쟌!
당신은 어째서 이런 무뚝뚝한 친구를 사랑한 겁니까?“
“풋-
그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관장님?“
“몹시도?”
“음---
그 이유라면...아주 간단하답니다“
눈빛을 빛내며 잔디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제라르 관장의 눈빛이
마치 궁금해 미치겠어 하는 어린아이와도 같다.
“그 이유는.....제게만은 무뚝뚝하지 않거든요!”
“아하~~!”
제라르관장이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과장되게 치며 감탄사를 뿜는다.
“바로 그거였군요?”
“네! 관장님.
윤지후라는 남자가 제 앞에선 아주 따스하고 부드러운 남자인 건 물론이고
꽤나 말이 많은 수다쟁이라면 믿을 수 있으시겠어요?“
“설마....!”
“한국 속담 중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죠?”
“윽----
후는 자신을 흠모하는 수많은 여성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속인거군!”
가슴을 쥐어뜯는 시늉을 하는 제라르 관장 때문에 잔디의 입에선
유쾌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잔디의 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만다.
자그마한 동양 여인이 지중해 블루의 강렬하면서도
새하얀 피부와 너무도 조화로운 드레스를 입고
같이 따라 웃고 싶게 만드는 환한 웃음을 웃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단연 돋보이고 있었다.
가득이나 파티참석이 못마땅했던 지후는 은근 잔디에게 꽂히는
시선이 기분 좋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못마땅하기도 해 얼굴 가득
드러나는 표정이 시시각각 변한다.
아마 F4친구들이 지금의 지후 표정을 본다면
지후 저 녀석이 저토록 표정이 많은 놈이었나! 싶어 무척이나
어이없어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파티는 점점 무르익어갔고.
유쾌한 파티긴 했지만 역시나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분위기와
언어의 장벽들로 인해 피곤함이 점점 몰려온 잔디는
지후가 제라르 관장 옆에서 관장을 에워싼 중요 인사들과
한 치의 꿀림도 없이 당당한 모습으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클러치백을 손에서
달랑달랑 흔들어 보이며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제스처를 보낸다.
고개를 끄덕이는 지후에게 미소를 보내며 손을 들어 다른
사람들 모르게 작게 파이팅을 외쳐주는 잔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본 지후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지후의 미소를 의아하게 생각한 제라르가 지후의 눈길 끝을 쫒다가
잔디를 발견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살짝 치켜든다.
고개를 살짝 숙여 제라르에게 목례를 한 잔디가 몸을 돌려
파티장을 나가며 화장실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드레스를 받쳐 입는 한 여성이
누군가를 짙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잔디의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눈가엔 촉촉하니 이슬마저 맺혀있다.
그 눈길이 너무도 애닮아 자기도 모르게 몸을 돌려 그녀의
눈길 끝을 쫓는 잔디.
순간 헉! 하고 숨이 멎는 것 같다.
그녀의 눈길 끝에는 제라르 관장옆에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지후가 있다.
지후를 향한 상사병을 앓는 여성이 넘쳐났다던 제라르 관장의 말이 어째
빈말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몸을 돌려 길을 가려던 잔디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지후에게로 향했던
눈길을 황급히 거둔다.
아마도 잔디가 누군지 익히 아는지라 자신의 눈물을 들킨 것에 대해
무척 당황한 듯하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들어 버리고 마는 여자.
그만 눈에 가득 고였던 이슬은 한데 뭉쳐 툭- 떨어져 버리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여자의 손을 잡는 잔디.
너무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잔디를 올려다보는 여자의 눈에선
또 다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져 버린다.
잡은 손을 더욱 꾹- 잡아주는 잔디.
눈물을 흘리던 여자는 잔디가 자신을 적대시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한 눈빛의 잔디를
여자는 알아본 것이다.
윤지후 그의 아내지만....아니 어쩌면 그의 아내라서
알아본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여자는 한다.
눈에 눈물이 그렁한 채로 여자는 잔디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미소를 받아 잔디도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잔디는 지금의 이 상황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젠 자신의 남편이 된 남자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여자라....
화가 나야 할 일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화는 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가슴이 찡해져 온다.
저 남자!
끔쩍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후선배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눈길에 작은 흔들림조차 없었을 것이다 지후선배는.
지후를 기다리며 잔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프랑스 말을 할 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좀 더 따스한 위로를 보냈을 텐데...
잠시 잔디가 자신이 프랑스 말이라고는 인사말 밖에는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아쉬워하며 클러치 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여자에게 막 건네던 순간 파티장 안에서 소란이 인다.
“사람이 쓰러졌어요.
여기 누구 의사 없어요?
의사 없어요“
다급하게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돌려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잔디.
의사라는 말에 본능적으로 발길이 옮겨지고 말았다.
뛰어 들어가 보니 키가 엄청나게 커 보이는 한 남자가 자신의
심장께를 손으로 움켜쥔 채 쓰러져 있다.
고통스런 표정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 보인다.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간 잔디.
“의사 없어요?
의사 없어요?
난 의사가 아니예요.
제발 의사 선생 한분이라도 나타나라구요~~
제가 옆에서 도울게요~~
제발요~~“
그러나 좌중은 조용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잔디의 눈빛은 가슴을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보며 의사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이었지만
어디에서고 의사라며 손을 들고 나타나는 사람은 없다.
입술을 꾹 다물어버린 잔디가 다짜고짜 손으로 남자의 몸을
이리저리 더듬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잔디의 행동에 모두들 술렁대는데....
벌어진 사태에 잔디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이미
짐작을 한 듯 달려온 지후.
“잔디야!”
“찾아야 해 선배! 심장 발작 같아.
이 남자 옷 어딘가에 약이 있을지도 몰라“
“어! 그래!”
잔디의 말에 지후도 남자의 옷 여기저기를 뒤지는데
잔디가 다급하게 남자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다.
모두들 잔디의 돌발 행동에 기암을 하는데 잔디의 손끝에
작고 하얀 약병이 딸려 나온다.
침착하게 라벨을 확인한 후 약병의 뚜껑을 열어 알약을 꺼내 남자의 입에
넣어주는데 이미 정신을 잃어가는 남자는 약을 제대로 삼키질 못한다.
“물! 물!”
영어로 물을 외치는 잔디의 말에 누군가 물 잔을 내밀자 물 잔을
받아든 잔디가 약병에서 다시 알약을 꺼내 자신의 입안에 털어 넣고
물을 머금은 후 그대로 남자의 입술을 덮는다.
지후는 물론 둥그렇게 둘러싼 사람들은 이제 술렁이지도 못하고
약속이라도 한듯 조용해진다.
찬물을 끼얹은 듯 숨이 막힐 듯 이어지는 잠깐의 침묵 후 남자의
입술에서 떨어져 나온 잔디가 남자의 목에 손을 대고 맥박을 짚어보곤
얼굴이 흐려진다.
“제기랄! 멈췄어!
악~~ 호흡도 맥박도 모두 멈춰버렸다구!“
“잔디야 침착.....해..야”
재빠르게 기도 확보를 하고 남자의 입으로 호흡을 불어 넣고
흉부 압박을 규칙적으로 하고 호흡과 맥박을 체크하며 심폐소생술의
기본을 차근차근 시행하던 잔디의 표정이 점점 절망적으로 변한다.
“돌아오질 않아!
이대로라면.....빌어먹을!“
잔디가 벌떡 몸을 일으킨다.
그러다 자신의 옷차림을 보곤 욕설을 내뱉고 만다.
“젠장! 이놈의 치렁거리는 드레스!”
욕설을 내뱉던 잔디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느질 선을 따라
솔기 하나를 찾아내 그대로 잡아 뜯어 버린다.
쫘악---
조용한 실내에 드레스 찢기는 소리가 나고 연이어 힐을 벗어 던지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짧아진 드레스와 맨발로 남자의 몸을 타고 올라앉는
잔디의 모습에 또 다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건 아랑곳 않은 잔디는 두 손을 깍지 끼고
남자의 심장을 향해 있는 힘껏 연거푸 세 번 내리친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또 다시 연거푸 세 번씩 남자의 심장을 향해
깍지 낀 손으로 규칙적인 텀을 두고 내리치는 잔디.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간다.
“구급차는 부른 거겠지 선배?
그런데 왜 이렇게 안와?
이러다 이사람 죽어! 죽는다구~~~!!!!!
젠장맞을!“
잔디의 말을 들은 지후가 관장을 향해 구급차를 확인하는 순간에도
잔디의 심폐 소생술은 멈추지 않는다.
계속되는 잔디의 움직임에 숨을 죽이며 바라보는 사람들.
그 사이를 가르고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철커덕 거리며 다가오는 구급차 침대 소리가 가까워져 오고
구급 요원이 다가오자 잔디는 영어로 재빨리 말한다.
“빨리요! 약은 어찌 투약했지만 이미 숨이 멈췄어요.
기본 CPR(심폐소생술)은 소용 없었어요.
제세동이 필요합니다.
빨리! 빨리!“
구급 요원들이 산소 호흡기를 입에 대기가 무섭게 남자를
침대에 옮기자 잔디는 또 다시 침대위로 올라가 남자 몸을 타고
앉아 계속해서 깍지 낀 손을 남자의 심장을 향해 내리 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침대위에 올라앉은 잔디채로 구급침대는 구급차로 옮겨진다.
파티장의 모든 사람들의 혼을 빼놓은 채 사라져 가는 구급차.
제라르 관장의 배려로 파티장 앞에 마련된 차를 타고 구급차를
따라가는 지후의 얼굴에 서서히 먹구름이 드리운다.
파리의 병원 복도.
병원 의사들에게 남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환자를 넘긴 후의
잔디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 솔기를 찢어 짧아진 드레스와 맨발의 잔디가 지칠 대로 지친
모습으로 문이 닫힌 응급실을 등지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지후가 재빨리 다가가 잔디를 안는다.
“수고했어! 잔디야!
힘들었지!“
멍한 눈으로 지후의 가슴에 안긴 채 아무 말도 못하는 잔디.
복도의 의자에 잔디를 앉히고 어깨를 감싸는 지후.
“아무래도 선배!
우리 결혼식 때 짧은 미니 드레스를 입길 잘했던 거 같아.
난 기다란 드레스를 입으면 재수가 없나봐.
신화그룹 창립기념일 파티에서 준희 언니가 마련해준 그 기다란 드레스.
그 땐 간질 한자를 만나 혼비백산 하게 만들더니...
이번엔 심장 발작 환자라니.....제기랄!“
“......................”
“저 사람....
죽으면 어떻게!“
“잔디야!”
갑자기 잔디가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지후의 멱살을 잡으며 울부짖듯 말한다.
“저 사람 죽으면 어떡해?
어떡하냐구?“
“잔디야!”
“죽으면 어떡하냐구~~”
“정신 차려. 잔디야!
아닐 거야.
안 그럴 거야. 꼭 살아 날거야“
“너무 잔인하지 않아?
난 의사가 아니라구.
이제 겨우 본과 2학년 다니는 의사 지망생이라구.
그런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겨?
의사도 아닌 내가 CPR(심폐 소생술)을 하다니...
CPR 자격증도 없는 주제에 감히...
아무리 숨을 불어넣고 아무리 두들겨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았어.
이건 너무 잔인해.
나보고 어쩌라구.
의사도 아닌 나보고 대체 어쩌라구?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의사가 한명도 없을 수 있어?
어떻게 겨우 나 같은 것 한테...
겨우 나까짓것 한테 사람의 생명을 맡기냐구?
이건 말도 안돼.
의사도 되기 전인 내게 덜컥 사람의 생명을 맡기다니!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건데?
저 사람 죽으면 어떡해?
그러면 나 어떡해?
의사도 되기 전에 사람의 생명 하나를 보내버리면....
나중에 의사가 된들 나 어떻게 의사를 해?“
“아냐. 아냐 잔디야.
살아! 꼭 살아 저 사람. 왜냐면 금잔디니까.
금잔디는 늘 행운을 가지고 다니니까.
그러니까 꼭 살 거야“
겁에 잔뜩 질려 울부짖는 잔디를 위로하는 지후지만 그 순간
지후 또한 겁이 덜컥 난다.
만약...
저 사람이 살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어쩌면 잔디는 의사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의사가 되기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그 어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는 지후.
지후는 남자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잔디를 위해서 반드시 살아나기를
빌 지경이었다.
수영 특기생인 잔디가 의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지후로선 잔디가 수영을 포기했던 것처럼 의사가 되기를
포기하게 된다면 삶 자체를 버티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한 두려움마저 일었다.
“20여분이야!
그 시간이면 뇌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구.
살아난 다해도....
운이 좋아 살아 난다해도....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어.
사람을 못 알아본다든가...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다던가....
뇌의 기능이 마비가 돼버려서 사지가 마비될 수도...
흑흑---
너무해!
이건 정말 너무해!
흑흑---
너무 가혹해!
의사도 아닌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겨나는 거야?
왜?
어떻게 나 같은 것한테 사람의 생명을 맡기는거냐구?
신이라는 게 진짜로 있기는 한 거야?
있다면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해?
적어도 그 자리에 의사 한명쯤은 있게 했어야 할 거 아냐?
어떻게 풋내기 의사도 아닌 나 같은 거 하나 달랑 그 자리에 있게 하냐구?
그러고도 신이야?
그러고도 신이냐구?
무슨 신이 그래? 뭐가 그래 대체?
엉엉~~
저 사람 죽으면 나 어뜨케~
엉엉~~
저 사람 죽으면 내가 의사를 어떻게 해~~
내 손에 이미 죽어 나간 사람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엉엉~~
....의사를 하냐구~~
어떻게 의사가 되냐구~~
엉엉~~“
마구 외쳐대다 급기야는 엉엉~ 목 놓아 울어버리는 잔디가 너무도
위태로워 보여 지후는 잔디를 품에 넣고 으스러지게 안고 만다.
몸부림치며 신마저 원망하는 잔디가 애처로워 잔디를 안은 팔에
더욱 더 힘을 주는 지후.
그것 말고는 잔디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이
한스러울 뿐이다.
그렇게 터져버린 잔디의 울음을 쉽게 그치지 않았고 결국 잔디를 안은
지후의 가슴도 잔디를 따라 울어 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지후의 품에 안겨 꼼짝도 안하고 환자의 상태가 알려지기만을 바라는
잔디의 눈엔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뽀얀 맨발이 지후의 눈 안으로 들어오자 지후가 잠시 잔디를
품안에서 떼어 벽에 기대게 한다.
무너지듯 벽에 몸을 기대는 잔디.
천천히 자신의 구두와 양말을 벗은 지후가 잔디의 맨발에 벗은 양말을
신겨주고 그 발을 커다란 지후의 신발 안에 넣어준다.
그러나 잔디는 지후의 움직임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초점을 잃은 잔디의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던 지후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잔디 대신 맨발이 된 지후가 몸을 일으켜 의자에 앉은 후 벽에 기대놓았던
잔디를 끌어다 다시 품에 안는다.
지후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두 눈을 감는 잔디.
잔디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던 지후의 귀에 메마른 듯 하지만
분명한 어조의 잔디 목소리가 들린다.
“할아버지.....”
“응?”
“할아버지께 전화.....”
“........................”
“전화 해봐 선배!”
“지금?”
“응!”
“.......................”
“보고 싶어 할아버지!”
“잔디야!”
“언제고....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언제고 우리 할아버지께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선배!“
“........................”
“힘들겠지만....각오......”
“.......................”
“.........하고 있어야 할 거야!”
“...................그래! 그래야겠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란 참으로 잔인하다.
알면서도.....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대답을 내어놓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임엔 틀림없다.
“전화 해 선배. 해줘.
보고 싶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목소리 듣고 싶어!“
“얘기 나눌 수 있겠어?”
“아니!”
“그럼.....”
“선배가 걸어서 얘기해.
난 수화기에 바짝 귀대고 목소리만 들을게.
난.....산책 나왔다가 광장에서 자전거 타는 중이라고 하든가...
적당한 핑계를 대줘“
“그래 알았어!”
지후가 잔디를 안은 채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거는 동안 잔디는
스르르 지후에게서 몸을 떼어낸다.
전화기를 손에 쥔 채 다른 한손을 들어 그런 잔디의 볼을 감싸는 지후.
“할아버지? 지후예요.
그럼요! 잘 있죠. 아직 파리요.
곧 영국이랑 스페인으로 옮길 거예요.
축구단 관계자랑 미팅이요?
아니요. 안하려구요. 번거롭게 그럴 거 뭐 있어요.
그냥 관중석에 앉아서 응원이나 할까 해요 할아버지.
잔디요?
지금 자전거 타느라고 정신없어요.
저 혼자 남겨놓고 혼자만 신났어요.
그래서 할아버지 손자 심심해 죽겠어요.
삐졌냐구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신혼여행 온 신부가 신랑은 내쳐두고 저렇게 자전거 타는 일에만
신이 났으니 안 삐지게 생겼어요?
피식- 알았어요.
조심하라 그럴게요.
잔디가 그동안 공부에 지쳐선지 여행 내내 놀아도 너무 잘 놀아요.
협조하라구요?
알았어요. 할아버진 언제나 잔디 편이시죠?
할아버지한테도 삐질라고 해요.
아~! 저만 외롭다구요!
웃지 마세욧!
네! 재밌게 잘 놀다가 갈게요.
할아버지도 잔디 보고 싶으셔서 병나지 마시고 잘 지내고 계셔야 해요.
정원장님 찾아가셔서 검진 받는 거 잊지 마시구요.
잔디가 할아버지 걱정해요.
설마 잔디한테 걱정 끼치고 싶으신 건 아니시죠?
네! 잔소리 대마왕 윤지후 이만 끊을게요.
아무래도 잔디 자전거 잡으러 가야겠어요.
심심해서 더는 안되겠다구요.
아..그...그게요?
잔돈이 모자라서 한 대 밖에 안 빌렸어요.
피식- 네! 잔디한테 전해드릴게요.
어떻게 손자한텐 사랑한단 말씀도 잘 안하시면서 잔디한텐 그렇게
사랑한단 말이 후하세요?
진짜 삐져야겠다. 쿡-
네! 할아버지.
잔디랑 제가 할아버지 많이...아주 많이 사랑하는 거 아시죠?
오래오래 저희들 곁에 계셔 주셔야 해요?
아셨죠?
넵! 그럼 계속해서 즐거운 허니문 속에 빠져 들겠습니다.
또 전화 드릴게요~~“
지후가 평소와는 다르게 잔디를 위해 조금은 긴 통화를 한다.
“할아버지도 참....
신혼여행 간 것들이 자전거를 두 대 빌려서 나란히 같이 타지
왜 한 대만 빌렸냐고 호통을 치셔서 좀 당황했다“
석영의 목소리를 들으려 수화기에 귀를 바짝 대고 귀를 기울이던
잔디의 뺨을 쓸어주며 지후가 말하자 끊어진 전화가 아쉬운 듯
전화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전화기속에 마치 석영이 있기라도 한 듯 작게 속삭인다.
“나도 할아버지 많이 사랑해요!
그런데 할아버지....
나 어떡해요? 대답 좀 해주세요?
나 어떻게 해야해요 나.....“
또 다시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잔디.
잔디를 다시 품안으로 끌어들이며 잔디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지후.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잔디야!“
삐그덕—
응급실의 문이 열리고 한 무더기의 의사와 간호사가 나온다.
동시에 벌떡 일어서는 지후와 잔디.
두 사람 앞에 와서 서는 의사.
“므슈! 마담!
환자의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지후의 품으로 무너지듯 기대는 잔디.
다급하게 묻는다.
“상태는요?
장애가 발견되진....“
“아니요! 마담!
의사 지망생이라고 하셨나요?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20여분 숨이 멈춰있었던지라 저희 의료진들도 많이 걱정했습니다만...
의식도 돌아왔고 사람도 사물도 알아봅니다.
언어 장애도 없구요.
행운의 사나입니다 저 환자는.
하긴 당신을 만난 것부터가 이미 행운이었을 겁니다 저 환자에겐....“
순간 잔디가 무너지듯 의자에 주저앉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감사합니다만 연발하는 잔디의 어깨를 꾹 눌러주는 의사.
“당신은 훌륭했습니다.
당신의 신속한 조치가 없었더라면 저 환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당신은 저 환자의 완벽한 생명의 은인입니다.
당신은 반드시...
반드시 훌륭한 의사가 될 겁니다!“
“........................”
“겁이....났겠죠?”
의사의 말에 잔디가 스르르 눈을 들어 의사를 본다.
마치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잔디를 바라보는 의사의 눈빛이 깊다.
“의사도 되기 전에 덜컥 자기 앞에 온전히 맡겨진 생명...
겁이 났을 겁니다!“
“.........................”
“그래서 더욱 더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도...
저 사람을 살려야 했습니다“
“........................”
“이 세상에 의사는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한사람의 의사가 만들어지기까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당신이 의사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선생님!”
“나도 겁이 났었습니다!”
“네?”
“나도 당신과 똑같은 경험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난 내 아버지를 살리진 못했습니다!“
“아!”
“의대 3학년 때였죠!
그래서 5년을 방황했었습니다 난“
“........아!“
“당신이 가졌을 그 두려움....그것이 내내 제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당신이 나처럼 방황하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도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신은 당신 편이었던 모양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아니요!
오히려 제가 더 고맙습니다.
만일 당신이 나처럼 방황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면....
난 또 다시 그 5년의 세월을 되풀이 했었을 지도 모르거든요!“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선생님!
당신은 이미 훌륭한 의사신걸요!
의사 지망생의 마음까지 치료하시는 굉장한 의사요!“
잔디의 말에 의사는 빙긋이 웃었다.
그 웃음에 잔디도 빙긋이 웃어 보인다.
잔디에게 손을 내미는 의사.
그 손을 맞잡는 잔디.
두 사람 사이의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강한 빛이 복도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집중치료실로 곧 옮길 겁니다.
꼭 만나보고 가세요!
환자가 그걸 원합니다!
“네 선생님!”
맞잡은 손을 놓아 준 의사가 움직이자 함께 있던 무리도 같이 움직인다.
모두들 잔디에게 보내는 눈길이 따스하다.
잔디의 어깨를 감싸 안은 지후의 눈빛도 그들과 함께 따스하다.

응급실에서 집중치료실이라 불리는 병실로 옮겨진 남자는
잠시 의식이 돌아와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했을 뿐 또 다시
잠이 들었다고 했다.
잔디는 집중치료실 안으로 들어가 잠이든 남자의 맥박을 짚어보고
관자놀이에서 희미하게 뛰는 맥박의 모습을 확인하고 지켜 후에야
비로소 움직였다.
물먹은 솜처럼 잔뜩 처진 채 집중치료실에서 나오는 잔디를 기다리다
재빨리 팔 안에 감싸 안고 호텔로 돌아온 지후는 욕조에 따스한 물을
받아둔 후 속옷만을 남겨두고 잔디의 옷을 벗겨준 후 욕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생각 같아선 자신이 직접 씻겨주고 싶었지만 가득이나 지친 잔디가
조금의 실랑이로라도 지치는 걸 원치 않아서 참기로 했다.
평소보다 조금 길어진다 싶은 잔디의 목욕 시간.
슬슬 끼쳐오는 불안을 억지로 삼키다 도저히 걱정이 되어
견딜 수 없어진 지후가 욕실 문을 열어볼까 싶어 발걸음을 욕실 앞에
옮겨 놓은 후 손잡이를 돌리려다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짐짓
밝은 목소리를 지어내 말한다.
“이봐! 목욕하는 수달.
아무리 수달이 물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이거 너무 한 거 아냐?
수달 남편도 샤워는 해야 한다구.
오늘 안으로 내가 이 욕실을 쓸 수 있긴 한 건가?“
그대로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너스레 비슷하게
중얼거리는 지후의 목소리에도 조용하기만 한 욕실 안.
더는 못 참고 손잡이를 돌리려는데 손에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스르륵-
돌아가는 손잡이 때문에 놀라는 지후.
딸깍-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잔디가 욕실에 나온다.
뜨거운 물속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물에 달궈져
발그스레하기는커녕 오히려 창백해질 대로 창백해진 잔디의 얼굴은
새하얀 샤워로브보다 더 하얘서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지후는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 잔디를 품안으로 밀어 넣고
꼭 끌어안아 주었다.
힘없이 지후의 가슴에 안겨있는 잔디를 번쩍 안아들고 침대로 가서
조심스레 내려놓고 시트를 목까지 덮어주는 지후.
“물속에 사는 진짜 수달도 말야?
실컷 멱을 감고 나면 잠을 잘 거야 아마?
윤지후의 수달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
“아무 생각 말고 자 잔디야.
우선은 그렇게 하자.
너 너무 지쳤어“
지후가 부드럽게 잔디의 이마와 머리를 쓸어주자 지친 듯
두 눈을 감는 잔디.
“살았어!”
“그래!”
“살았어! 그 사람이!”
“그래! 살았어.
잘했어 우리 잔디. 장해 우리 잔디!
네 말대로 살았어.
아무런 장애도 없대.
그러니까 다른 생각 말고 그만 자.
이러다 네가 지쳐 네 심장이 병나겠다!
그 때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뜬 잔디의 입에서 간헐적인
속삭임이 튀어 나왔다.
“안아 줘!”
“.......................”
“안아줘 선배. 나 좀 안아줘!
따뜻한 게 필요해.
뜨거운 게 필요해.
추워!
너무 추워!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
너무 추웠어.
너무 겁나서.... 견딜 수 없이 추웠어.
안아줘 선배. 나 좀 안아줘.
날 좀 따뜻하게 해줘.
선배는 할 수 있잖아.
선배는 나를 뜨겁게 만들어 줄 수 있잖아.
제발! 제발~~!“
애원하다시피 외치던 잔디가 지후의 목을 그대로 끌어내려 지후의
입술을 마구 빨아 당긴다.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잔디의 혀는 금방이라도 먹어치울 듯
지후의 혀를 잡아채고는 무서울 정도로 세게 빨아 당긴다.
그 세기에 놀라 지후가 움찔 몸을 곧추 세우는 동안에도 잔디는
마치 지남철처럼 지후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딸려 올라와
잔디의 몸이 활처럼 휘어져 버린다.
그런 잔디가 안쓰러워 무너지듯 풀석~ 잔디 위로 몸을 누이는 지후.
잔디에게 거의 물릴 듯 빨아 당겨지는 입술에서 작은 통증마저 느껴진다.
지후는 잔디에게 극도의 공포와 불안이 덮쳐오고 있음을 인지한다.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악몽 같던 그 시간 속에서의 잔디가
지후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가며 가슴 끝에 칼날 같은 통증이 인다.
그 때도 잔디는 극도의 공포와 불안에 떨며 정신없이 지후의 입술을
찾았었다.
그 간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결국 지후도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었다.
그 때의 고통이 지후의 온몸을 고스란히 덮쳐오며 지후에게 또한
공포와 불안이 엄습해 온다.
대체 이 아이를 어째야 옳은 것인지....
잔디를 이대로 두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지후의 머리를 지배해 간다.
간신히 자신의 입술에서 잔디의 입술을 떼어내는 지후.
“선배! 제발! 제발~~!!!”
“그래 잔디야.
안아줄게. 내가 해줄게.
내가 춥지 않게 해줄게.
내가 뜨겁게 만들어 줄게.
기다려! 잠시만 기다려 잔디야!“
지후는 재빨리 자신의 몸에 걸치고 있던 모든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잔디의 몸에 걸쳐진 샤워 로브도 단숨에 벗겨냈다.
그대로 잔디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덮고 얼굴에서부터 목으로 쇄골로
그리고 봉긋한 가슴과 매끄러운 복부로 부드럽고 뜨거운 혀를 움직여
온몸에 불꽃을 수놓듯 애무해 나갔다.
잔디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간헐적인 신음소리와 함께 잔디는
애처로울 정도로 지후에게 매달렸다.
그 모습이 고통으로 지후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병원 복도에서 지후를 붙잡고 절규하던 잔디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지후의 가슴속에도 진한 통증이 일었다.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누가 믿을 것인가!
이토록 겁에 질려 있는 이 아이의 모습을 누가 믿을 것인가!
지금 이 아이의 모습이 극도의 고통을 숨기며 드레스를 찢고
샌들을 벗어던지며 의연하고 의젓하게 응급조치를 취하던
바로 몇 시간 전의 그녀라는 걸.
이토록 고통에 허우적거리며 따뜻함을 갈구하며 매달리는 모습을
그 누군들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지후는 가슴 가득 메워져 오는 안타까움과 전해져 오는 진한
고통을 느끼며 더욱 더 뜨겁게 자신의 온몸으로 잔디를 어루만지고
애무하며 정성을 다해 잔디를 안고 또 안았다.
“나를 채워줘요 선배!
텅비어버린 것 같아!
나를 좀 가득 채워줘.
미칠 것 같아!
몸과 마음이 전부 다 온통 비워져 버린 것 같아!“
“그래! 그래 잔디야!
걱정 마. 내가 채워줄게!
아무 걱정 마! 내가 있어!
네 옆에 내가 있어!
그러니까 안심해도 좋아!
지금 이 순간 내가 네 앞에 있다는 거!
지금 이렇게 널 만지고 널 안아주고 있는 사람이 나라는 거!
그것만 생각하고 그것만 기억해 잔디야.
잔디야! 잔디야!“
“제발~~ 제발~!!!”
두 눈 끝에 이슬을 매달고 절규하듯 외치는 잔디의 모습은
애처롭다 못해 위태롭기까지 해 보인다.
지후는 애처로운 잔디의 애원을 듣다못해 잔디가 준비 되어있는지조차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조금은 급하게 그리고 단번에 잔디의
깊숙한 동굴 안으로 자신의 분신을 밀어 넣어 주었다.
역시나 촉촉하기보단 메말라 있던 잔디의 깊은 곳은 빡빡함에
약간의 고통을 수반한 듯 잔디의 미간이 찡그려 졌다.
잠시 움직임을 멈춘 지후가 입술을 움직여 잔디의 가슴 끝 돌기를
입안에 머금고 강하게 빨아 당겼다.
서서히 메말랐던 잔디의 깊은 곳이 촉촉한 샘을 만들어 내자
힘차게 물결치듯 허리를 움직여 잔디의 안을 드나들었다.
잔디의 공허함과 고통이 사그라지기를 바라면서 모든 힘을 끌어내어
힘차게 잔디의 깊은 곳을 자신의 분신으로 채우고 또 채워주었다.
그리고....
“잔디야! 잔디야! 잔디야!”
지후는 그렇게 계속 잔디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잔디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그녀 옆에 끊임없이 자신이 함께 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기위해
지후는 잔디를 안으며 계속 그렇게 잔디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 주었다.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 지칠 대로 지친 것 같았던 잔디는
끊임없이 지후에게 매달리고 또 매달리며 지후를 원하고 또 원했다.
밤이 깊도록...
하얗게 새벽이 오도록....
따뜻함을 갈구하는 잔디는 지후의 품을 파고들고 또 파고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깊숙한 곳을 가득 채워주는 지후를 느끼며 자신이
커다란 위로를 받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신비로움으로 잔디에게 다가왔다.
때로는 마음을 담은 육체적인 행위는 고통 앞에서 엄청난 위로가
되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며 잔디는 점점 더 거세지고
격렬해지는 몸짓과는 비례해 서서히 마음에 평안이 오고 있음을 자각한다.
지후 또한 알았다.
때로는 그 어떤 말과 마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고 또 위로할 수
없는 것에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인 육체적인 행위가 충분히
위로가 되고 또 위로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물론 그 안에 사랑이 담겨야만 가능하다는 엄청난 진실과 함께!
그것은 엄청난 경험이고 놀라운 체험이었다.
그 자각은 잔디로 하여금 더욱 더 지후를 향해 온몸을 던지게 만들었으며
지후로 하여금 더욱더 깊이 잔디의 안으로 파고들게 만들었다.
매달리고 또 매달리며 지후의 몸을 마치 자신의 몸으로 온통 빨아들여
하나가 되게 만들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잔디의 온몸을 휩싸고 돌았다.
지후는 기꺼이 자신의 몸을 던져 그런 잔디의 몸부림에
기꺼이 화답했다.
결국 잔디는 절정에 치솟는 순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울음을 지후는 부드럽고 길고 긴 입맞춤으로
서서히 잦아들게 해 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육체의 향연으로 서로의 고통을 잠재워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터득해 나가고 있었다.
짙은 어둠이 가시고 새벽의 여명이 밝아 와서야 잔디는
기절할 듯 한 잠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지후는 잔디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지치고
나른해질 대로 나른해진 몸과 마음임에도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이 작은 아이가....
이 작고 새하얀 아이가....
깍지 낀 두 손을 남자의 심장을 향해 내리치면서 속으로는
끊임없이 자신의 손에 의해 죽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잔뜩 겁에 질렸었을 것을 생각하니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와
머리까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차라리 잔디야....
의사 그거....하지 말까?
이렇게 힘든 거라면....이렇게 고통스러운 거라면.... 차라리...하지 말까봐!
말릴까봐!
너 의사되는 거 말릴까봐!
어떻게 보니?
너 이러는 거 앞으로 나 어떻게 지켜보니?
아파서 어떻게 봐?
어째 자신 없어진다 나!‘
쉬지 않고 잠이 든 잔디의 머리를 쓰다듬던 지후가 까무룩하니
선잠이 막 들었을 때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갖갖으로 잠이 든 잔디의 잠이 깰세라 재빨리 팔을 뻗어 전화를 받자
수화기 저편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지금 나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므슈!
그녀를 지금 제게 데려와 주시지 않겠습니까?“
남자의 목소리는 힘은 좀 없었지만 분명한 발음과 어조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 나왔다.
“우선 살아나신 걸 축하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녀는 지금 간신히 잠이 들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면 가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지후의 입에선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직접 전화를 걸어 온 것을 보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지후는 자신의 팔을 베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든 사랑스런
자신의 여자를 내려다본다.
약간의 정신적인 공항상태에 빠진 채 지후에게 매달려
끊임없이 지후의 온기와 사랑을 요구하던 지난밤의 잔디를 떠올리는 지후.
그러다 지쳐 잠이 든 사랑스런 그의 아내.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지난밤 잔디의 모습을 떠올리자
뭔가 모를 숭고함 같은 게 가슴 안으로 퍼져 온다.
부부!
부부란 이런 것일까?
구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온몸을 바쳐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서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또....서로의 갈증마저 풀어주는...
말로 행해지는 언어로 나누는 대화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언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부부라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그건 정말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귀한 것이라는...
그 어떤 것보다 멋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지후다.
언제나 깊이 잠이 들 때면 살짝 벌어지는 잔디의 입술이
눈에 들어오자 당장이라도 그 입술을 빨아 당기고 싶어진 지후는
겨우 잠든 잔디의 잠을 깨울 수 없다는 한줄기의 이성과
당장이라도 한입에 삼켜버리고 싶고 자신의 온 입술로 머금고 싶어진
욕망과 싸움을 벌였다.
지후는 입술이 바짝바짝 타오르는 것 같다.
그것을 견딜 수 없는 듯 지후의 입안에서 뜨겁게 붉어진 혀가
밖으로 나와 촉촉한 혀로 자신의 입술을 쓸었다.
마른 입술을 적시고자 한 자연스런 행동이었지만 지후 자신도
모르는 게 한 가지 있었다.
아마도 그 순간 잔디가 깨어있었다면....
눈을 뜨고 있었더라면....
지금 지후의 욕망보다 더한 갈망으로 그 즉시 지후의 입술을
거칠게 빨아 당겼을 거라는 것을!
당장이라도 한입에 삼켜버리고 싶은 입술은 다름 아닌 지후
바로 그 자신이 가졌다는 것을 지후는 알지 못했다.
잠에서 깨어난 잔디에게 지후는 일부러 전화가 왔었다는
얘길 하지 않았다.
그 얘길 들으면 잔디는 당장이라도 아무 옷이라도 꿰차 입고
달려 나갈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룸서비스를 시켜 놓고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잔디의 모습을
본 지후의 얼굴이 굳어진다.
너무도 축 처진 어깨와 온몸에 생기라고는 모두 잃어버린 듯
기운을 잃은 모습에 다시 한 번 가슴이 아파온다.
샤워조차 간신히 마친 듯 젖은 머리에선 물이 뚝뚝 떨어져 샤워로브의
어깨가 축축이 젖어 있다.
재빨리 욕실로 뛰어 들어가 수건을 가지고 나온 지후가 잔디를
침대로 끌고 가 앉힌 후 수건으로 머리부터 말려 준다.
지후가 하는 대로 맡겨둔 채 그저 멍하니 앉아있는 잔디.
드라이기를 가져다 머리칼을 말려주는 동안에도 잔디의 입은
굳게 닫혀 열릴 줄을 모른다.
지후는 갑자기 까륵거리며 웃는 잔디의 웃음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낭창낭창 얘기하는 또르르 굴러가는 목소리도....못내 그립다.
머리칼을 다 말려준 지후가 털썩- 잔디의 옆으로 앉는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지후의 어깨로 내려앉는 잔디의 머리.
지후는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잔디에게 어깨를 내준다.
“그래서 주는 거야!”
“........................!!”
“언젠가....
선배가 내 앞에서 죽는 끔찍하고 무서운 꿈을 꾸고 미친 듯이
선배에게 달려갔던 내게 선배가 했던 말이야“
“그래!”
“그래서 기대는 거야!”
“그래!”
“힘들 때...아플 때... 그럴 때마다 선배는 늘....
이렇게 내 앞에...내 옆에 있어줬구나!“
“그래!”
“왜 몰랐을까?
진작 알았더라면...선배를 그렇게 힘들게 하진 않았을 텐데....“
“그래!”
“미안해!”
“그래!
순간 잔디가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같은 대답만 하는 지후를
물끄러미 본다.
그러나 지후는 그저 앞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한손을 들어 자신을 보고 있는 잔디의 머리를 꾸욱- 눌러
다시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는다.
“그래! 미안해 해!
그래서 네 마음이 편하다면!
하지만 잔디야!
그 때도 난 행복했었어!“
“어떻게 그래?”
“어쨌든 넌 내 앞에 있었으니까!”
순간 잔디의 모든 사고 회로가 멈추는 것 같다.
또 다시 고래를 들어 묵묵히 앞만을 바라보고 있는 지후의
옆얼굴을 바라보는 잔디.
“선배!”
“내 것이 아니었어도 그 때의 넌 어쨌든 내 앞에 있었으니까!
내 옆에 있었으니까!
사라지지 않고 내 눈앞에 있었으니까!“
잔디의 두 눈이 금세 배어나온 물기로 그렁해진다.
“그래서 행복했어!
내가 행복하지 않았던 시간은.....오로지....
네가 내 앞에 없었을 때뿐이었어.
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던 그 때 뿐이었어!“
차마 지후의 얼굴을 계속 볼 수가 없어 지후의 어깨위로
얼굴을 내리고 목덜미를 파고들어 버리는 잔디.
“하지만 그것도 이젠 괜찮아.
이제 넌 늘 내 앞에 있을 거니까!
내 옆에 있을 거니까?
그렇지?“
지후의 목덜미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잔디가 느껴진다.
“그거 말고”
“응?”
“고개 말고 말로 해!”
“응?”
“말로 대답해 줘. 네 목소리....자꾸 듣고 싶다!
일어나서 지금까지 난 계속 네 목소리가 그리워.
단 몇 시간 못 들었을 뿐인데도....“
“..........................”
“까르륵 거리는 웃음소리도 그리워.
강아지 같은 네 눈도 보고 싶고...
배고프다고 소리치는 수달 목소리도 듣고 싶어“
“...........................”
“싫다 나!”
“..........................”
“너 아픈 거....나 참 싫다!
보기가...힘들어!
생각보다 아주 많이!“
또 다시 고개를 들어 지후를 바라보는 잔디.
그때까지 앞만을 보고 얘기하던 지후가 비로소 고개를 돌려
잔디를 바라본다.
“아프지 마!”
“그래!”
방금 전 지후가 했던 대답을 되돌려 주는 지후.
그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지후다.
“풋- 착하다!”
“그리고 응!”
“그리고 응?”
“응! 난 언제나 선배 앞에 있을 거야!
선배 옆에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고개 말고 말로 대답하라며?“
“피식-
늦게도 하네 그노무 대답!
정말 그럴 거지?“
“응! 껌처럼!”
“피식- 그래 껌처럼 꼭 붙어서 떨어지지 마 금잔디!”
여전히 축 처진 어깨를 하고서도 애써 지후를 향해 웃어주려는
잔디 때문에 지후의 마음이 또 솔솔 아려 온다.
잔디의 머리칼을 쓸어주던 지후가 이대로 뒀다간 아예 침대 속으로
푹 꺼져 버릴 것처럼 보이는 잔디의 모습에 도저히 안 되겠는지
잔디의 옷을 골라다 직접 입혀 주었다.
손바닥만 한 팬티와 레이스가 달린 새하얀 브래지어를 손에 들고 온
지후의 모습에 잔디는 수줍어했지만 역시나 기운을 소진한 탓인지
별다른 저항 없이 지후가 하는 대로 팔을 들고 엉덩이를 들고
다리를 들어 지후를 도우며 지후가 입혀주는 옷을 입었다.
원피스를 입힐까 하다가 지친 잔디가 편안한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 잔디가 가장 편안해 하는 차림인
하얀 마직으로 된 칠 부 바지와 아가병아리처럼 포근해 보이는
노란 색의 면으로 된 후드티를 입혔다.
창백해져 새하얀 얼굴이 그나마 따스해 보이자 만족스런 웃음을
입가에 머금는 지후.
룸서비스가 도착하고 입맛 없어하는 잔디에게 양송이 냄새가 은은한
스프를 억지로 먹게 한 후 하얗고 뽀얀 다리를 부드럽게 한번
쓸어주고는 마지막으로 발에 굽이 낮은 편안한 스트랩 샌들까지
신겨준 지후가 손을 들어 잔디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곤
뺨을 쓰다듬었다.
지후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주는 잔디.
평소 같으면 강아지 같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선배! 내가 꼭 아기가 된 거 같아!’
식의 너스레 한마디는 던졌을 법도 한데 조용하다.
그게 또 지후는 가슴이 아프다.
지후역시 잔디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준다.
“병원에 가자!”
지후의 말에 고개만을 끄덕이는 잔디.
“기쁜 소식이 있어.
아침에 전화가 왔었어. 그 남자에게서 직접“
순간 잔디의 몸이 공처럼 튕겨져 일어났다.
“선배!”
“그래. 직접 전화를 걸 만큼 호전되었단 얘기야.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얘기지“
공처럼 튕겨져 일어났던 잔디의 몸이 풀썩~ 푹 꺼지듯
도로 침대위로 내려앉는다.
“잔디야!!!”
당장 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갈 줄 알았던 잔디가 무너지듯 풀썩~
침대로 주저앉자 걱정이 가득해진 지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다.
“잔디야? 잔디야!”
“다행이다! 다행이야 선배!
정말 다행이야“
눈물이 그렁해진 채 다행이다! 를 연발하는 잔디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지후가 몸을 낮춰 잔디를 안아준다.
이 아이!
얼마나 마음을 졸였으면....
잔디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지후의 귀로 잔디의 목소리가
낮게 스며든다.
“자신이 누군지 아는 거겠지?
모든 사람들을 알아보는 거겠지?
그러니까 직접 전화도 건거겠지?“
잔디는 아마도 마음을 놓으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호텔로 돌아왔음에도
그가 깨어나고도 뇌에 손상을 입게 되어 벌어질 그 어떤 사태에 대해서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래!”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선배!“
“그래! 다행이야!
그에게도...너에게도....
그리고.....“
“........................”
“나에게도.....!!!”
마지막 지후의 말이 아상하게도 잔디의 가슴 울린다.
이 남자!
지난밤 한숨도 안자고 날 걱정했을 게 분명해!
자신의 상황에 빠져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었던 잔디는
그제서야 지후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많은 걱정과 염려를
했을 지에 대해 생각이 미친다.
아! 이 남자!
이 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잔디가 지후의 몸에 몸을 떼어내곤 지후의 뺨에 손을 가져가
부드럽게 감싼다.
“왜?”
“사랑해!”
“피식- 뜬금없이?”
“난 뜬금없이도 선배를 사랑해!
별안간도 사랑하고.
느닷없이도 선배를 사랑해!
아무 때고 어디서고 언제든......!
선배를 사랑해!“
“잔디야!”
“지난밤...
난 선배가 내 곁에 없었으면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날...다 받아주고...안아주고...사랑해줘서 고마워!
지금 생각하니 쫌 부끄럽다.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하지만 어젯밤엔 그러지 않고는 미쳐버릴 것 같았어!“
지후가 자신의 뺨을 감싼 잔디의 손을 내려 손바닥에 길고
부드러운 키스를 남긴다.
“우린...이제....사랑하는 사이를 넘어서서 부부야 잔디야!
서로의 마음뿐만이 아닌...
서로의 육체로도 얼마든지 위로받고 위로할 수 있는...
그런 부부가 되었어 우린.
부끄러울 게 뭐야.
사랑으로 서로의 육체를 끌어안을 수 있다는 거...
그거...
멋지고 근사하고 자랑스러운 거 같다 잔디야!
지난 밤 내가 깨닫고 배운 사실이야!“
“선배!”
“지난 밤 나는...
내 몸이 부서져도 좋다고 생각했어.
내 몸이 산산이 부서져 공중분해가 되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했어.
너만...
너만 아프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너만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만 할 수 있다면!
내 몸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겨졌어!
오히려 난 그렇게라도 고통스런 널 위로 할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러웠어.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어서 너무 다행이었어 잔디야!
그래서 내 몸이 거대한 산처럼 부풀고 커져서 널 꽉 채워줄 수 있기를 바랬어!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어.
그런데 부끄러울 게 뭐있어?
사랑하는 거야!
우린 사랑하는 거야 잔디야!
사랑해!“
“선배!”
또르륵---
눈물이 흘러내린 볼을 하고 잔디가 지후의 목을 감아온다.
품안으로 들어오는 잔디를 고스란히 받아 품는 지후.
잔디의 정수리에 부드럽게 입술을 눌러준다.
“흠흠--음...음....”
그 때 목에 뭔가가 걸린 듯 헛기침을 연거푸 하는 잔디.
헛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린 지후가 품에서 잔디를 떼어내고
걱정스럽게 묻는다.
“왜? 어디가 안 좋아?”
“그게 아니구....아까부터 좀 이상하게....
목에 뭔가가 걸려있는 것처럼 답답해”
“목에?
이상하다? 먹은 거라곤 스프밖에 없는데...
먹지도 않은 생선 가시가 걸렸을 리도 없고.
왜 그러지?“
“뭔가가 내 목을 꽉 막아버린 것 같이 답답해.
콕콕- 뭔가가 찔러대 아픈 것 같기도 아니...간지러운 것 같기도....
아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아.
그래 목이 잠긴 것도 같고.... 좀 쉰 것 같기도 하고....
왜 이러지?“
“풋-”
“왜?”
“알거 같다”
“뭘?”
“네 목이 간지러운 이유 말야.
네 목이 지금 그렇게 잠긴 이유...난 알것도 같은데....“
“왜 이런 건데 나?”
“글쎄.....말을 해줘야 하나....?
그 이유를 말하면 분명 너 얼굴 빨개질 텐데?
그래도 말해 줘?“
“내 얼굴이? 그건 또 왜?”
“쿡-
어젯밤 내 신부는 무지 시끄러운 수달이던데?
안아주고 안아주고 또 안아줘도 계속 안아달라고 소리치더라구.
게다가 그냥도 아니고 울기까지 하면서 안아 달라고 소리쳤으니
그 목이 남아 날 리가....“
지후의 말은 곧 잔디의 손에 의해 막혀 버렸다.
지후의 말대로 얼굴 전체가 온통 쌔빨갛게 물들어버린 잔디가
더 이상 지후의 입에서 나올 말이 두렵다는 듯 두 손을 가져가
지후의 입을 막아버린다.
“흡~훕~~자...ㄴ...ㄷ.....l....ㅇ......ㅑ.....”
지후가 고개를 살짝 살짝 흔들며 반항을 해보지만 잔디는
손을 뗄 생각이 없다는 듯 더욱 더 지후의 입술을 덮은 손에 힘을 준다.
결국 지후가 손을 올려 잔디의 손을 떼어내 손바닥에
입술을 꾹꾹- 눌러주곤 잔디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인다.
지후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딴청을 피듯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잔디.
괜히 헛기침도 하고 두 눈을 꿈뻑이고 조금은 안절부절이다.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잔디의 모습을 보던 지후가 고개를 잔뜩 숙이고
양손을 깍지를 꼭 낀 채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잔디의 머리통을 그대로
가슴에 안아버린다.
“다행이다”
“.......................”
“우리 잔디 기운 다 빠져버려서 얼굴 빨개질 기운도 없으면 어쩌나...
나 무지 걱정 했었는데 이젠 걱정 안 해도 되겠어!
부끄럼쟁이 내 신부로 돌아온 걸보니 걱정 안 해도 되겠다구“
지후가 품에서 잔디를 떼어낸 후 턱으로 손을 가져가 들어 올린 후
부드럽게 짧은 키스를 남겨주고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한다.
“가자! 그가 너를 보고 싶어 해”
잔디의 머리를 몇 번 더 쓰다듬어 주고는 잔디를 안은 채
그대로 몸을 일으킨다.
손을 잔디의 뺨으로 가져가 얼룩져있는 눈물자국을 닦아준 후
잔디의 어깨를 감싸 안고 호텔방을 나선다.
단 하루였지만 무척이나 길었을 긴 시간의 터널을 잔디는 서서히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밤새 사랑 하나만으로 그녀를 지켜낸 지후의
깊은 사랑이 오로라처럼 두 사람을 감싸고 있는 듯하다.

이미 집중 치료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다는 말을 하며
무척이나 호의적인 눈길로 두 사람을 안내하는 간호사.
그들은 아마도 지난밤 잔디와 지후에 관한 모든 얘기들을 들은 듯
지나치는 의사들과 간호사들 그리고 환자들마저 두 사람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띠어 주었다.
갑작스런 발작으로 심장이 정지한 것이어서 심장의 순환이
원활해진 지금으로선 크게 걱정할 일은 없어 보인다는 소견을
잔디에게 전해주는 의사의 눈빛 또한 따스하다.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따라 걷는 두 사람 뒤로 소곤거리는 말들 속엔
어제의 지후와 잔디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모양이다.
“꺄뜨린이 분명히 봤는데?
남자가 자신의 신발과 양말을 벗어 여자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맨발인 그녀의 발에 양말을 신겨주고 구두를 신겨주었대.
그리고 자신은 맨발이 된 거지.
하얀 턱시도 바지 밑으로 삐져나와있는 남자의 발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없었다나?
아! 나도 저런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봤으면.
그 작고 새하얀 여자는 어디에서 저런 남자를 만난 걸까?“
“여자 눈 봤어?
난 동양인은 전부 다 작은 눈에 아몬드같이 찢어진 눈을 하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봐.
어쩜 그렇게 커다랗고 맑은 눈이 그토록 새 하얀 얼굴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지?
내내 울고만 있는 여자를 남자가 꼭꼭 안아주었대.
의사 지망생이라나 봐.
아마도 환자가 죽을까봐 겁이 났었던 것 같아“
“그건 충분히 이해가 가.
의사도 되기 전에 자기 손을 거친 환자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으으---
의사 공부 다 때려치우고 싶을 것 같아“
“그러게! 그건 그래!
난 내가 맡았던 첫 환자 죽음을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발이 땅에서
붕 떠 있는 것 같았어.
그 때 담당의였던 닥터 가로우가 그러더라.
빨리 잊고 극복해야 할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일을 계속 할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어!“
“그렇지! 그게 어떻게 쉬운 일이 될 수 있겠어.
난 아직도 내 손을 꼭 잡은 채 죽어간 내 첫 환자의 꿈을 꾸는 걸?
90세 할머니셨는데....평안히 가셨던 분이야.
그런데도 잊혀지지 않아.
암튼 여러모로 다행이야.
그 환자를 위해서도 또 저 두 사람을 위해서도 말야”
“그래!
그나저나 저 두 사람....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인 건 분명해.
흉부외과 써젼 헨리 말로는 두 사람 눈이 무척 닮은 것 같대.
참! 그거 알아?
비번이었던 니콜은 여자의 눈망울을 못 봤다고 지금 잔뜩 심통 났어”
“큭큭-
그 바람둥이라면 그러고도 남을걸!“
“하지만 어쩔 거야?
여자 옆엔 저렇게 멋지고 근사한 왕자님이 딱 버티고 있는데.
제아무리 바람둥이 니콜이라도 저 남자는 못 당해 낼 걸?
어제 남자의 눈은 여자보다 더 슬픈 눈을 하고 있었대.
여자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겠지!“
“아! 나도 사랑이 하고 싶다!”
“큭큭- 넌 아직도야?
닥터 루제닝이 아직도 안 넘어 오나보지?“
“말도 마. 그 샌님 정말....
육탄 공세를 퍼부을까 생각중이야“
“뭐야? 하하하---”
대화속의 내용으로 미루어 지난밤 파리 시내에 위치한 한 병원에선
동양에서 온 의사 지망생과 그녀의 남편을 놓고 굉장히 많은 얘기들이
오고 갔음이 분명한 것 같았다.
병실로 들어서던 지후와 남자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그리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피식- 마주보고 웃어 버린다.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본 지후의 웃음소리가 조금은 더 컸다.
영문을 모르는 잔디는 의아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주시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말없이 웃기만 한다.
“지워!”
“......................?“
“에펠탑에서 당신이 내게 던진 첫마딥니다.
기억하십니까?“
“잊을 리가 없잖습니까?
몰래 숨어 내 여자의 사진을 도둑처럼 찍고 있었던 사람이 누구죠?
어젠 경황이 없어 우리 잔디를 힘들게 한 장본인이 당신이란 걸
미처 못 알아봤군요”
“쿡-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진은 지우지 않는 건데 그랬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워 죽겠습니다.
당신 전화기속에 있는 사진을 내게 나눠줄 순 없겠습니까?“
“절대로!”
“안 된다는 말씀?”
“당연히!”
“안 된다는 말씀?”
“하늘이 두 쪽이 난다 해도!”
“안된다는 말씀?”
“상당히 끈질기군요?”
“피식-”
“당연히 안 됩니다”
“그럼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무슨.....”
“내 생명의 은인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난 돌려 말하는 덴 재주는 그리 없는 편이거든요?
난 쟈크 마르뗑입니다!”
순간 지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당신이 설마.....”
“그래요.
당신이 만약 쟈크 마르뗑을 알고 있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그 쟈크 마르뗑이 바로 납니다“
“맙소사!”
“선배! 왜 그래요?”
“어? 어~~~
그...그게....자....잔디야! 이....이 사람은.....”
지후는 지후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고 있다.
잔디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지후는...
자신의 앞에서 말고는 말을 더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지금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다 더듬고 있다.
과연 저 사람이 누구기에.....
“이분이 왜요?”
“자....잔디 네....네가 살려놓은 이 사람이....
얼굴 없는 사진작가 쟈크 마르뗑이래!
마...맙소사!“
“쟈크 마르뗑?”
뭔가 그 이름에 대해 골몰하는 듯 하던 잔디의 두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레진다.
“혹시 언젠가 선배가 수암에서 전시하고 싶어 접촉하던 그 사진작가 쟈크?
얼굴 없는 사진작가?
아무리 접촉하려해도 실마리조차 잡을 수 없다던?
그가 연락해오지 않으면 전 세계 누구도 그의 사진전을 개최할 수 없다던?
바로 그 쟈크?”
“그래! 바로 그 쟈크 마르뗑!”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잔디는 안다.좀체로 흥분하지 않는 지후의 목소리가 반톤 쯤 올라간 걸 보면
현재 지후의 상태가 굉장히 흥분 상태라는 걸.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모른 다해도 잔디만은 지금 지후의 상태를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였군요?
그날 에펠에서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게 후회된다던 말을 한건...“
“그래요.
난 그날 아일랜드에 사는 숙모가 보낸 손님들을 안내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어요.
그닥 반가운 손님들이 아니었던지라 늘 옆에 끼고 다니던 카메라를
차에다 놓고 에펠을 올랐죠.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습니다!
지후가 멍하던 얼굴 표정을 차츰 본래의 표정으로 되돌리며 쟈크를
바라보다 묘한 웃음을 짓는다.
“설사 카메라를 가져왔다 하더라도 당신 말대로 그 카메라는
내손에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피식- 정말 못 말리겠군!”
“.........................”
“그 침묵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지나친 자신의 소유욕을
인정한다는 뜻이요?
물론 사랑에 깊이 빠진 세상 남자들이란 다 그렇지만...“
“좋을 대로 생각하세요”
“어쩔 거요?
정식으로 프러포즈하는 겁니다.
당신이 내 제의를 수락한다면 당신이 전시하고 싶어 하는 그 사진전에
당신 아내의 모습이 함께 걸리게 될 거요.
물론 그 조차도 당신의 허락이 필요하게 되겠지만....“
“.........................”
“아무래도 미끼가 부족한 것 같군!
그런 이건 어떻소?
당신이 내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말은 바로 하자고 조금이 아니라 관심은 아주 많았습니다.
물론 그 관심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지만......
“풋- 관심이 많았다니 알거요.
내 사진에는 자연은 있으되 인물은 없었소. 기억하오?
“그랬죠!
늘 그게 궁금했었습니다.
어째서....”
“사람을 찍게 되면 관계가 얽히지.
그래서 난 자연만을 찍어왔소.
자연은 늘 정직한 법이거든!
자연은 말이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본다오.
그날 당신의 아내는 자연이었소.
비둘기가 그걸 알아 본 거지!
그래서 난 그 순간을 놓친 걸 두고두고 후회하면서 살게 될 거요!“
“..........................”
“아마....
수암에서 내 전시회가 열린다면 쟈크 마르뗑의 전시회 사상
인물 사진이 전시되는 최초로 전시회가 될 거요.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미끼가 된 것 같은데...
안 물을 거요?“
쟈크의 자신 만만한 얼굴에 비해 지후의 얼굴은 점점 더
생각이 많아지는 얼굴이다.
그리고 쟈크는 잠시 후 지후의 질문을 받으며 윤지후라는 이 사내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 가기 시작한다.
“마냥 좋은 미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난 수암에서 당신의 전시를 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아시아 최초가 될 거라는 획기적인 타이틀도 얻겠지요.
그동안 난 그것을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최초라는 게 매번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만약 당신의 전시회에 최초로 인물 사진이 걸리게 된다면...
당장 그 사진속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부터 파헤쳐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내 아내는 시달리게 될 것이고
당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 또한 시간 문제일테지요“
“음......”
“그리고 한 가지 또....
난....
당신을 찾아다니느라 숨바꼭질을 하면서...
사진뿐만 아니라 당신이란 사람에게 매료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재미가 아주 쏠쏠했죠.
아주 철저히 자신을 감추셨더군요!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 궁금했죠.
그래서 당신만큼 나도 당신이 계속 얼굴 없는 작가이길 바래요“
“하하하하----
이런!
당신은 좀 특이하군!
그동안 날 찾아낸 사람과 전시회를 협의하는 동안 단 한명도
당신 같은 사람은 없었소.
모두들 첫마디부터가 욕이었는데.....“
“피식-”
“당신은 참 진중한 사람이군요.
당신 아내에 대해 무조건 적인 반응을 보일 땐 좀 다혈질의
사내라고만 생각 했었는데....
사업적으로 변하니 냉철하시군!
그럼 이건 어떻소?
수암의 전시회에선 당신 아내를 뺍시다.
당신 말대로 최초라는 것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니까!
하지만 다른 곳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포기를 모르시는군요?”
“난 단지 당신 아내가 내 생명의 은인이라는 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요.
난 좀 잘 보여요.
사람의 마음과 심성이.
그건 남녀노소 인종을 막론하고서요.
어쩌면 신이 내게 그의 능력을 아주 조금 나눠준 건지도 모르겠소“
“............................!!!”
“세상을 떠돌다 보면 만나지는 사람들이 있소.
아주 맑은 사람들....
창이 맑아요 당신 아내는. 마음의 창이 너무 맑고 깨끗하지.
그래서 담고 싶은 거요.
그래서 당신도 사랑하는 거 아니요?“
“........................”
“너무 생각이 많은 것도 좋은 건 아닌데.....”
“이렇게 하죠.
사진 촬영은 좋습니다.
내 아내에게도 그건 일생일대에 굉장한 경험이 될 테니까.
쟈크 마르뗑의 앵글에 잡힌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기회인지 정도는 나도 압니다.
전시의 결정 여부는 사진을 보고 나서 하도록 하죠“
“윽--
날 시험하겠다는 말이군!
내가 당신 도마 위에 올라앉은 거야 지금!“
“감히 내가 어떻게 당신을 도마 위에 올리겠습니까?
당신의 실력을 의심해서 하는 말은 아니니 기분 상해하진 말았으면 합니다.
단지 사진의 분위기를 보고나서 전시를 결정하자는 것뿐입니다!
카메라는 정직하지만.....
그 카메라를 다루는 사진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같은 카메라 기종을 가지고도 모두 다른 걸 창조해내는 사람들이죠.
당신 또한 그들 중에 한사람이구요.
당신이 내 아내를 담아낸 그 결정체가 수암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꼭 필요한 것이기를 바랍니다“
“역시 당신은 날 도마 위에 올린 거요”
“그렇게 느끼셨다면 미안.....”
“아니 아니...
기분 나빠서 하는 말이 아니요.
오히려 난 지금 기분이 좋소.
내 사진을 전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내 명성만을 가지고 찾아오지.
당신처럼 정직한 기계인 카메라지만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의
창조성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은 이제껏 없었소.
좋소!
그렇게 합시다!“
“단 촬영은 단 하루뿐입니다.
난 황금 같은 허니문을 당신에게 빼앗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요!
“하하하하--
정말 못 말리겠군!
좋아요.
난 이미 당신의 허니문에 피해를 준 사람이니 할 말이 없소.
아! 그렇지만 내 부탁하나만은 들어줘요“
“부탁이라면....”
“내가 퇴원을 하면 파티를 열 생각이요.
그 파티에 두 사람을 초대하고 싶어요.
어때요?
그 또한 거절하실 건가요?“
“파티라구요?”
파티라는 말에 잔디의 몸이 잔뜩 움츠러든다.
그런 잔디를 바라보는 지후와 쟈크의 두 눈이 공중에서 부딪힌다.
“다시 살아난 기념으로 파티를 열 생각입니다.
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드나 든 사람이요.
아무리 생각에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좀 더 매력적인 건 사실이잖소.
그러니 파티를 안 열 수가 없지.
그런데 그 파티에 생명의 은인이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마치 제 아내를 초대하기위해 일부러 여는 파티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이런! 들켜버렸군!
아무려면 어때요?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와서 두 번째 삶의 기회를 얻었소.
축하하고도 남을 일 아니든가요?
걱정 마십시오.
제게는 명성이 자자한 의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날 적어도 세 명쯤은 제 파티에 참석할겁니다.
그리고 내 주치의도 참석하게 될 거요“
움츠러든 잔디의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지후의 입가에 설핏 미소가 잡혔다 사라진다.
슬쩍 잔디를 한번 바라보고 난 지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제 아내는 파티를 그닥 즐기지는 않습니다만 이번엔 다를 것 같군요.
기꺼이 참석할 듯싶어요!
그렇지 잔디야?“
지후의 물음에 잔디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쟈크의 눈매에
웃음이 드리운다.
그리고 지후가 했다는 “지워!” 라는 말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 하는
반짝이는 잔디의 눈빛을 애써 모른 체하는 건 비단 지후뿐만은
아닌 듯하다.
“파티에 참석하게 되면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게 있소”
“그게 뭐죠?”
“파티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들 다시 살아난 나를 축하해주기 위해
모일 거요.
하지만 그들이 참석하는 파티는 얼굴 없는 사진가 쟈크 마르뗑의
파티가 아닌 자연사 박물관의 큐레이터 쟈크 마르뗑의 파티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나를 사진가 쟈크 마르뗑과 동명이인으로 알고 있소.
그것을 위해 난 늘 사진가 쟈크 마르뗑 그 재수 없는 자식이
나하고 이름이 같아 짜증이 난다고 너스레를 떨고 다니는 버릇이 있지.
큭큭--
내가 내 자신의 욕을 하고 다니는 기분도 꽤나 쏠쏠하다오“
“피식-
그래서 당신이 얼굴 없는 사진작가가 된 거로군요?“
“그렇소!
사람들 반응을 보면 말이요?
내가 사진가 쟈크를 그 재수 없는 자식 어쩌고 욕을 하면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음에도 같이 따라서 욕을 한다오.
그런가 하면 역시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열심히 변호를 하는 사람도 있어.
웃기게도 그 퍼센테이지가
내가 인생을 잘못 살고 있나 늘 반성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오“
“그건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 세상은 혼탁하답니다.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옆에서 헐뜯으면 덩달아
같이 헐뜯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마치 자신의 일 인양 신나서....
그런 면에서 전 제 할아버지를 존경합니다.
그는 그 퍼센테이지가
그 2는 정치를 하셨던 할아버지의 반대파일 뿐입니다“
“알고 있소.
당신의 할아버지....
지후와 잔디의 두 눈이 동시에 동그레진다.
그 두 눈동자와 눈빛이 어찌나 닮아 보이는지 쟈크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어린다.
“당신들이 오기전에 제라르가 다녀갔소.
제라르는 제 할아버지의 제자요“
“아!”
“당신 할아버지.....
대통령 재직 시절 파리에 오신 모습을 뵌 적 있었소.
루브르에 제라르를 찾아갔다가 박물관 시스템을 견학하시던 모습을...
그 때 제라르는 일개 말단 직원이었을 때였소.
그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그가 루브르의 관장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때이기도 했지!
나 또한 막 자연사 박물관에 입사했을 때였소“
“그랬군요!”
“프랑스에서 한국은 그닥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걸 당신도 알거요.
지금이야 월드컵이니 뭐니 해서 그때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요
신화전자에서 나오는 제품들이 그토록 인기임에도 그것이
일본 것인 줄 알고 있는 형국이란 말이오“
“우리 나라가 ...또 신화가 더 노력해야만 할 일이겠지요!”
“그래요! 안타깝지만...
하지만 앞으로 나아질 거라 믿소“
“그럴 겁니다”
“아! 얘기가 잠시 딴 데로 샌 것 같군!
그 때 내 뇌리에 깊이 남았던 사건이 하나 있었소.
관람객들 중 박물관을 마치 놀이터인양 뛰어 다니던 사내아이가
윤대통령 앞에서 넘어진 거였소.
그런데 그 누구보다도 더 재빠르게 당신 할아버지가 그 아이를 일으켜 주더군.
거기까진 그저 주변을 의식한 쇼맨십 정도로만 여겼더랬소.
정치인들이란 으레 그러니까.
그런데 말이요?
당신 할아버지 주머니 속에서 상처에 붙이는 대일 밴드가 나왔소.
까져서 피가 배어 나오는 아이의 무릎을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곤
밴드를 꼼꼼히 두 개나 붙여 주더군!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다른 쪽 주머니에서 츄파춥스 사탕이 나오는 거요“
쟈크의 말에 지후와 잔디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터진 두 사람의 웃음에 이번엔 쟈크의 두 눈이 동그레진다.
“아! 미안합니다.
츄파춥스!
할아버진 그 때도 그 사탕을....
하하하하----“
“그러게 선배!
그 때도 그 사탕을?
큭큭큭----“
연달아 웃어대는 두 사람을 영문 모른 채 보면서도
그 환한 웃음이 어찌나 눈이 부신지 쟈크의 입가에도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잡힌다.
간신히 웃음을 삼킨 지후가 묻는다.
“분명 할아버진 그 사탕의 껍질을 어렵게 까내서 아이에게 주었을 테죠?”
“아니 그걸 어떻게?”
“제대로 껍질을 벗겨 내시긴 하셨나요?”
이번엔 얼굴에 잔뜩 웃음을 머금은 잔디가 쟈크에게 묻는다.
“아니요.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처럼 절절 매시더이다“
“푸하하하----”
“우헤헤헤----”
또 다시 동시에 웃음이 터진 지후와 잔디.
한참을 웃고 난 지후가 간신히 웃음의 끝을 부여잡고 쟈크를 향해
외치듯 말한다.
“할아버진 말이예요?
‘젠장맞을 사탕! 의사질보다 이놈의 사탕 껍질 까는 게 더 어려워!’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예요.
그러면서도 아주 고집스럽게 꼭 사탕 껍질을 까내서 아이들에게
주곤 하시죠“
“하하하하---
맞아요. 그 사탕이 이음새 끝을 꽁꽁 뭉쳐놔서 까내기 어렵긴 하죠.
그래도 상상이 안가요.
당신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한다는 건....“
“그도 당신처럼 심장이 아픕니다!”
지후의 말에 쟈크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진다.
“우린 늘 그게 걱정이죠.
그런데 이제 그 걱정을 해야 할 사람이 한사람 더 늘어난 것 같군요.
당신의 심장은 다른 사람들의 심장과 다른 것 같습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심장이 아닌 것 같단 말입니다.
마음의 창을 볼 줄 아는 심장을 가진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제 할아버지 처럼요!
당신의 심장은 두 개예요.
그러니 몸에 달려있는 그깟 심장때문에 사진가 쟈크를 잃어서야 되겠습니까?
항상 조심하십시요!”
지후의 말에 쟈크가 심연처럼 깊어진 지후의 눈을 바라본다.
스물다섯이라 했던가!
그럼에도 이 사내는 꽤 깊은 눈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깊이를 꽤나 깊이 꿰뚫고 있기도 하다.
무엇이 이 사내를 이리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원래
이 사내의 모습이라는 게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 사내는 자신의 아내를 바라볼 때만은 다른 사람이 된다.
쟈크는 그 원인이 바로 마담 쟌의 저 맑은 눈 때문임을 안다.
그래서 자신이 더욱 더 욕심을 내는 것일지도....
“그 때 당신 할아버지 뒤를 조용히 따르는 부부가 있었어요”
쟈크의 말에 순간 지후의 몸이 경직되는 게 느껴진다.
쟈크도 또 잔디도 그런 지후의 변화를 눈치 챈다.
“짐작이 가오?
그게 누군지?“
“..........................”
“그 땐 그닥 관심이 없었으니 몰랐지만 지금에서야 알았소.
오늘 다녀간 제라르의 말을 듣고 나서야....“
“.........................”
“한국말 중엔 단아하다는 말이 있다면서요?
당신 어머니가 꼭 그랬소.
그날 내 눈에 당신 어머니의 고요한 눈빛이 아주 인상 깊게 남았던 걸보면
틀림없을 거요“
“후우----”
지후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쟈크가 묻는다.
“내가 괜한 짓을 하는 것 같군!”
“아닙니다.
당신에게서 제 부모님의 얘기를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그래서.....
당신은 오늘 날 여러번 놀라게 하는 군요.
마치 날 놀래키려 작정이라도 한 사람처럼....“
“그거 아시오?
사실 그 때 사탕 껍질을 까느라 절절매는 당신 할아버지 손에서
슬며시 그 사탕을 빼앗아 껍질을 까낸 건 당신 아버지였소“
“풋-”
쟈크의 말에 비로소 지후의 입에선 작은 웃음이 흘러 나온다.
“그런데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고 했나?
그걸 직접 아이에게 주지 않고 당신 할아버지에게 슬며시
다시 건네더군!“
“.........................”
“아이는 사탕을 받아들고 그대로 또 다시 내달렸지만
그 아이의 뒤꽁무니엔 당신 할아버지와 당신 아버지 그리고 당신 어머니의
미소가 따라 붙는 것 같았소.
참 따스한 광경이었지!
몰랐소!
그 인연이 지금 이렇게 닿게 될 줄은...
제라르의 말을 들으며 그래서 참 놀랬었소“
“제 부모님들께선......
예술로 마음을..의술로 병을 고치는 것이 소망이셨던 분들입니다.
당신은 그 때 그런 소망을 품었던 제 부모님의 모습을 본 것일 겁니다.
내게는 이제 사진을 봐도 잘 떠오르지 않는 희미한 모습이 되었지만....
난 부모님을 닮고 싶습니다.
예술로 마음을 고치는 일중에...
당신의 사진들은 아주 대단한 약임에 틀림없습니다.
수암에서 당신의 전시회가 열리게 된다면 아마도...
하늘에 계신 제 부모님께선 누구보다 기쁘게 생각 하실 겁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요!”
“저 역시 고맙습니다.
누군가 제 부모님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쁜 일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쟈크 마르뗑!“
지후는 진심이 담긴 눈빛과 몸짓으로 정중하게 쟈크를 향해
목례를 해 보인다.
그 목례를 같이 목례로 되돌리는 쟈크의 눈 속엔 지후를 향한
깊은 신뢰가 심어지고 있었다.
약관의 나이라면 나이지만...
윤지후 그에게선 미처 짐작하고 끄집어낼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내제 되어 있음을 감지하는 쟈크.
물론 그것이 아내를 향해 눈빛이 갈 때만은 예외지만...
윤지후 그는 아내를 향한 눈빛만큼은 모든 걸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어쩐지 유쾌해지는 쟈크다.
그리고 그가 열게 될 파티가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환자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퇴원을 한 쟈크가 파티를 연 그날.
쟈크는 지후에게서 들은 잔디의 징크스를 배려함인지 분홍색이 아주 고운
깡똥한 미니 드레스를 지후와 잔디가 묵는 호텔방으로 보내왔다.
그리고 지후에겐 눈처럼 새하얀 턱시도에 나비넥타이가 아닌
펄이 은은하게 든 분홍색의 가느다랗고 기다란 타이를 보내와 두 사람을
자지러지게 웃게 만들었다.
맙소사! 분홍색 넥타이라니....
그러나 막상 지후가 새하얀 턱시도를 입고 느슨하게 느려 뜨려 맨
그 분홍색 타이는 잔디의 깡똥하고 화사한 분홍색 드레스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어쨌든 쟈크가 보낸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는 두 사람이 쟈크의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파티를 연 주인공인 호스트 쟈크는 다짜고짜
잔디를 덥석 품안에 안아버렸다.
에펠에서는 잘 못 느꼈는데 병원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파리함이
조금 남아있는 쟈크는 그래서 더 날렵하고 핸섬해 보였다.
옆에 서 있는 지후의 인상이 찌그러지든 말든 포옹을 풀지 않고 있던
쟈크는 살짝 이를 악문 지후의 낮은 목소리에 포옹을 풀 수밖에 없었다.
“쟈크 마르뗑씨!
이제 그만 제 아내를 놓아 주시겠습니까?
전 누군가 제 것에 함부로 손대는 걸 지극히 싫어하거든요?“
분명 소유욕을 주장하는 말임에 틀림이 없다.
신혼여행 내내 지후에게 생긴 버릇이었다.
잔디는 그런 지후의 모습이 조금은 생경스러우면서도 기분이 그닥
나쁘지는 않다.
아니 사실은 꽤 괜찮은 기분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지후의 반응을 잔디는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슴이 조금 아프기도 하다.
지난 5년 동안...
가슴 가득 잔디의 사랑을 품고도 내색조차 하지 못했던 지후다.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자기 것이라는 주장 같은 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잔디를
놓아야만 했던 지후다.
그랬던 지난5년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지후는 잔디가 누군가의 눈길을 잠시만 받기만 해도 잔디의 허리를
바짝 끌어당겨 품안에 안곤해서 잔디를 자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지금 또한 쟈크를 향해 내뱉는 목소리에는 냉기가 흘렀다.
파티에 초대 받았고 눈앞의 남자가 파티의 호스트라는 건
지후에게 그닥 중요한 사실이 아닌 듯하다.
오로지 생명의 은인이라는 커다란 이유가 있음에도 자신의 아내를
품안에 안고 있는 남자가 거슬릴 뿐이라는 듯 잔뜩 구겨진 인상을
펴지 못했다.
당당히 잔디가 제 것임을 주장하는 지후의 말에 움찔하며 잔디를
품안에서 떼어 놓은 쟈크는 잔디의 손을 잡아 손등에 키스를 하며
아쉬운 듯 말했다.
“당신은 왜 나를 만나기 전에 저 남자를 만난 거요?
아! 당신이 조금 일찍 태어났거나...
내가 조금 늦게 태어났더라면 우린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의 난 당신 남편과 대적하기엔 너무 늙었소!
아! 그날 목격자들에게 들으니 당신은 당신의 입술로 내게 약을
먹여주었다던데....
난 정작 정신을 잃어 그걸 기억 못하니....
지금 내가 잠시 쓰러지는 척을 하면 또 다시 내게......”
능청스레 말하는 쟈크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쟈크 마르뗑!”
“게다가 인공호흡까지.....”
“쟈크!”
거의 으르렁 거릴 듯한 목소리로 씨! 자라는 존칭조차 생략한 채
쟈크의 이름과 성만을 부르다 종국엔 성마저도 떼어버린 지후가
잔디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자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리는 쟈크!
“알았어요!
그만 하도록 하죠.
이러다가 어렵게 얻어낸 사진 촬영의 기회조차 잃을까 겁나는군요!
내일 하루....
해가 뜨는 시간부터 일몰 시간까지....
당신들의 하루를 내게 주기로 한 것...
잊지 않았겠지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오는 쟈크를 노려보는 지후의 표정엔
여전히 못마땅함이 서려있다.
“이제 그만 얼굴 풀어요!
마담 쟌.
당신 남편은 내가 굉장히 맘에 안 드나 봅니다“
“그렇지 않아요”
“아냐. 잔디야.
맞아! 난 이 남자가 아주 맘에 안 들어“
“선배~~”
“하하하--
대체 뭐가 그렇게 맘에 안듭니까?
그 이유나 압시다“
“당신이 독신이라는 것!”
“뭐요?
푸하하하하---
걱정 말아요. 난 여지껏 제 것임을 주장하는 남자가 있는 여잘
탐내 본 적은 없소.
물론 오늘은 좀 예외긴 하지만....“
“쟈크!”
이젠 성마저도 떼어버린 채 소리치듯 쟈크를 부르는 지후의
목소리에 쟈크는 계속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지후를 놀려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는 생각에 더욱 더
유쾌해진 쟈크가 간신히 웃음을 멈추고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지후를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제발 얼굴 좀 풀어요.
이러다 당신 무서워서 한국엔 가지도 못하고 말겠소.
하지만 난 약속은 반드시 지켜요.
한국 최초로 벌어지는 나의 전시회가 수암의 이름으로 열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전시되는 사진 속엔 반드시 당신 아내의 모습이 있을 거요.
당신이 당신 도마 위에 올려놓은 나....
반드시 당신의 시험에 통과할 사진을 꼭 찍고 말테니까!
당신이 유치해서 당신의 공간 안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당신 아내의 모습이 걸리는 것.....
아주 근사할 것 같지 않소?
그러니 내일 하루는 반드시 당신에게도 내게도 필요한 시간이 될 거요“
쟈크의 말에 억지로 표정을 푸는 지후.
잔디의 허리를 바짝 안은 손에 힘을 주다 잔디가 그 힘이 너무 강해
아픈 듯 작은 한숨과 함께 살짝 얼굴을 찌푸리자 금방 걱정스런
눈빛이 되어 잔디를 바라보는 지후.
“아! 미안 잔디야!”
그런 지후를 아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는 쟈크.
“이봐요! 난 좀 욕심이 많은 사람이요.
어쩌면 그 욕심이 지금의 내 명성을 일궈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방금 전 난 또 하나의 욕심이 생겼소.
그리고 지금 난 마음속을 가득 채워오는 엄청난 욕심에 시달리고 있소.
지금 당신 눈에 들어 있는 사랑....
아내를 향해 걷잡을 수 없이 내달리고 있는 당신의 사랑....
그걸 담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그날 에펠에서 당신 아내를 한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당신의 눈동자를 보았소.
그리고 내게 다가와 분노의 눈길을 쏘아대던 눈빛도 보았지.
당신의 사랑은 불처럼 뜨거우면서도 파도 없는 바다처럼 잔잔하고
봄 햇살처럼 따스하고 부드럽소.
그리고 진하지 않은 꽃향기처럼 은은하기도 하지!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갇혔을 때처럼 안타깝고
애처롭기까지 하지!
어떻게 그토록 수많은 사랑을 당신 눈 속에 담고 있는 거요?“
묵묵히 쟈크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잔디의 두 눈이 놀라움으로 흔들린다.
쟈크 마르뗑의 사진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분명
있는 듯하다.
잠깐 동안의 만남이었음에도 그는 사람의 눈빛과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심미안을 가졌음이 분명하다.
사랑이 오기까지....
사랑이 가기까지.....
아프고 시리고 가슴 에였던 많은 시간들을 쟈크 그는 어떻게 볼 수 있었던 걸까!
“당신 눈 속에 담겨진 그 사랑을...
당신의 그 여러 가지 색깔의 사랑을 렌즈에 담을 수만 있다면....
하지만 불가능 할 것 같군요!
그건 인간의 눈 속에 숨겨진 렌즈만이 담을 수 있는 것이니까!
인간이 만들어 낸 기계인 카메라 렌즈가 가진 한계....
그걸 통감하는 바로 이런 순간....
그게 사진작가에겐 참으로 힘든 순간이요.
행복하세요!
당신의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영원히.....“
진심이 담긴 덕담을 하는 쟈크의 눈은 어느새 고요해져 있다.
그 눈빛을 감지한 지후의 눈도 어느새 고요해져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여전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대체 이 두 남자가 파티장과
병원에서 만나기 이전 언제 어디서건 만난 적이 있었던 것 같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궁금해 미쳐가는 듯한 잔디의 표정을 보며
동시에 웃음을 터뜨려 버린다.
두 사람이 터뜨린 그 웃음은....
병원 복도에서 어떻게 이토록 잔인할 수 있는 거냐며 절규하던 잔디의
아픈 울부짖음을 서서히 태양의 저편으로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웃음이 잦아들 즈음 지후는...
어쩌면 자신은....
이 세상에서 아주 훌륭한 의사를 아내로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 어떤 예감에 사랑스런 눈빛으로 아내의 허리를 감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파티가 무르익어 가고 춤과 얘기 그리고 알콜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분산되자 쟈크는 두 사람을 자신의 비밀 서재로
데려가 자신의 작품이 담긴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다.
그 시간동안 지후는 쟈크의 사진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고
그런 지후의 모습에 빠져있던 쟈크와 잔디는 어느 순간 눈이 마주치자
따스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쟈크의 파티에서 돌아온 지후는....
오늘 파티 내내 잔디가 네가 너무 이뻐서 당장 쓰러뜨리고 싶은 걸
참느라 얼마나 혼났는지 아느냐며...
게다가 내내 우울해 있는 널 차마 안을 수 없어 참았던 것까지 치면
이미 쏟아낸 사리가 한말이라며....
기껏 온 신혼여행에서 신부는 달거리를 하고 사람 생명을 구하느라
새 신랑은 뒷전인 고약한 신부를 가진 게 자신이라면서 신혼여행 온
새 신랑 중에 나처럼 불쌍한 새신랑도 없을 것이라며....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무차별 총 공격을 해댔다.
그 바람에 잔디는 거의 실신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파티에서 마신 약간의 알콜과 생기를 되찾은 잔디의 두 뺨이
너무 섹시하고 이쁘다며....
무엇보다도 병원에서 돌아 온 그 날 이후 네가 너무 힘들어 보여
차마 널 안지 못하고 참았던 걸 보충해야하지 않겠냐며...
지후는 평소보다 더욱 더 열정적이고 격렬하게 잔디를 안았고
그 몸짓에 잔디 또한 열렬히 반응했지만 지후의 열정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던 듯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며 ‘아! 선배 이제 그만~’ 을
외치며 지후의 품으로 부서지고 말았다.
기절할 듯 곤히 잠들어 있는 잔디의 얼굴위로 새벽의 여명이
서서히 밝아 올 그 시각.
파리의 신화호텔 한식당부 쉐프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준혁이 수화기를 들자마자 다짜고짜 들은 말은....
“당신의 주방을 좀 빌려 주십시요!”
잠이 덜 깬 채 수화기를 노려보던 준혁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잔뜩 잠긴 목소리를 억지로 끄집어 내 수화기를 향해 묻는다.
“누구냐 넌?”
자신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은 무뢰한에게 목소리도 말투도 좋게
나갈리 만무하다.
그러나 상대편은 그닥 기분 나빠하지도 않는 듯 했다.
그리고 수화기를 타고 들려온 목소리에 의해 곧 밝혀진 전화속의
주인공은 신화 본사의
시골마을의 샤또까지 출장을 가게 만들었던 장본인 새신랑 윤지후였다.
얼결에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 나간 준혁은 하품을 연실 하면서
지후가 끓여야 겠다고....
아니 꼭 직접 끓여야만 한다고 설쳐대는 된장찌개의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내다 바쳐야 했다.
어디 그뿐만이랴!
다짜고짜 된장부터 풀려는 지후를 제지하고 멸치와 다시마부터 넣고
국물을 우리게 만들어야 했으며 슬쩍 칼을 들어 지후가 덤성덤성
썰어 놓는 야채의 불규칙한 크기들을 지후 모르게 슬쩍 슬쩍 조절해야 했다.
아무리 자신이 끓이는 된장찌개가 아니라지만 자신의 입회하에 끓여지는
된장찌개가 저토록 망가지게 그냥 놔두는 건 쉐프
허락하지 않은 탓이다.
손은 그토록 곱상하고 길고 예쁘게 생긴 사람이...쯧쯧---
생긴 것 답지 않게 어쩌면 저토록 모든 야채들을 불규칙스럽기 그지없게
난도질을 해대는 것인지...
차라리 자신에게 끓이라 명령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는 준혁이다.
대체 어여쁜 신부와 신혼여행을 온 신랑이라면 밤새 사랑을 나누고 지쳐서
나가 떨어져 있을 그 시간에 난데없는 된장찌개라니....
준혁은 온통 주방을 자기 집 주방처럼 휘젓고 다니는 지후의 새벽 댓바람의
행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으로 쫒고만 있다.
게다가 지후의 애원 아닌 애원으로 고슬고슬한 새하얀 쌀밥까지 지어
공수하다보니 잠은 어느새 깨버렸다.
슬슬 부회가 나기 시작하는 준혁.
갈라지는 목소리로 지후에게 소리치듯 묻는다.
“잠이 깬 김에 물어나 봅시다.
대체 지금 왜 이러고 계신 겁니꽈~?“
조금은 비틀린 목소리로 묻는 준혁을 향해 씨익- 웃음을 날린 지후에게서
흘러나온 대답은 아주 기묘하기 짝이 없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으로부터 초대를 받고 파티에 참석한
예쁜 수달이 있어요.
파티에서 느끼한 프랑스 음식만 먹은 달거리 끝난
배고픈 수달이 있어요.
느끼한 프랑스 음식에 질렸을 달거리 끝난 배고픈 수달이
아침에 눈을 뜨면 어쩐지 된장찌개를 무지 먹고 싶어 할 것 같아서...!”
대체 뭔 소린건지...
준혁은 아무래도 자신이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확신도 아니고 어쩐지 라는 불확실을 가지고 자신의 황금 같은
새벽잠을 깨우다니...
게다가 수달은 또 뭐란 말인가!
수달이 사람의 생명을 구해?
수달이 달거리를 해?
수달이 된장찌개를 먹고 싶을 거라고?
수달....
수달이라.....
샤또에서 물에 옴팡 젖어 남자의 뒤에 숨어있던 그 커다란 눈망울의
새하얀 신부의 애칭인건가?
어쩐지 무척 어울리는 애칭이라는 생각을 하는 준혁.
‘에게~?
수달이 뭐 어쨌다고? 정신 차려 임마‘
그나저나 수달이고 뭐고 이놈을 그냥 확-
신화의
그냥 확-
새벽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벌집 상태인
자신과는 다르게 찰랑거리는 머리칼이 너무도 매끄러운...
그래서 더욱 더 얄밉게 느껴지는 지후의 뒤통수를 한 대 확-
갈겨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후의 뒤통수를 노려보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하는 지후의 목소리에 그만 헉! 하고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꿀꺽 삼켜야 했다.
“한 대 치고 싶으면 쳐도 좋아요!”
‘귀신같은 넘!’
준혁은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한마디 말을
간신히 삼키며 허둥지둥 벌어진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방금 막 입안에 넣은 사탕을 실수로 목구멍으로 넘겨버렸을 때처럼
목구멍 안이 다 뻐근해져 옴을 느끼며 준혁은 손으로 자신의 목을
연실 어루만지고 만다.
‘이보쇼 윤지후씨!
신혼이니까 봐주는 줄 아슈. 신혼이라서....‘
속엣 말을 중얼거리던 준혁은 너무도 진지하게 된장찌개를 대하는
지후의 모습에 그만 픽- 웃음이 난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란 어쩔 수가 없다.
요리를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을 보고선 치밀어 올랐던 화도
수그러들고 마는 것을...
지후 모르게 슬쩍슬쩍 준혁이 만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울퉁불퉁하기
그지없는 야채가 보글보글거리며 끓는 된장찌개는 어쩌면
각이 딱딱 잡혀 썰린 야채로 끓이는 준혁의 된장찌개보다
더 맛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던 준혁.
‘에게게~ 야!
너 쉐프로서의 자존심은 어따 갖다 팔아먹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그러나 준혁은 안다.
지금 저 된장찌개가 그가 사랑하는 수달 그녀에겐 이 세상 그 어떤
된장찌개보다 맛이 있을 거라는 걸!
요리란 그런 것이니까!
아침이 밝아오는 파리의 신화호텔 객실 스위트 룸.
죽은 듯 잠자던 달거리 끝난 배고픈 수달이 어디선가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에 스르르 눈을 떴다.
그리고 그 달거리 끝난 배고픈 수달의 눈 속으로 달거리 끝난 배고픈 수달이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서 있는 한 남자가 들어 왔다.
유난히 긴 속눈썹과 유난히 크고 맑은 동공을 가진 남자.
입 꼬리를 살짝 올려 짓고 있는 부드러운 미소와 키스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붉고 도톰한 입술이 도드라진 남자.
그 남자가 두 눈을 꿈뻑거리는 달거리 끝난 배고픈 수달을 향해
아주 담백한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안녕 금잔디!”
남자의 입술이 움직이는 동안 미처 잠이 깨질 않아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 있음에도 남자의 입술 안에서 움직이며 살짝살짝 보이는
붉은 혀가 눈에 들어오자 여자는 그 혀를 자신의 입안에
가득 머금고 싶어져 순간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금잔디! 넌 역시 변태임에 틀림없어!
그나저나 선배의 저 입술을 저걸 어째야 옳지?
저 입술을 매번 훔치고 싶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닐 텐데..
집안에 꽁꽁 숨겨놓고 나만 볼 수도 없고‘
갑자기 미져리라는 단어가 떠올라 순간 여자의 입가엔 미소가 어린다.
“잘.... 잤어요? 선배!”
“잘잤어?”
“웅~ 근데 잠이 잘 안 깨.
콩부터 줘. 잠깨게!“
여전히 눈을 끔뻑거리면서 남자의 깊은 눈에 초점을 맞추려
애를 쓰면서도 그 와중에 콩부터 달라며 입술을 쭉 내미는 여자.
그 모습이 귀여워 죽는 남자.
입술 내민 귀여운 수달에게 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숙여
다다다다--- 베이비 키스를 퍼부어대는 남자.
“촉촉촉!!!
이봐! 잠 덜 깬 수달!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된장찌개는 없어!”
“그렇지! 이거 된장찌개 냄새 맞지?
역시 그렇구나!“
언제 눈에 잠끼가 있었냐는 듯 번쩍 눈을 뜬 배고픈 수달이
벌떡 몸을 일으키자 남자의 두 팔이 여자를 끌어다 품안에 가둔다.
자신의 품안에서 바르작바르작 거리는 여자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듯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남자가 말한다.
“내가 직접 끓인 거야.
잔디 널 위해....“
남자의 말에 품안에서 바르작거리다 간신히 빠져 나온 여자는
남자가
침대 옆에 가져다 놓은 걸 보며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침대 시트를 온몸에 누에고치처럼 돌돌 말아 걸치고선 식탁 앞으로 가서
서서는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여자.
그 눈빛이 너무 이뻐 남자의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어린다.
방금 일어난지라 목이 타는지 수저 옆의 물 잔을 집어 들고 벌컥벌컥
마시는 와중에도 여자의 두 눈은 마치 가재 눈처럼 옆으로 돌아가
된장찌개에 가 있다.
탁-
물 잔을 식탁에 소리가 나게 내려놓은 여자가 숟가락을 들어
막 된장찌개가 담긴 뚝배기에 넣으려다 말고 말끄러미 남자의 두 눈을 본다.
“왜?”
“어쩌지 선배?”
“뭘?”
“음----”
다분히 장난 끼가 엿보이는 여자의 눈빛을 의아하게 보는 남자.
“뭐야 금잔디. 왜 말을 하다말아?”
“음---
이걸 어쩌지?“
여자의 목소리에는 이제 노골적인 장난 끼가 짙게 서려있다.
“대체 뭘?”
“난 지금 이 된장찌개보다 이 된장찌개를 끓인 선배가 더 먹고 싶은데?”
“뭐야? 금잔디!!!”
“왜? 싫어?”
“금잔디! 어젯밤에 그렇게 날 먹고도 만족이 안 된단 말야?”
“에이~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하자구...
어젠 내가 선밸 먹은 게 아니라 선배가 날 먹은 거지~이~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구.
지금은 내가 선밸 먹구 싶다니깐?
지금 나한텐 선배가 너무너무 이쁘거덩?“
잔디의 말속에 담긴 장난 끼는 점점 더 농후해져 간다.
“금잔디! 날 아주 죽일셈이군!“
“어허~ 이거 왜 이러실까~?
어이~ 거기 못생긴 아저씨!
그래가지고 금잔디 신랑노릇 제대로 하겠어?
이 정도에 죽을 윤지후라면 애지녁에 금잔디를 포기해야잖겠냐구요?“
귀엽게 턱까지 치켜들고 말하는 여자의 말에 남자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버린다.
방금 자고 난 뽀얀 얼굴로 턱을 잔뜩 치켜들고...
손에는 숟가락을 든 채....
팔짱까지 턱~하니 굳게 낀 채 도톰하고 붉은 입술을 연실 움직이며
낭창낭창 말해대는 모습이라니...
어떻게 저렇게 이쁠 수가 있는 건지....
“뭐야? 포기~~이~~?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거 몰라 금잔디!“
“꺄악~~ 선배~~”
바닥으로 떨어지는 숟가락 소리 같은 건 이제 그 두 사람에겐
들리지 않는 소리다.
여자의 허리를 그대로 낚아 채 침대로 쓰러뜨린 남자가 그대로
여자의 몸을 덮고 입술을 덮어 버린다.
“훕- 서....선배.....”
“전에 말했었지?
난 아침에 훨씬 더 자신 있다고?“
“훕---서~언~배~~~”
“이 녀석! 이 깜찍한 수달 녀석!
그걸 잊지 않고 있다니.....
이제 보니 내 신부는 응큼한 수달이었군!"
"웁- 자...장난이야 훕- 장난~~
웁- 아이 차암~~ 장난이라구우~~
하훕- 배..고파~~ 나 배고파~~~
웁- 진짜루 진짜루...배...배...배고파!!!
웁- 수달 배고파!
웁- 힝~ 된장찌개!!!
흐음~~- 아우~ 된장찌개~~~
웁- 선배~ 맛있는 된장찌개---
훕훕- 선배가...끓인..된장..찌개...먹고..싶....
웁- 된...장.....찌...개...다...식...어....
하음~~ 음~~ 식..으...면...맛..없...는...뎅..... 힝~”
연실 뿜어내는 여자의 말을 계속해서 입술로 막아대던 남자가
어느새 남자의 손끝에 의해 이미 단단하게 부풀어져버린 여자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다 바짝 돋아난 돌기 끝으로 입술을 가져가 살살~
할짝이고 핥아대며 말한다.
“나중에 다시 끓여줄게.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부터 우리는 거란 것도 착실하게 다 배웠다구.
나 제법이지?
그러니까 금잔디!“
“응?”
“지금은...”
“지금은 뭐?”
“지금은 그냥 나 먹어!“
“아웅~~”
두 사람의 허니문은 그렇게 또 다시 계속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갈수록....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한번 빠지면 절대 빠져 나올 수 없는 늪과도 같았다.
늪....!
누가 누구를 빠뜨렸는지....
누가 누구를 빠지게 만들었는지....
누가 먼저이고 누가 나중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늪....
그러나 두 사람에겐 아무것도 문제 될 게 없었다.
남자는...
여자는...
지후는...
잔디는...
자신이 빠진 늪 속에서 빠져나올 생각 같은 건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주)본문 내용 중 의학적인 묘사들은 정확성이나 사실성에 근거했다기보다는
극적인 효과를 위한 장치로서 쓰여진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그냥 지후이야기입니다.
그냥 지후이야기 두 개의 줄기 중
"시즌1-사랑은 죽었다!"
"시즌2-그 사랑 날 부르다" 로 이어집니다.
시즌 2의 그 사랑은....
잔디가 될지 아니면 지후에게 나타나는 새로운 사랑이 될지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회수 10개 미만이어도 괜찮습니다.
댓글 하나도 안 달려도 좋습니다.
추천 한 개도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그저... 단 한분만이라도....
지후라면....
지후이야기라면.....
아픈 것이든 슬픈 것이든 행복한 것이든....
그 어떤 이야기도 괜찮다! 상관없다! 하시는 분들께서만 읽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왜냐구요?
그냥....지후니까요!
^^
***
은근한 고백^^
꽃보다 남자 본방을 보는 동안 내내...
그리고 방송이 끝나고 난 후에도 내내...
지후의 마음을 너무도 몰라주는 천하의 둔팅이 잔디가 저는 참 미웠더랬습니다.
그래서.... 만약 혹시라도 제가 가상 소설을 쓰게 된다면......
독잔디를 만들어 줄테닷!
그리고 지후에겐 아주 맑고 밝고 현명하며 지혜로운...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지후와 비슷한 아픔도 가지고 있는....
그래서 지후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멋진 사랑을 만들어 주고 말테닷!
지후에게 찾아드는 근사한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줄테닷!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나름 내 맘대로 쓰는 가상 소설의 작가가 되어서 펼치는 달리만의 “소심한 복수”를
계획했던 것이지요!
혹자는...
지후선배는 그저 독지후가 가장 아름답다고...
그렇게들 말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내내 아프기만 했던 지후선배가...
왜 가상 소설 속에서 조차 그토록 혼자 아파야만 하는지...
그 생각만 하면 맘이 맘이 아닌 거였더랬습니다.
그래서 달리 저는요?
아프기만 하게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스무 살의 지후를...
그 열병이 지나고 난 후에는 아주 멋들어진 새로운 사랑을 찾게 해주리라!
단단히 맘을 먹었었다지요!
그런데.... 시즌1을 쓰다 보니...
소설속의 지후 선배만큼이나 자꾸만 생겨나는 잔디에 대한 애정!
깊어지기만 하는 잔디에 대한 애정!
그게 자꾸만 맘에 걸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소설이 끝날 즈음....
그토록 잔디 때문에 아팠던 지후선배에게...
잔디를 주지 않으면 우리 지후 선배는 어쩌나!
그런 생각이 자꾸 들더란 말이지요!
해서.... 은근히 고백합니다.
달리의 가상소설 시즌2.
“그 사랑 날 부르다!”
그 속의 사랑은 어쩌면....
그 사랑이.... 지후 선배를 부르는 그 새로운 사랑이....
어쩌면 잔디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은근한 고백이요!
암튼지간에...
두고 보십시다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달리의 맘을 너무 나무라진 마셔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어찌됐건 우리들의 지후잖아요!^^

지후선배!
그리고 금잔디!
늬들 좀 너무한다?
아! 늬들땜에 대패가 필요해! 필요해!
그래도 뭐...허니문이니깐두루 걍 한번만 용서해주께! ㅋㅋㅋ
안녕하세요~~
달립니다~~
이거야 원 진짜로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가 필요할 만큼 너무도 오랜만이지요?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ㅠ.ㅠ
아주 오래전(^^) 지후이야기 14-아름다운 날들에 다녀가 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쉬어가는 페이지 ‘J&J Story’ 에 관심 보여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여러분들께서 주시는 마음 때문에 저 늘 행복하답니다!
아! 그리고 지난번.....
고약한 달리 아줌마가 얄굿게도 “불법체류”라는 제목을 다는 바람에
잠시 여러분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드렸었죠?
이 또한 죄송합니다~~^^
그 때 말씀드렸던 체류허가관련 서류!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기도...그리고 팍팍 불어 넣어주신 기 때문에
한 번에 무사통과 했답니다.
스아실~~~~
단번은 아니였어요. ㅜ.ㅜ
서류 작성 꼼꼼히 하는데 너무 치중하다보니....
글쎄 인지 사서 붙이는 걸 새까맣게 잊었더라는....아흐---
그 바람에 남편은 꿋꿋이 창구에서 버티고
(안 그럼 긴 줄 뒤에 가서 서서 다시 순서를 기다려야 했으므로^^)
달리 아줌만 인지 사러 150미터 왕복 달리기 도합 300미터를 빛의 속도로
달려갔다 왔어야 했다는... 아흐---
후달리는 다리로 왕복 달리기 해보셨쎄요?
안 해보셨음 말을 하지 마세요.
진짜 숨이 턱까지 헉헉- 차오르고 눈앞이 노란 것이...
마치 아들넘 낳을때 같더이다(달리 아줌마 얘 안 본새에 뻥이 느무 느셨당~^^ㅋㅋ)
으허헝~~
우짜든둥...
인지야 사서 붙이면 그만인 것을...
만약 서류 작성이 잘못되었던 것이라면 그야말로 ‘빠꾸’를 맞아야 했던
중대 사안이었던 것에 비하면 인지 사러 달려갔다 온 왕복달리기야 뭐
새발의 피정도?^^ 하하하---
넵!
여러분들 응원 덕분에 서류 무사히 접수 시켰구요?
물론 정식 발급 절차 기다려 내손에 떨어지려면 또 기나긴 기다림이
남아있지만 한시름 놨습니다.
감사 또 감사합니다~~~~
지후이야기 15-빠져들다!
여러분들의 허니문은 어떠셨는지요?
물론 아름다운 기억들 가득 하셨겠지요?
저 또한 그 시간들이 무척 소중한 기억들과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직 미래의 허니문을 꿈꾸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행복한 미래가 펼쳐지길 기도합니다.
달리 아줌마가 펼치는 얘기 속에서의 우리들의 지후선배와 잔디...
이 두 사람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를 바래 봅니다.
그나저나 달리 아줌마의 이런저런 사정상 이 두 사람의 허니문이
너무 길어지고 있군요^^
말로는 한 달간의 유럽 신혼여행이라 그래놓고 벌써 다섯 달째 끌고 있는
이 못난 달리 아줌마.
이걸 대체 우짤끄야^^
해서 이번 편에서 아예 영국과 스페인을 거쳐 이탈리아로 마무리되는
허니문 얘기를 끝낼까 했는데...
(그란데 지후선배 본체께서는 지금 이미 스페인 가 계시다믄서요?^^ㅋㅋㅋ)
서류 접수 시키고 진이 다 빠져 프랑스 뒷이야기는 쓰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소식 전하며 약속드린 대로 프랑스까지 써놓은 얘기 교정보고 손봐서
일단 올려 드려요.
더는 기다리시게 하기가 죄송해서요.
오타가 좀 많을 수도 있습니다만 요량해서 읽어주세요~~^^
그리고 허니문 너무 오래 끈다고 나무라지 마시구요?
다음 편엔 끝날 겁니다.
그 후론 일상으로 돌아온 지후 선배와 잔디가 보내는 알콩달콩
신혼 얘기가 펼쳐 질 거예요.
기대 해 주세요~~~^^(만날 뭘 그렇게 기대해 달라는 거인디?^^)
화창한 봄날입니다.
어김없이 왔습니다 그 봄이!
움츠렸던 몸들 기지개 펴듯 확- 펴시고...
찬란한 봄 햇살처럼 활기찬 하루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전 그럼 이만 꽃단장 하고 생일 파티 갑니데이~~
오늘은....
허니문을 추억하고...미래의 허니문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만 행복 하십시요!




